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팬텀 스레드>의 한 장면.

영화 <팬텀 스레드>의 포스터. ⓒ UPI코리아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없는 집단의 속살을 엿보는 쾌감. 그것이 1950년대 영국 상류 사회라면? 사교계 사람들, 그 중에서도 이들의 외형에 큰 영향을 준 옷과 관련한 이야기가 국내 관객과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영화 <팬텀 스레드>가 27일 서울 용산 CGV에서 언론에 선공개 됐다. 이미 CGV 아트하우스 '아카데미 기획전'에 포함돼 일부 관객과 만났지만 공식 개봉을 앞두고 언론 시사회를 가진 것.

절대 권위와 그것에 도전하는 감정

정확하게 이 영화는 당시 사교계를 주름 잡던 유명 의상디자이너 레이놀즈(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그가 데려온 모델이자 그를 사랑하게 된 알마(빅키 크리엡스) 간 감정 교류를 그렸다. 우연히 식당에서 일하던 알마를 보고 자신의 뮤즈가 돼 달라 권한 이후 두 사람은 오랜 시간을 함께 작업하고 정서적으로 교류한다.

문제는 두 사람 사이에서 떠돌던 감정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알마를 이성적으로 품지 않고 그저 자신의 모델로만 대하는 레이놀즈, 분명 자신을 좋아해서 의상실로 데려왔다고 믿는 알마는 종종 다툼과 화해를 반복한다.

의상실이라는 닫힌 공간에서 레이놀즈의 권위는 절대적이다. 모든 직원과 심지어 레이놀즈의 친누나이자 실무를 돕는 시실(래슬리 맨빌)조차 그의 감정을 하나하나 다 맞춰준다. 이 정돈된 분위기에 균열을 내는 존재가 바로 알마다. 아침 식사 자리에서 혹은 작업 중 시시콜콜하게 말대답을 하는 알마는 레이놀즈 입장에선 굉장한 짜증을 유발시키는 존재다. 동시에 자신이 디자인 하는 의상에 딱 맞는 완벽한 몸매를 갖고 있기에 마냥 내칠 수만은 없다.

영화는 레이놀즈에게 사랑을 갈구 혹은 강요하는 알마의 심리 변화를 동력 삼아 극적으로 흐른다. 마냥 그의 마음이 열리기를 요구하고 기다리는 알마는 시간이 지나며 점점 광기를 품게 되고, 그에 따라 레이놀즈 역시 반응한다. 고용자와 피고용자 혹은 동료의 구도가 어느새 고통을 주고 그 고통을 즐기는 구도로 바뀐다.

 영화 <팬텀 스레드>의 한 장면.

영화 <팬텀 스레드>의 한 장면. ⓒ UPI코리아


이 정서를 마조히즘과 새디즘으로 해석할 여지가 크다. 사랑을 갈망한 한 여성과 좀처럼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았던 한 남성 간 감정의 구도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결말 부분까지 기다리고 볼 가치가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보이지 않는 실' 취급을 받던 알마가 어느새 레이놀즈 마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물론 보편적이라고 할 순 없다. 관객에 따라선 이 설정에 공감 못할 가능성도 크다. 그렇다 하더라도 영화 <데어 윌 비 블러드> 등으로 명배우 반열에 오른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은퇴작이다. 그는 이 작품을 끝으로 더 이상 연기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볼 요인이 있지 않을까.

한 줄 평 : 비극에도 쾌감이 있다. 인간의 또 다른 이면을 발견하다
평점 : ★★★(3.5/5)

영화 <팬텀 스레드> 관련 정보
원제 : Phantom Thread
감독 : 폴 토마스 앤더슨
주연 : 다니엘 데이 루이스, 빅키 크리엡스
제공 및 배급 : UPI 코리아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 130분
개봉 : 2018년 3월 8일


팬텀 스레드 다니엘 데이 루이스 아카데미 오스카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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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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