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의 새 골잡이 무고사가 쿠비의 크로스를 받아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키는 순간.

인천 유나이티드의 새 골잡이 무고사가 쿠비의 크로스를 받아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키는 순간. ⓒ 심재철


상대는 그야말로 '최강 전북'이었다. 인천 유나이티드 입장에서 아무리 홈 개막전이라고 하지만 이기겠다고 덤비는 것은 무모한 도전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전북은 나흘 전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본선 홈 경기를 텐진 취안젠(중국)과 치르며 무려 6골 잔치를 즐겼다. 상대 팀 텐진에는 브라질의 파투, 벨기에의 악셀 비첼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모두 뛰었지만 전북은 국가대표 골잡이 김신욱의 해트트릭에 힘입어 그들의 특산품 '닥공'을 맘껏 자랑했다.

그리고 전북은 14일 오후 9시에 벌어지는 텐진 어웨이 경기를 떠나기 전에 K리그1 단독 선두에 올라서고자 발걸음 가볍게 인천에 들렀다. 출국하는 공항도 가까운 곳이라 아시아 정상을 노리라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일정 배려 차원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렇게 놀라운 결과가 나올 줄은 아무도 몰랐다. 2부리그(K리그2)로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또 안간힘을 쓸 것으로 보이는 인천 유나이티드가 화끈한 맞불을 놓은 것이다. 봉동이장 최강희 감독의 표정도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가까스로 잔류왕 별명을 붙인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10일 오후 2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2018 K리그1 전북 현대와의 2라운드 홈 개막전에서 빠른 역습 능력을 자랑하며 3-2 펠레스코어 짜릿한 승리의 감격을 누렸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홈 개막전에서 승리한 것은 무려 8년만의 일이며 그 상대가 이번 시즌 트레블까지 노리고 있는 최강 전북 현대라는 사실이 더 놀랍다.

인천 유나이티드, 210초만에 승리의 기운 열다

화창한 봄날 토요일 오후를 맞아 7160명 축구팬들이 찾아온 숭의 아레나(인천축구전용경기장)가 예상보다 일찍부터 뜨거워졌다. 고형진 주심의 시작 휘슬 소리가 들리고 딱 210초만에 벼락골이 터진 것이다. 그런데 그 팀이 전북이 아니라 인천이었기에 홈팬들조차 놀랐다.

인천 유나이티드 새내기 효과가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이었다. 태국 부리람 유나이티드에서 뛰다가 임대로 온 수비형 미드필더 고슬기의 역습 패스를 받은 쿠비(본명 콰베나 아피아, 뉴질랜드)가 놀라운 스피드를 자랑하며 전북의 베테랑 풀백 최철순을 가볍게 따돌렸다.

강원 FC와의 시즌 첫 경기(3월 3일, 강원 2-1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였던 쿠비의 변신은 인천 유나이티드 팬들을 여러 차례 즐겁게 만들어준 것이다. 여기서 쿠비는 날카로운 얼리 크로스로 전북 골문을 위협했고 반대편에서 이 공을 기다렸다는 듯 몬테네그로에서 데려온 새 골잡이 무고사가 왼발 슛을 시도했다. 이에 전북 골키퍼 황병근은 오른손을 내밀어 그 공을 잘 막아냈지만 골문 왼쪽 기둥에 맞고 흐르는 공까지 처리할 수는 없었다. 그 순간 번개처럼 인천 유나이티드의 2년차 날개공격수 문선민이 나타나 가볍게 공을 밀어넣었다.

인천 유나이티드 팬들은 이 순간을 직접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상대가 최강 전북이었기 때문에 더 그렇게 보였다.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전북을 두려워하며 수비에만 마음을 두지 않았다. 고슬기 말고도 코스타리카 국가대표 미드필더 아길라르를 데려와 단 2경기만에 중원 지휘를 맡겼다. 동료들이 두 달에 걸쳐 준비한 동계 훈련에 참여하지 못했으면서도 아길라르의 적응력은 놀라웠다. 유연한 왼발 드리블과 듬직한 키핑력을 자랑삼아 인천 유나이티드의 최대 약점이었던 중원의 안정감을 되찾은 것이다. 13년 전 인천 유나이티드에 찾아와 멋진 경기 조율 실력을 뽐내던 야스민 아기치(크로아티아)가 떠오를 정도였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새로운 활력소 쿠비가 4분만에 선취골을 만들어내는 날카로운 크로스를 보내는 순간.

