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률은 최근 10년 동안 한 자릿수에 정체된 편이었다. 2017년에야 16.4% 인상돼 7530원이 되었다. 지난 대선 기간에 '최저 임금 10000원'을 외치던 정치인들 중 일부는 새롭게 인상된 최저임금제를 놓고 최근 딴죽을 건다.

정치인들만이 아니다. 최저 임금은 올랐는데, 오히려 현실은 궁핍하다는 말도 나온다. 경비노동자들을 비롯해 최저임금의 보장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은 거리로 내몰린다. 다른 한편에선 최저임금제에 압박을 당하는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이 비명을 지른다. 그렇다고 7530원의 최저임금이 먹고살 만한 금액인가 하면 여전히 최저임금에 기댄 삶은 궁핍하다. 도대체 최저 임금제는 무엇이 문제일까?

16.9% 오른 최저임금, 살 만합니까?

 mbc스페셜- 중식이 샤우팅

mbc스페셜- 중식이 샤우팅 ⓒ mbc


MBC스페셜에서 최저임금제에 대해 말을 꺼내는 것은 중식이 밴드의 보컬 중식이다. 중식이 밴드가 그의 직업이지만, 먹고 살기 위해 그는 스무 살 시절부터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다. 스무 살 시절 PC방 아르바이트로 벌었던 돈이 시간당 2000원이었다. 생계를 꾸리기 위해 하루 12시간 넘게 일했다. 아르바이트로 해서 번 돈은 커피 한 잔보다, 한 끼 밥값보다 쌌다. 지금은 다를까?

최저임금제 가이드라인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2018년 기준 300만 명이 넘는다. 비정규직, 정규직 노동자들, 청년과 노년층의 상당수가 여기에 해당된다.

최저 임금제란 노사가 결정한 임금의 최저 수준을 말한다. 법적으로 정한 최저 임금을 사용주에게 강제함으로써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다. 1953년 근로기준법이 만들어지면서 헌법 32조 1항에 최저 임금제가 명시되었으나 당시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인해 1988년에서야 시행할 수 있게 됐다. 말 그대로 최저 임금제는 임금의 최저 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할 수 있게 해야 하는 제도이다. 최저 임금을 올리면 노동자의 생활이 안정되고, 노동자들의 향상된 삶이 소비로 연결되어 내수 경기 활성화와 경제적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최저 임금제도의 취지이다.

그렇다면 최저 임금 7530원은 유효한 금액일까? 현장에서 마주친 7530원의 가치는 여전히 생활하기엔 많이 아쉬운 금액이었다. 5년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김승연씨의 경우, 하루 8시간씩 꼬박 일하면 한 달에 140만 원을 받는다. 대한민국에서 140만 원이란 돈은 스물세 살 그녀가 살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금액이다. 꿈인 여행을 위해 저금을 하고 나면 하다못해 동창 모임조차 눈물을 흘리며 포기해야 한다. 그녀에게 유일한 사치는 편의점에서 만원에 4개를 살 수 있는 맥주이다. 그녀는 말한다. 내가 살아가기 위해 드는 돈이 내가 버는 돈보다 여전히 많다고. 현재의 최저 임금은 여전히 살아가기엔 턱도 없는 돈이다.

 mbc스페셜- 중식이 최저 임금 샤우팅

mbc스페셜- 중식이 최저 임금 샤우팅 ⓒ mbc


하지만 그조차도 여의치 않다. 음악을 하기 위해 서울로 상경하여 햄버거 집에서 배달 알바를 하는 윤성환씨도 마찬가지다. 최저 임금이 오르면 삶이 그래도 좀 넉넉해질까 했는데, 햄버거 사장님은 형편이 어렵다며 그의 배달 시간을 줄였다. 최저임금은 올랐는데 정작 그의 밥줄은 쪼그라들었다.

