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서 '명장'은 어떤 의미일까. 스포츠의 특성상 여기에는 어느 정도의 객관적 데이터도 분명 존재하겠지만 주관적 평가도 더불어 따라붙는 것이 사실이다. 성적이라는 요소가 가장 뚜렷한 요소일 수 있겠으나 관계자와 팬들의 평가도 분명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들이 모여 롱런으로 이어진다.

이는 프로농구 역시 마찬가지다. 좋은 지도자가 가진 덕목 중 하나는 자신이 지휘하고 있는 선수들의 역량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것이다. 어차피 모든 것을 고르게 잘하는 선수는 극히 드물다. 선수의 잠재력이 10이라면 기량적인 부분이든 멘탈적인 부분이든 그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끌어주고 발전시켜줄 수 있다면 지도자로서 박수받을만 하다.

단체스포츠 농구에서는 플러스 마이너스도 존재한다. 설사 그 선수가 모든 것을 발휘하지 못한다 해도 팀에 녹아들어 제몫을 하게 만든다면 그 또한 다른 의미의 좋은 활용법이라 할 수 있다.

전주 KCC는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어찌보면 그것만으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말할 수 있겠으나 추승균 감독에 대한 소속팀 팬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각종 포탈사이트는 물론 팬카페, 공식 홈페이지 등에서는 추 감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연일 폭주하고 있다. 계약 마지막 해를 앞두고 있는 추 감독 입장에서 분명 유쾌한 상황은 아니다.

 전임 허재감독은 팀 전체가 하나가 되는 플레이를 중요시했다. 자신감있는 플레이는 밀어주는 편인지만 팀플레이를 깨는 이기적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한 모습이었다.

전임 허재감독은 팀 전체가 하나가 되는 플레이를 중요시했다. 자신감있는 플레이는 밀어주는 편인지만 팀플레이를 깨는 이기적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한 모습이었다. ⓒ 전주 KCC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던 신선우, 선수의 잠재력 끌어낸 허재

추 감독은 자신 이전에 KCC를 이끌었던 신선우, 허재 감독의 사례를 참고해볼 필요가 있다. KCC는 원년부터 프로농구 커리어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추 감독 이전 지도자는 신선우, 허재 두 명의 지도자밖에 없었다. 그만큼 감독을 선임하면 쉽게 바꾸지 않고 꾸준하게 믿어줬음을 알 수 있다.

물론 구단의 믿음만 가지고 감독이 장수할 수는 없다. 신선우, 허재가 좋은 성적을 내고 팬들에게도 지지를 받았기에 오랜 시간 롱런이 가능했다. 실제로 KCC팬들의 성원은 상당했고 두 감독 또한 각기 자신만의 왕조를 구축하며 이에 보답했다. KCC가 전국구 인기구단이 된 것도 이러한 과정이 쌓였기 때문이다.

신선우 감독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지도자였다. 이상민, 조성원, 추승균이라는 최고의 국내선수들에 조니 맥도웰, 재키 존스라는 걸출한 외국인 선수들을 앞세워 리그 2연패를 달성했을 당시에도 그는 변화를 시도했다.

당시 NBA(미프로농구)에서는 팀 던컨-데이비드 로빈슨의 '트윈타워'가 화제를 모았는데 신 감독 역시 이를 곧바로 받아들였다. 기동력과 3점슛까지 갖춘 전천후 센터 존스를 SK에서 상위 지명한 로렌조 홀과 맞트레이드했다. 맥도웰과 더불어 강력한 파워콤비를 구축한 것이다.

이외에도 신 감독은 베스트5 모두를 평균 이상 신장을 갖춘 선수들로 배치하고 함께 공격하고 수비하는 이른바 '토탈농구'를 펼치기도 했다. 어찌보면 그대로 안주했으면 더 안정적일수도 있었으나 끊임없이 공부하고 변화를 시도했기에 '신산'이라는 별명으로 KCC팬들에게 사랑받았다는 평가다.

신 감독과 농구를 하는 선수들은 후보까지도 바싹 긴장해야했다. 로테이션을 넓게 가져가는 특성상 언제 경기에 투입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스타들이 많았던 KCC였으나 신 감독은 로테이션을 매우 활발하게 가져갔다. 주전들의 체력비축도 필요했으나 상대를 당황케하는 전면압박수비 등 다양한 전술을 구사했기에 어느 정도의 출장시간이 모든 선수에게 고르게 돌아갔다.

경기 흐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싶으면 순식간에 코트에서 뛰고 있는 선수전원을 바꿔버리는 강수도 서슴지 않았다. 이는 각 선수들에게 적절한 긴장감과 동기부여를 제공하며 강팀 KCC의 명성을 유지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허재 감독은 해당 선수의 장점을 활용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허 감독은 선수 시절 팀을 넘어 국가대표 에이스였다. 그런 점에서 잘하는 선수만 편애하는 스타일 아닐까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후보선수들에게도 고르게 기회를 주는 유형이었다.

허 감독을 만나지 못했다면 신명호(35·183cm)는 그저 그렇게 잊혀질지도 모르는 선수였다. 포지션만 가드지 공격적인 부분에서 낙제점이나 다름없었다. 특히 슈팅력은 가드를 넘어 어지간한 센터보다도 좋지 못했다. 그럼에도 허 감독은 그의 빠른 발과 수비센스를 믿고 신명호를 리그 최고의 앞선 수비수로 키워냈다.