인천 유나이티드의 새로운 활력소 쿠비가 4분만에 선취골을 만들어내는 날카로운 크로스를 보내는 순간. ⓒ 심재철


하지만 전북이 이대로 인천 유나이티드의 상승세를 지켜보고만 있을 팀은 아니었다. 17분에 티아고가 왼쪽 측면에서 기습적인 얼리 크로스로 간판 골잡이 김신욱의 동점골을 만들어낸 것이다. 쳐다보지 않고도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는 전북의 닥공 비결이 담긴 멋진 순간이었다.

지난 시즌이었다면 여기서 인천 유나이티드는 전북의 닥공에 벌벌 떨며 주저앉았을 지도 모른다. 신구 조화를 이룬 인천 유나이티드는 조금도 전북을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달려들었다. 25분에 쿠비가 또 한 번 오른쪽 측면을 시원하게 털어버린 것이다. 국가대표 풀백 김진수를 앞에 두고 쿠비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낮게 깔려 전북 골문 앞으로 뻗어나갔고 이 공을 골잡이 무고사가 가볍게 오른발로 방향을 바꿔 성공시킨 것이다.

전북의 센터백이자 한국 국가대표 센터백 조합으로 떠오르고 있는 김민재 홍정호 사이에서 무고사의 움직임은 압권이었다. 전북이 이번 시즌에 그들이 원하는 세 개의 트로피(K리그1, AFC 챔피언스리그, FA컵)을 얻기 위해서는 수비 조직력을 더 가다듬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명장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39분에는 전북이 자랑하는 만능 미드필더 이재성이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들을 모두 따돌리고 강력한 왼발 슛으로 두 번째 동점골을 노렸다. 하지만 마무리 순간 너무 힘이 들어간 나머지 이재성의 왼발을 떠난 공이 크로스바를 강하게 때리고 나왔다. 이 경기 전북의 운명을 예고하는 듯한 불운이 느껴졌다.

그래도 전북의 두 번째 동점골은 전반전을 넘기지 않았다. 42분에 김진수가 왼쪽에서 감아올린 크로스를 인천 유나이티드 이태희 골키퍼와 수비수 부노자가 겹치는 바람에 잃어버린 공을 아드리아노가 재치있게 차 넣었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후반전에 뜻밖의 장면에서 짜릿한 결승골이 나왔다. 55분, 인천 유나이티드 미드필더 한석종의 기습적인 역습 패스가 전북 수비의 뒷공간에 떨어졌는데 이 공의 바운드를 골키퍼 황병근과 센터백 홍정호가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이 순간 인천 유나이티드의 문선민이 육상 단거리 선수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빠져들어가 빈 골문에 밀어넣었다.

두 팀은 공교롭게도 골키퍼의 판단 실수로 이번 시즌 초반에 주지 않아야 할 골을 허용하며 흔들리고 있다. 전북의 넘버 원 골키퍼 홍정남이 지난 달 13일 전주성에서 열린 가시와 레이솔(일본)과의 AFC 챔피언스리그 첫 경기에서 실수를 저질러 전반전에 0-2로 끌려가는 아찔한 상황을 겪은 뒤 새내기 송범근에게 그 자리를 맡겼는데 이번에 황병근이 더 큰 실수를 저지른 셈이다.

인천 유나이티드도 지난 3일 춘천에서 열린 강원 FC와의 시즌 첫 경기에서 이진형 골키퍼가 동료의 백 패스를 받아서 발로 차 내는 순간 실수를 저질러 골을 내주는 바람에 1-2 패배의 아픔을 겪었는데 이 경기에서도 이태희가 부노자와 충돌하는 아쉬운 장면이 나온 것이다.

이렇게 3-2로 앞서가기 시작한 인천 유나이티드는 후반전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도 수비 라인을 어설프게 내리지 않았다. 전북 벤치에서 '이동국, 로페즈, 신형민'을 교체 선수로 내보내며 특유의 후반전 닥공을 지시했지만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 라인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인천 유나이티드 후반전 교체 선수 둘(송시우, 김보섭)의 역습이 더 빛났다. 70분에 송시우의 왼발 슛과 82분에 김보섭이 오른발로 감아찬 기습적인 슛이 전북의 닥공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를 드러낸 것이다. 엉덩이를 뒤로 빼고 덜덜 떨면서 수비에만 치중한다고 해서 상대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인천 유나이티드가 근래에 보기 드문 명승부를 통해서 제대로 보여준 셈이다.

승리 앞에서도 인천 팬들은 무거운 마음을 덜어내지 못했다

 인천 유나이티드 서포터스가 경기 시작 전 개막 행사 순간 관중석 곳곳에서 "침묵 속의 구단주는 필요없다" 등의 플래카드를 펼쳤다.

