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 영화 <골든슬럼버> 인터뷰 제공 사진.

"늘 같은 이야기만 하고, 같은 장르만 찍는 건 재미없다"는 강동원. 그는 '스타 파워'의 힘을 잘 알고, 잘 쓸 줄 아는 배우다. ⓒ YG엔터테인먼트


스타가 된다는 건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신이 가진 유명세와 '이름값'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더 많은 일이 가능하도록 만들 수 있는 사람들. 배우 강동원은 영화계에서 그런 사람 중 하나다.

'강동원'이라는 세 글자만으로 모을 수 있는 세상의 관심과 자본의 힘. 강동원은 이를 잘 활용할 줄 아는 배우다. 오컬트 장르의 <검은 사제들>, SF 장르인 <초능력자>처럼 아직 대중에게 생소한 장르의 영화화를 가능하게 하고, 신인 감독 작품에 대중의 관심이 쏠리게 한 것도 모두 강동원의 힘이었다. 이동진 영화 평론가가 그를 일컬어 "모험적 시도에서 스타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훌륭하게 증명해내는 배우"라면서, "강동원을 일종의 장르명으로 쓸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평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강동원은 이를 "갈증 때문"이라고 표현했다. 20대의 강동원이 그저 살아남기 위해, 배우로서 자리 잡기 위해 치열하게 사는 데 급급한 배우였다면, 지금의 강동원은 "새로움을 이야기하고 싶은 배우로서의 갈증"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늘 같은 이야기만 하고, 같은 장르만 찍는 건 재미없어요. 한국 영화가 장르적으로 국한되는 것도 싫고요. 관객들도 분명 새로운 이야기나 장르에 대한 갈증이 있거든요. 하지만 투자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안전한 작품에 투자하고 싶어 하죠. 저는 이 사이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출연하면 관객들이 친숙함을 느끼는 부분이 어느 정도는 분명 있고, 어느 정도 자본도 끌고 올 수 있는 위치도 됐거든요. 이런 것들을 가지고 매번 하던 이야기만 하면서 '사람들도 좋아하겠지?' 하는 것보다는, 실패할 가능성이 있더라도 새로운 것들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강동원의 모험들 

 강동원 영화 <골든슬럼버> 인터뷰 제공 사진.

<골든슬럼버>는 7년 전 동명의 일본 소설을 읽은 강동원이 직접 제작을 제안한 영화다. ⓒ YG엔터테인먼트


그런 강동원이 이번에 택한 작품은 <골든슬럼버>다. 7년 전 동명의 일본 소설을 읽은 강동원이 직접 이 영화의 제작을 제안했다고. 강동원을 필요로하는 숱한 이야기 속에서, 강동원이 정말로 만들고 싶었던 이야기인 셈이다.

영화는 선량한 시민이 어느 날 갑자기 거대한 음모에 휘말려 암살범으로 몰리고, 친구들의 도움으로 온갖 역경과 고난을 이겨낸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원작 소설이 감시 사회의 이면과 빅브라더의 존재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였다면, 영화는 여기에 더해 친구들의 우정과 믿음에 대한 메시지에도 무게를 뒀다. 이건 각색 과정에서 강동원이 낸 아이디어였다. "주인공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었다"는 이유였다.

"원작은 찝찝하게 끝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주인공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다는 마음이 제일 컸던 것 같아요. 권력에 부딪치고 싸워 이길 수 없다는 이야기보다는, 통쾌한 복수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거든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영화의 희망적인 메시지를 통해 진짜 세상이 행복한 세상에 조금 더 다가가길 바랐다는 강동원. 그는 <골든슬럼버>를 본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며 순수했던 어린 시절 친구들과의 추억을 기억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는 강동원의 관심 키워드와도 맞닿아 있다. 그의 요즘 핵심 키워드는 '행복'. 강동원은 인터뷰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 '행복 전도사 같다'는 말에 웃음을 터트린 그는 말을 이었다.

