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인터트랩 포스토

치즈인터트랩 포스토 ⓒ 마운틴무브먼트스토리


CGV가 14일 단독 개봉하는 영화 <치즈인터트랩>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그동안 수입 예술영화를 단독개봉 형식으로 수입배급사들에게 영향력을 장악했던 대기업이 한국영화까지 단독개봉으로 가면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치즈인터트랩>의 배급사가 리틀빅픽처스라는 점도 논란을 키우고 있는 요소다. 리틀빅픽처스는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이하 제협)와 회원사들이 출자해 설립한 배급사다. 자본금을 댄 주주인 제협과 회원사들은 현재 대기업 상영-배급 분리를 주장하며 독과점 반대 운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배급사는 CGV 단독개봉을 받아들이면서 이중적인 태도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내 영화사들이 대기업 단독개봉에 예민한 이유는 전형적인 대기업의 줄 세우기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독개봉은 주로 대부분의 극장들이 외면하는 작품을 일부 상영관에서 개봉해 왔던 경우에 진행돼 왔다. 그런데 요즘 추세는 대기업이 마케팅 능력 등을 활용해 가능성 있는 작품을 입도선매 하듯 독점 상영하는 식이다.

물론 대기업이나 배급사는 흥행 가능성은 있으나 흥행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작품들을 살려낸다는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단독개봉을 택한 영화사들은 대기업이 홍보마케팅을 지원해 주고 상영관과 상영 시간도 일정부분 배려해 주면서 극장 확보의 어려움을 해소시켜 준다는 것이다. 대기업 쪽은 가능성 있는 영화를 자신들의 축적된 힘을 활용해 흥행을 도움을 주는 것이기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리틀빅픽처스 권지원 대표는 3일 "CGV 단독개봉은 제작사와 협의해서 결정한 것으로, 상영관을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영화를 위해서도 배급사 입장에서는 가장 좋은 방식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권 대표는 또한 "제협이 배급사 설립에 역할을 한 것과는 무관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배급사 대표로서 홍보마케팅 비용을 많이 들일 수 있는 형편도 아니어서 경영상의 여러 어려움을 고려해 배급전략의 하나로 판단한 것"이라며 그는 "CGV 단독개봉이라고 해도 개인이나 지역의 단관극장들에서도 같이 개봉한다"고 덧붙였다.

 영화산업을 수지계열화하고 있는 대표적 기업 CJ와 롯데.

영화산업을 수지계열화하고 있는 대표적 기업 CJ와 롯데. ⓒ CJ, 롯데시네마


겉으로는 '서로의 이익', 실제는 '줄 세우기'

대기업과 중소배급사들이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문제는 이게 수직계열화를 심화시키는 전형적인 방식이라는 데 있다. 대기업과 배급사가 서로의 이익을 강조해도 결과적으로는 대기업의 영향력을 강화시키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자신들의 힘을 활용해 군소배급사들을 줄 세우기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CGV가 단독개봉을 통해 흥행시킨 사례로는 대표적으로 지난 2017년 8월 개봉한 외화 <킬러의 보디가드>가 있다. 최근에 개봉한 외화 <월요일이 사라졌다>도 CGV가 단독개봉을 통해 안정적인 스크린 수와 상영회수를 배려하면서 4일 70만 관객을 넘어섰다. 그동안은 주로 수입 영화들이 단독개봉 대상이었는데 <치즈인더트랩>은 한국영화 중 대기업 단독개봉 첫 사례라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크다.

영화계 일부에서는 리틀빅픽처스가 한국영화 CGV 단독 개봉의 첫 주자가 된 것에 허탈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일부 제작자와 독립영화 진영에서는 대기업독과점 반대 운동에서 적극 역할을 하고 있는 제작자들에게 진정성이 있는 거냐는 의문까지 제기하고 있다.

한 제작자는 "표리부동하고 말 따로 행동 따로 라며 결국 개인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반독과점 운동을 이용하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며 불쾌함을 나타냈다. 지난 11월 발족한 '영화 다양성 확보와 독과점 해소를 위한 영화인 대책위' (반독과점 영대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 회원은 "다른 배급사는 몰라도 어떻게 리틀빅픽쳐스가 CGV에 줄서는 행동을 할 수 있냐"며 "안 좋은 선례를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물론 CJ-롯데 등 대기업이 제작-투자-배급-상영까지 도맡아 영화시장을 절대적으로 장악한 상태에서 이들을 모두 피해 영화 일을 하기는 수월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영화산업의 구조상 대기업과 업무적인 부분 등에서 전혀 얽히지 않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냉철하게 보면 제협이 출자했다고 해서 회사 경영에 대한 대표자의 판단을 제어하기가 간단치는 않을 것"이라며,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반독과점 운동을 펼치는 것이니만큼 업무적으로 얽힐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부분과 독과점 반대 운동은 구분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열린 반독과점 영대위 참립총회

지난해 11월 열린 반독과점 영대위 참립총회 ⓒ 성하훈


현실과 명분의 차이

그러나 반독과점 운동에 주도적으로 나서는 사람들이 도리어 대기업의 혜택을 보는 이중적 행동을 하고 있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롭기 어려워 보인다. 반독과점 운동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나타내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리가 필요한 것이다.

국내 영화제작배급사의 한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할 거면 리틀빅픽처스가 아예 배급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반독과점 운동의 전면에 나서는 영화인들에게는 대기업이 눈치를 보듯 여러 형태로 배려를 해주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들러리 서는 것과 같다"고 유감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반독과점 영대위의 한 관계자는 "제작자들 내부에서도 현실과 명분에 차이가 있다 보니 고민이 많은 것 같다"며 "내부적으로도 문제제기가 있었고, 구체적으로 대기업과 어디까지만 업무적으로 협력해야 하는지 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문제 때문에라도 더욱 반독과점 운동이 필요하다"며 "이번 주에 내부회의를 하고 다음 주에는 공개적인 토론회를 열어 영화인들의 뜻을 모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치즈인터트랩 단독개봉 독과점 C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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