수염기른 한용덕 감독 1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시범경기 한화와 넥센의 경기. 한용덕 한화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며 코치진과 얘기하고 있다. 2018.3.13

▲ 수염기른 한용덕 감독 1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시범경기 한화와 넥센의 경기. 한용덕 한화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며 코치진과 얘기하고 있다. 2018.3.13 ⓒ 연합뉴스


사실 구단은 할 만큼 했다.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에 빛나는 백전노장 감독과 약팀을 강팀으로 끌어 올리는데 탁월한 능력을 갖춘 감독을 영입해 '지는 데 익숙한' 팀 체질을 바꾸려 했다. 에이스(류현진)의 미국 진출로 인한 전력 약화를 막기 위해 몇 년 동안 FA시장에서 '큰 손'을 자처했다. 작년에는 무려 480만 달러를 투자해 현역 메이저리거 3인방으로 외국인 선수를 채우기도 했다.

하지만 한화 이글스가 받아든 성적표는 10년 연속 가을야구 실패였다. 이에 구단은 결과도 나오지 않는 무리한 투자를 멈추고 리빌딩 버튼을 누르기로 결정했다. 2012년 감독 대행으로 28경기를 소화했던 한용덕 감독을 정식 사령탑으로 데려왔고 장종훈, 송진우, 강인권 등 한화의 유일한 우승(1999년)을 이끌었던 레전드들로 코칭 스태프를 꾸렸다. 대어들이 쏟아져 나왔던 FA 시장에는 아예 발을 들여놓지도 않았다.

아무리 리빌딩을 선언했다 해도 한화가 성적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을 수는 없다. 승리에 대한 의지가 결여된 순간 그 팀은 이미 프로의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최하위 kt 위즈가 전력을 보강하면서 많은 야구 팬들은 한화를 유력한 최하위 후보로 꼽고 있다. 하지만 두산 베어스의 수석 코치 및 투수코치로서 3연속 한국 시리즈를 경험하며 이기는 것에 익숙한 한용덕 감독은 한화의 올 시즌을 무기력하게 만들 생각이 전혀 없다.

[투수] 젊고 건강한 새 외국인 원투펀치, 정우람 보좌할 필승조는?

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의 알렉시 오간도는 팀 내 선발 투수 중 유일하게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10승을 채웠다. 카를로스 비야누에바도 5승 7패 평균자책점 4.18에 그쳤지만 이닝당 출루허용(WHIP)이 1.17에 불과했을 만큼 마운드에서 안정감을 뽐냈다. 하지만 누구도 작년 시즌 한화의 외국인 원투펀치 활약이 뛰어나다고 말하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하면 두 선수에게 무려 330만 달러를 투자한 만큼의 효율을 얻지 못했다.

리빌딩을 선언한 한화는 몸값이 비싼 두 외국인 투수와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70만 달러의 우완 키버스 샘슨과 57만5000달러의 제이슨 휠러를 영입했다. 두 선수 모두 1990년대 태생에 커리어에 이렇다 할 부상도 없었다. 한화가 바라던 '젊고 건강한 투수'의 조건에 맞는다는 뜻이다. 샘슨과 휠러는 시범경기에서도 나란히 호투를 펼치며 올 시즌 활약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외국인 원투펀치가 건강하게 풀 타임을 치르는 것만으로도 한화는 팀 전력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한용덕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치르면서 파격적으로 7선발 로테이션을 활용할 계획을 밝혔다. 김재영과 윤규진, 김민우를 고정 로테이션으로 돌리다가 변수가 생겼을 때 경험이 많은 배영수와 송은범이 빈자리를 메우겠다는 계획이다. 물론 2014년의 신데렐라 이태양이나 FA 계약을 한 안영명처럼 재기를 노리는 선수들도 있다. 외국인 투수들의 활약이 아무리 좋아도 토종 선발들이 지원을 하지 못한다면 당연히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불안 요소가 많은 한화 마운드에서 유일한 자랑거리는 바로 정우람이 버틴 마무리 자리다. 다만 정우람까지 연결할 믿음직한 필승조를 구성하지 못했다는 것이 한화 불펜의 약점이다. 송창식이나 권혁, 심수창처럼 경험이 풍부한 기존 불펜 투수들의 활약도 중요하지만 시범경기에서 좋은 구위를 선보이고 있는 우완 강승현과 좌완 박주홍, 잠수함 서균 중에서 깜짝 스타가 나와 준다면 한화의 리빌딩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타선] '건강한 야구' 선언한 한용덕 감독, 이성열 부상 악재