인천 유나이티드 서포터스가 경기 시작 전 개막 행사 순간 관중석 곳곳에서 "침묵 속의 구단주는 필요없다" 등의 플래카드를 펼쳤다. ⓒ 이은규


실로 놀라운 결과였다. 인천 유나이티드 팬들은 지난 해까지 무려 4년동안 5월이 되어서야 '시즌 첫 승리'의 기쁨을 누려야 했다. 이기는 것보다 비기거나 지는 것에 익숙한 그저그런 하위권 팀이니까 그럴 것이라고 체념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 시즌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기력은 챔피언 전북 현대의 최강희 감독도 인정할 정도로 빠르게 올라왔다. 이 순간을 기다려왔던 팬들 입장에서는 펄쩍 뛰어 오르며 기뻐할 일이다. 하지만 2003년 팀 창단 때부터 오랫동안 응원해 온 인천 유나이티드 서포터스는 무거운 마음을 허공에 던져버리지 못했다.

상당수의 인천 유나이티드 팬들은 경기 시작 직전 개막 행사를 치를 때 관중석 곳곳에서 꽤 많은 플래카드를 펼쳐들고 강인덕 대표이사와 이기형 감독을 향해 그동안 쌓였던 울분을 터뜨렸다. 플래카드에는 '우리가 원하는건 인천유나이티드, 현실은 인덕유나이티드', '정상적으로 구단 운영하면 성적이 왜 안 나오니?', '인천판 국정농단 강인덕 사퇴하라', '침묵 속의 구단주는 필요없다', '정상화를 요구하는 우리가 비정상?', '대표이사 업무가 언론 플레이?' 등의 문구가 담겼다.

인천 유나이티드 서포터스 연합은 이미 지난 해 12월 20일 무거운 마음으로 열었던 기자회견을 통해 직권을 남용한 대표이사와 내부 분열을 방치하기만 한 감독의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그런데 유정복(인천시장) 구단주를 비롯하여 강인덕 대표이사, 이기형 감독 등 인천 유나이티드 구단 수뇌부는 서포터스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고 사과하거나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는 등 구단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전개하지는 않고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언론 플레이를 펼치며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덮으려고 하거나 왜곡하기만 했다.

인천 유나이티드 구단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새로 구성된 선수단과 서포터스가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기념 행사조차도 열지 않고 지난 1일 오전에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인터뷰실에서 소수의 참가자를 상대로 팬 간담회만 열었다. 여기서 나온 이야기는 그동안 강인덕 대표이사의 입을 통해 일부 언론에 소개된 내용과 다르지 않았다.

구단 정상화를 간절하게 바라는 목소리는 서포터스만 높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인천 유나이티드 시민주주연합에서도 지난 8일 오후 인천 유나이티드의 팀 성적과 관계없이 강인덕 대표이사와 이기형 감독의 사퇴를 촉구하는 인천 서포터스 연합의 입장을 적극 지지한다는 내용의 성명서 '유정복 구단주는 작금의 사태에 대하여 책임져야 한다'를 발표했다.

이 경기 종료 직후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E석을 돌아 서포터스가 운집한 S석에 다가서며 팬들과 함께 만세삼창을 외쳤지만 "이기형 나가라" 소리를 들었다. 감격적인 승리 뒤풀이가 무거워졌지만 서포터스는 불의를 눈감을 수 없었기에 결단을 내린 것이다. 결코 그들은 코치진과 선수들을 향해 거친 소리를 내뱉은 것이 아니었다. TV 생중계 MOM 인터뷰를 마치고 온 문선민 선수와는 추가로 만세삼창의 감격을 나눌 정도였다. 왜 그들이 강인덕 대표이사와 이기형 감독 동반 사퇴를 주장하고 있는지 이제는 유정복 인천 유나이티드 구단주를 비롯한 구단 수뇌부들이 답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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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8 K리그1 결과(10일 오후 2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

★ 인천 유나이티드 FC 3-2 전북 현대 [득점 : 문선민(4분), 무고사(25분,도움-쿠비), 문선민(55분,도움-한석종) / 김신욱(17분,도움-티아고), 아드리아노(42분)]

◎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
FW : 무고사
AMF : 문선민(79분↔김보섭), 아길라르(90+1분↔김대중), 한석종, 쿠비(68분↔송시우)
DMF : 고슬기
DF : 김용환, 부노자, 이윤표, 최종환
GK : 이태희

◎ 전북 선수들
FW : 아드리아노(62분↔이동국), 김신욱
MF : 티아고, 이재성, 정혁(66분↔신형민), 한교원(62분↔로페즈)
DF : 김진수, 홍정호, 김민재, 최철순
GK : 황병근

◇ 관련 기사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387667
◇ 인천 유나이티드 시민주주 연합 http://인천유나이티드시민주주연합.com/?act=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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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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