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이 끝났지만 개봉하기까지 2년이 걸렸다. 그만큼 원작의 무게감이 컸던 걸까. 정유정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 7년의 밤> 출연 배우와 감독이 이에 대한 이유를 전했다.

27일 오전 서울 압구정 CGV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 류승룡, 장동건, 고경표, 추창민 감독이 참석했다. 저마다 원작의 매력과 영화의 차이점을 강조했다. 영화는 우발적 사고로 아이를 죽인 한 사내와 복수를 꿈꾸는 또 다른 사내를 중심으로 밀도 높은 심리싸움을 그렸다.

배우들의 바람 

사고를 일으키고 아이 시신까지 유기한 최현수 역의 류승룡은 "원작을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한 장을 넘길 때마다 다음 장이 기대되는 작품이라 영화화되길 원했다"며 "처음 캐스팅 전화가 왔을 때 영광이면서도 굉장히 두려웠다"고 전했다.

장동건 역시 "원작을 보며 오영제 캐릭터를 연기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다행히 류승룡씨가 최현수 역을 맡는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캐릭터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극 중 사이코패스로 치밀한 복수를 실행하는 것에 대해 장동건은 "여한이 없을 정도로 제 한계치에서 최선을 다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 7년의 밤> 예고편에서 머리 모양부터 분위기까지 모조리 바꾼 장동건을 향해 '역대급 변신'이라는 반응이 댓글로 달리기도 했다.


"오영제를 하면서 엠자 탈모의 매력을 보였다(웃음). 원작에선 이해할 수 없는 사이코패스라고 나오는데 거기에 매몰되지 않고 전형성을 벗어나기 위해 좀 더 인간적으로 접근하려 했다.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카메라 앞에서 여러 연기를 시도했다. 배우로서 여한이 없는 작품이다. 머리 모양에 있어선 감독님의 제안이었는데 처음엔 뭘 그렇게까지 하나 싶었지만 완성된 스타일을 보고선 저 같지 않은 낯선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정말 탈모는 아니고) 면도칼로 살짝 밀면서 만들었다." (장동건)

이에 비해 고경표는 직접 자신의 스타일을 감독에게 제안한 경우였다. "<광해>의 큰 팬이기도 하고 류승룡, 장동건 선배와 같이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 필사적으로 달려들었다"며 고경표는 "예전에 머리를 밀고 찍은 화보 사진을 보여드리며 감독님을 설득하려 했다"고 말했다. 고경표는 극 중 오영제의 복수의 대상이 되면서 동시에 살인자 아빠 현수를 미워하게 되는 최서원 역을 맡았다. 이 역할을 위해 고경표는 15kg이나 살을 빼는 등 필사적 노력을 했다.

왜 늦어졌을까

원작 소설의 팬 입장에선 <7년의 밤> 개봉이 늦어진 것에 대한 여러 생각이 있을 법했다. 실제로 지난해 개봉 예정이었지만 후반 작업 등을 이유로 결국 미뤄지게 됐고, 오는 3월 개봉을 확정하게 됐다.

추창민 감독은 "<광해, 왕이된 남자> 이후 여러 작품 제의를 받았는데 고민이 많았다"며 "결과적으로 다른 작품을 해야겠다. 거기에 가장 부합한 게 정유정 작가의 작품이었다"고 운을 뗐다.


"제 기존 작품이 인간의 선함에 대한 것이었다면 이번엔 악함에 대한 것이더라. 원작을 보고 역시 고민이 많았다. 원작만큼, 원작이 이룬 성과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워낙 기대치가 높아서 제가 영화로 만든 후 어떤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확신이 안 섰다. 그럼에도 해야 했던 이유가 바로 소설에 쓰인 작가의 말 중 '그러나''(사실과 진실 사이엔 항상 그러나가 존재한다'는 구절-기자 주) 때문이었다. 

영화 관객 분들은 현상을 기억하시기 마련이다. 근데 원작의 힘은 바로 '그러나'에 있다. 왜 사건이 벌어지게 됐고, 어떻게 진행되는지 본질을 보이는 것이다. 그걸 영화로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영화에선 인물들의 과거를 보여주는 등 여러 설정이 나온다. 관객 분들께서 그런 점을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만큼 CG 작업이 오래 걸렸다. SF 장르라면 비사실적으로 가도 괜찮을 텐데 이건 더욱 현실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에 안개나 소리 등에서 완성도를 높이고 정성을 다하고 싶었다. 그래서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추창민 감독)

영화 <7년의 밤>은 오는 3월 28일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