그래도 쪼그라들기만 하면 다행이다. 공장을 다니며 세 아이를 키우던 순주씨는 하루아침에 일하던 부서에서 쫓겨났다. 최저 임금이 인상되면 20여만 원 여윳돈이 생기리라 기대했지만 그녀의 밥그릇은 하루아침에 걷어차였다. 아파트 경비원들을 비롯하여 이런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법으로 보장된 최저 임금의 인상이 외려 그들에게는 '사형 선고'로 돌아왔다.

이제는 아르바이트 대신 밥집 사장님이 된 중식이 밴드의 중식이도 예상했었다. 최저 임금제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을 빈곤층으로 내몰 것이라고. 그리고 그의 예측은 '을과 을의 전쟁'이 된 최저 임금제가 증명하는 중이다.

알바나 최저임금 인력을 가장 많이 고용하고 있는 건 소상공인, 영세기업들이다. 16.9%의 인상분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는 게 바로 이 계층이다. 하지만, 이들은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을'이다. 편의점에서 만난 알바 직원은 오히려 자신의 편의점 점주를 불쌍하게 여길 정도이다. 주말도 없이 쉬지 않고 일해야 알바보다 조금 더 많은 돈을 가지고 가는 점주, 프랜차이즈 가맹점 본사와 이익을 나누어야 하는 그들은 또 다른 '을'이다.

햄버거 배달을 하는 윤성환씨의 배달 시간을 줄여야 하는 햄버거 집 사장님도 다르지 않다. 심지어 이들을 압박하는 건 조금이라도 이윤이 남는다 싶으면 바로 세를 올려버리는 집주인들이다. 건물 임대료, 카드 수수료, 본사 로열티까지 고스란히 떠 앉고 있는 소상공인들, 그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최저임금제는 또 다른 모순을 낳을 수밖에 없다.

해법은 '있다'

결국 '을과 을의 전쟁'이 돼버린 현실의 최저 임금제. 해법을 찾기 위해 다큐의 시선은 외국으로 향한다. 오랜 전통의 소상공인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이웃 일본은 세입 점주들의 권리를 법적으로 보호한다. 장사가 잘 된다는 이유만으로 세를 함부로 올릴 수 없는 '법적 제도'가 또 다른 '을'인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 역시 최저 임금 만으로 해결되지 못한 생활의 문제를 안고 있다. 대부분 최저 임금제의 부담을 안게 되는 층은 젊은 층이나 노년층들. 특히나 평생 정규직으로 살다가, 나이 들어 더 이상 정규직의 일을 수행할 수 없어 '시간제 아르바이트'로 전직하는 노년층이다. 이들에게 있어 '최저 임금제'는 '생활'의 방패가 될 수 없다는 게 이웃 일본의 고민이다.

결국 최저의 가이드라인만으로 보장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다큐는 그 해법을 '생활 임금제'에서 찾는다. 노사 간의 합의에 의존하여 임금제를 꾸려오던 독일은 지난 2015년에서야 1시간에 1만 유로(1만 1000원)에 해당하는 최저임금제를 도입했다. 영국은 한 발 더 나아가 '생활임금제'를 도입했다. 즉 최소한의 임금이 아니라, 살기에 적정한 임금을 보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예를 굳이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서울 성동구는 이미 지난 2017년 생활임금 심의위원회의를 통해 2018년 생활임금을 시급 9011원, 월급 158만 4400원으로 결정한 바 있다. 이는 전년 대비 13.1% 인상된 금액으로 현재의 최저임금보다 시급 1531원 높은 금액이다. 즉, 현재 대한민국에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지 않고 하루 8시간 일해서 생활할 수 있는 금액이 바로 이 정도라는 것이다. 이 제도는 빈곤층으로 전락하기 쉬운 노년층에게 단비와도 같은 혜택이 된다.

현재의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생활하기에 한참 부족한 금액이다. 성동구 사례는 을의 싸움이 되어가는 최저임금제 하에서 그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갈 주체가 누구인지 보여준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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