강병현(33·193㎝) 역시 전자랜드에서 자리를 못잡고 왔다가 허 감독을 만난 후 장기인 운동능력과 활동량을 마음껏 가져가면서 정상급 2번으로 성장했다. 임재현(41·182㎝) 역시 한때 팬들 사이에서 '임봉사'라는 굴욕적인 별명으로 불리며 선수생활의 위기에 빠진 적이 있었으나 허 감독과 함께 부활했다.

볼간수 능력에 약점이 있던 임재현을 구태여 1번으로서 팀을 이끌게 하기보다는 1~2번을 오가며 수비와 3점슛에 집중하는 역할을 맡겼다. 리딩 같은 부분은 함께할 수 있는 파트너를 붙여주면서 보조리딩 정도에 그치게 하며 부담감을 확 줄여줬다. 그 결과 임재현은 팀내 핵심 식스맨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수비는 전술대로 열심히 하되 공격은 자유스럽게 하라는 허 감독표 프리패스는 소속팀 원석들에게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했다는 평가다. 프로의 지명을 받았을 정도면 기본적인 자질은 가지고 있는지라 어떻게 그 잠재력을 끌어내느냐에 따라 확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 사례이다.

 추승균 감독 입장에서는 좀더 여유를 가지고 선수단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수장이 마음이 급해지면 팀도 흔들린다.

추승균 감독 입장에서는 좀더 여유를 가지고 선수단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수장이 마음이 급해지면 팀도 흔들린다. ⓒ 전주 KCC


성적이 전부가 아니다, 소통 통한 팬들과의 호흡도 '중요'

갈수록 토탈화 되어가고 있는 현대농구에서 포지션 파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어가고 있다. 해당 포지션을 완벽하게 소화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꼭 정통적인 역할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장신선수가 앞선에서 상대를 압박하고 빅맨이 외곽슛을 쏘는 것도 더 이상 어색하지 않은 시대다. 

유재학 울산현대모비스 감독은 정통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던 양동근(37·181㎝)을 국내최고 1번으로 성장시켰다. 어찌 보면 1번보다 2번이 더 어울렸을 수도 있는 양동근이었으나 보조리딩이 가능한 외국인선수를 붙여주고 팀 리딩시스템을 통해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으로 힘을 실어줬다. 그 결과 양동근은 동포지션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이른바 '파괴자'가 될 수 있었다. SK 문경은 감독 또한 비슷한 방식으로 김선형(30·187cm)을 대형 1번으로 키워냈다.

이상범 감독은 현 상황에서 선수가 가진 역량을 잘 뽑아내는 맞춤형 리더십을 통해 DB 의 선두행진을 이끌고 있다. DB는 이른바 '동부산성'으로 불렸던 팀이다. 김주성(39·205㎝), 윤호영(34·195.6cm)이라는 신장과 기동력을 겸비한 장신자들을 가졌던지라 높이에서만큼은 어느 팀에도 밀리지 않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는 적지 않은 나이와 부상 등으로 예전만큼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에 이 감독은 출장시간을 조절해주며 김주성, 윤호영 노장 파워를 활용하고 있다. 야구로 따지면 선발투수로 뛰던 선수들을 마무리 혹은 셋업맨으로 쓰고 있는 것이다.

대신 나머지 시간은 젊은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주며 이른바 모두가 함께 뛰는 농구로 팀 전체의 단합을 이끌어내고 있다. 끊임없이 상대팀과 치고받는 가운데 서로가 지쳐있을 후반에 김주성, 윤호영을 투입시켜 승부처에서의 베테랑 파워를 제대로 보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 점에서 KCC팬들은 추승균 감독에게 아쉬움이 많은 분위기다. 단순히 전략적인 부분은 차지하더라도 지나친 노장 위주의 운영으로 인해 팀의 에너지를 스스로 하락시키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많다. 로테이션이 제대로 돌고 있지 않아 노장은 노장대로 지치고 젊은 선수들은 동기부여를 잃은 채 의욕이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를 입증하듯 KCC는 후반 상대팀에서 체력전으로 나오게 되면 속수무책으로 밀리며 흐름을 넘겨주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노장 중심의 라인업 자체가 스피드에서 경쟁력이 없을뿐더러 주전선수들의 체력이 중반을 넘어서게 되면 급격히 고갈되기 때문이다.

포지션에 대한 융통성도 없는지라 무조건 적으로 단신 1번을 고집해 상대 장신가드에게 공수에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같은 시즌 내내 변화 없는 라인업은 상대팀에게 전술 운영까지 편하게 해주고 있어 팬들의 답답함은 더욱 깊어지는 분위기다. 신선우, 허재 등 전임 선배 감독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지극히 보수적인 운영방식이다.

물론 추 감독에게도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고 자신만의 시즌 플랜 역시 있을 것이다. 올 시즌이 감독 계약 마지막 해인지라 재계약에 관한 문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래도 검증되지 않은 선수들보다는 베테랑 위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게 편할 수 있다.

하지만 시즌 내내 반복되는 결과나 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오히려 그런 방식이 안정감을 깨트리는 악재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추 감독 입장에서는 한가지 방식만 고집할 것이 아닌 좀 더 여유를 가지고 현 상황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KCC는 그 어떤 팀보다도 팬심이 두터운 팀으로 꼽힌다. 무조건적으로 팬들의 의견에 동요할 필요는 없겠지만 적어도 불만이 지속된다면 왜 그런 것인지 돌아볼 필요는 있다. 응원하고 질책하는 팬들 역시 KCC를 사랑하는 일원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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