"전 행복하려고 일을 하거든요. 근데 주위는 행복하지 않고 저만 행복하면 진짜 행복이라고 할 수 없잖아요. 행복한 사회가 돼야 저도 배우로서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그래서 배우라는 직업이 좋은 것 같아요. 작품을 통해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고, 즐거움도 드릴 수 있고. 제가 인간이나 사회에 대해 느끼는 생각들을 영화를 통해 질문을 던질 수도 있잖아요. 이건 배우가 가져아 할 사명감, 고민이라고 생각해요." 

'꼰대' 될까 걱정하는 서른 여덟 강동원

 강동원 영화 <골든슬럼버> 인터뷰 제공 사진.

데뷔 20주년을 앞둔 강동원. 그는 "잘 살고 싶고, 자연스럽게 나이 들고 싶다"고 했다. ⓒ YG엔터테인먼트


스무 살에 모델로 데뷔했고, 내년이면 데뷔 20주년이 된다. 20주년 기념 이벤트라도 준비하는 게 있느냐 물으니 "아 그런 거 제일 싫다. 못할 것 같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언제부턴가 점점 생일파티도 하기 싫고 쑥스럽고 그렇더라고요. 그래도 나이 드는 건 좋아요. 외모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난히 배우 외모에 민감한 것 같아요. 나이 드는데 얼굴이 그대로면 너무 무섭지 않나? 하하하. 

그래도 잘 살아야겠다는 마음은 들어요. 나이들 수록 어떻게 살아왔는지 얼굴에 보이더라고요. 잘 살면 멋이 생기는데, 못살면 좀 흉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다들 느끼지 않나요? 그렇게 늙고 싶진 않아요. 자연스럽게 나이 들고 싶어요."

강동원은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계속 스스로를 점검하고 주위에 항상 묻는다"고 했다. 아직 '꼰대 같다'는 소리를 직접 들은 적은 없다면서도 "(꼰대 근성이) 아주 없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풋풋한 꽃미남의 대명사였던 강동원이 어느새 '꼰대' 소리 듣지 않을까 걱정해야 하는 나이가 된 것이다. 

어느덧 데뷔 19년. 강동원은 "이룬 꿈도 없고, 이루지 못한 꿈도 없다"고 했다. 좋은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꿈은 아직 이루지 못했고, '내 집 마련'과 같은 꿈은 이뤘기 때문이다. 살아남기에 급급했던 20대, 그리고 이 정글 같은 연예계에서 살아남은 30대. 강동원의 19년은 이렇게 흘러왔다.

40대 앞둔 강동원, 그의 새로운 도전

 강동원 영화 <골든슬럼버> 인터뷰 제공 사진.

강동원은 오랫동안 꿈꿔왔던 할리우드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 YG엔터테인먼트


강동원은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할리우드 진출이 코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강동원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인 영화 <쓰나미 LA>는 역사상 가장 거대한 쓰나미가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덮치는 재난 블록버스터다.

이번 할리우드 진출은 2016년부터 꾸준히 시도한 결과다. "틈만 나면 미국으로 오디션을 보러 갔다"는 강동원. 이미 한국 무대에선 '톱'인 그가 할리우드 진출을 꿈꾼 이유는 "큰 시장에 가보고 싶었다"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국내 영화 제작 환경 개선을 바랐기 때문이다.

"제작 환경 개선을 위해선 돈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선 영화가 더 큰 시장에서 개봉될 수 있어야 해요. 전 배우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강동원은 "극 중 한국인으로 소개되는데, 내 연기가 어색하면 한국인들에게 너무 미안할 것 같다"고 말했다. 흘러가듯 내뱉은 말에서 지금 강동원이 느끼고 있을 흥분과 부담감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잘하고 싶어요. 새로운 환경이 주는 흥분도 있고, 한국이랑 할리우드는 제작 시스템이 다르다고들 하는데 얼마나, 어떻게 다른지 직접 경험해보고도 싶고요. 배워올 거 있으면 열심히 배워오려고요. 대화가 얼마나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하하하." 


강동원 골든슬럼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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