2013 시즌이 끝나고 135억 원을 투자해 영입했던 국가대표 테이블세터 이용규와 정근우가 어느덧 4년의 시간이 흘러 나란히 FA자격을 재취득했다. 하지만 한화 이적 후 최악의 시즌을 보낸 이용규는 자존심 회복을 위해 FA 신청을 연기했고 정근우도 2+1년 35억 원에 잔류했다. 여전히 팀 내에서 절대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두 선수의 잔류는 한화에겐 무척 다행스런 일이다.

이용규와 정근우를 잡는 데 성공했지만 지난 2년간 70홈런 231홈런을 책임진 외국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한신 타이거즈)의 마음을 붙잡진 못했다. 한화는 로사리오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텍사스 레인저스 출신의 제러드 호잉을 영입했다. 비록 로사리오 같은 거포는 아니지만 중장거리형 타자에 준수한 외야수비를 겸비한 호잉은 활약의 크기에 따라 로사리오보다 더 효율적인 선수가 될 수도 있다.

한용덕 감독이 올 시즌 희망한 한화의 색깔은 바로 '건강한 야구'였다. 하지만 작년 .307 21홈런 65타점을 기록했고 올해도 주전 좌익수가 유력하던 이성열이 시범 경기에서 투구에 맞고 종아리 근육이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다. 개막전 출전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만큼 스프링캠프에서 1루 수비를 연습했던 최진행이 좌익수로 돌아가거나 전천후 외야수 양성우가 좌익수에 고정돼야 한다.

외야의 유틸리티 플레이어가 양성우라면 내야에서 언제든 빈 자리를 메울 수 있는 '5분 대기조'는 올해로 프로 11년 차가 된 오선진이다. 오선진은 작년 시즌 65경기에 출전해 타율 .310 2홈런 21타점 3도루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당장 정근우-하주석-송광민이 버틴 주전의 벽을 뚫기는 힘들겠지만 주전들이 부상이나 슬럼프 같은 변수가 생겼을 때 오선진은 어떤 포지션에서든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다.

[주목할 선수] 어깨 수술 이겨낸 김민우, 풀타임 선발 도전

191cm 105kg의 당당한 체구에서 나오는 묵직한 강속구와 마운드 위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공을 뿌리는 두둑한 배짱을 겸비한 루키 김민우. 혹자는 이글스 역사상 최고의 우완 정통파 투수로 꼽히는 '레전드' 정민철 이후 최고의 재능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김민우의 특별한 재능은 당연히 '야신' 김성근 감독의 눈에도 들어 왔고 김민우는 루키 시즌부터 1군 무대에서 활약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고교 시절 팔꿈치 수술로 유급까지 했던 루키에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70경기에 등판시킨 것은 너무 가혹했다. 김민우는 2016 시즌 개막 후 3연패를 비롯해 5경기에서 15.8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채 1군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처음엔 단순한 2년 차 징크스인 줄 알았지만 그해 8월 어깨 관절와순 손상으로 어깨 수술을 받았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류현진(LA다저스)이 무려 2년을 쉬어야 했던 바로 그 부상이다.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어깨에 치명적인 부상을 당한 김민우의 재기 가능성을 높게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김민우는 포기하지 않고 길고 지루한 재활 과정을 견뎌냈다. 그리고 작년 9월 15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502일 만에 1군 마운드에 복귀했다. 비록 투구 내용은 좋지 못했지만 선수 생명이 끝났다는 얘기까지 들었던 김민우의 복귀에 한화 팬들은 많은 감동을 받았다.

길었던 부상을 떨치고 스프링캠프를 정상적으로 소화한 김민우는 올 시즌 당당히 한화의 선발 후보로 떠올랐다. 지난 13일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는 6이닝 2자책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고 불펜으로 등판한 20일 두산전에서는 2이닝 10실점(8자책)으로 크게 무너졌다. 아직 완전히 구위를 되찾았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1995년생 영건 김민우의 선발 정착은 한화의 리빌딩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한화 이글스 2018 시즌 예상 라인업과 투수진

한화 이글스 2018 시즌 예상 라인업과 투수진 ⓒ 양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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