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완벽한 축구장은 없다. 좀처럼 내주지 않을 것 같은 상대의 빈틈을 누가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발견하여 파고들 수 있는가 하는 점에서 승리 팀이 나온다. 첼시의 윌리안이 골대 불운을 두 차례나 겪고도 결국 그 빈틈을 제대로 발견해냈지만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는 좀 더 쉽게 상대의 빈틈을 발견했다.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감독이 이끌고 있는 FC 바르셀로나(스페인)가 한국 시각으로 21일 오전 4시 45분 런던에 있는 스탐포드 브리지에서 벌어진 2017-2018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첼시 FC(잉글랜드)와의 어웨이 경기에서 리오넬 메시의 귀중한 동점골에 힘입어 1-1로 비기고 다음 달 홈 경기로 열리는 2차전을 조금 유리한 입장에서 치를 수 있게 되었다.

양쪽 기둥 번갈아 때린 '윌리안', 끝내 명품 선취골

디펜딩 챔피언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 파리 생 제르맹(프랑스)의 16강 대진만큼이나 많은 축구팬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또 하나의 경기가 런던에서 먼저 열렸다. 과연 첼시 FC가 영원한 우승 후보 FC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어느 정도의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느냐가 관심사였던 것이다.

비록 공 점유율에서 '첼시 32% - 68% 바르셀로나', 패스 성공률에서도 '첼시 74%(246개 성공) - 90%(778개 성공) 바르셀로나'로 밀렸지만 첼시 FC의 홈팬들은 유능한 드리블러 에덴 아자르와 윌리안이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해주었기 때문에 희망을 잃지 않았다.

특히 윌리안은 전반전에만 바르셀로나의 골대 양쪽 기둥을 번갈아 때리는 날카로운 슛 실력을 보여주며 홈팬들을 흥분시켰다. 먼저 33분에 윌리안의 오른발 감아차기가 골키퍼 테어 슈테겐이 지키고 있는 바르셀로나 골문으로 날아들었다. 테어 슈테겐이 반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습적인 슛이었지만 그 공은 야속하게도 오른쪽 기둥을 때리고 나갔다.

그리고 8분 뒤에도 윌리안은 머리를 감싸쥘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반 박자 빠른 윌리안의 오른발 중거리슛이 상대 골키퍼 테어 슈테겐의 예측보다 빠르게 날아들었다. 그것이 또 골대 불운으로 끝날 것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이번에는 왼쪽 기둥을 때리고 나온 것이다.

아마도 전반전이 끝나고 난 뒤 윌리안은 깊은 시름에 잠겼을 것이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어느 선수보다 컨디션이 좋은 날인데 골대 불운을 두 번이나 겪으면서 결정구를 날리지 못하는 것이 몹시도 아쉬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윌리안의 세 번째 도전은 62분,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를 짧게 처리했을 때 반짝반짝 빛났다. 에덴 아자르의 패스를 받은 윌리안이 이번에는 공을 띄워서 감아찬 것이 아니라 낮게 깔아서 강한 회전을 넣은 것이다. 윌리안의 오른발을 떠난 공은 골문 앞에 몰려있는 선수들 다리를 피해 기막히게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골키퍼 테어 슈테겐도 손을 쓸 수 없는 타이밍이었고 또 구석이었다.

이니에스타와 리오넬 메시의 눈빛 나누기

좀처럼 빈틈을 내주지 않을 것 같았던 이 경기 양팀의 기 싸움은 이렇게 벌어지고 기울어진 것이다. 윌리안의 선택은 정말 놀라웠다. 그만큼 다양한 드리블과 킥 기술을 익혀두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상대의 빈틈은 우연히 벌어질 수도 있지만 이처럼 자신만의 노력으로 선택지를 여러 개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명장면이었다.

첼시의 홈팬들은 열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남은 시간이 어느 정도 있기에 바르셀로나의 반격을 걱정해야 했다. 거기에는 에덴 아자르, 윌리안을 충분히 능가할 수 있는 실력자들이 즐비했기 때문이다.

정말로 바르셀로나의 실력자들은 상대의 빈틈을 정확히 발견하여 한치의 오차도 없이 자기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고 말았다. 75분에 첼시의 수비 라인에서 어설픈 횡 패스가 이루어진 것이다. 왼쪽 측면에서 크리스티안센의 패스가 너무 길게 뻗어오는 바람에 반대쪽에서 균열이 생겼다.

'메시 동점골' 바르사, 첼시와 1-1 무승부 영국 런던 스탬퍼드 브리지에서 열린 2017-20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첼시와의 1차전에서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가 동점골을 터뜨린 후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이날 메시는 팀이 0-1로 끌려가던 후반 30분 첼시의 골망을 가르며 동점골을 뽑아냈다. 1차전을 1-1 무승부로 마친 바르셀로나와 첼시는 내달 15일 캄프 누에서 8강 진출을 놓고 격돌한다.

▲ '메시 동점골' 바르사, 첼시와 1-1 무승부 영국 런던 스탬퍼드 브리지에서 열린 2017-20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첼시와의 1차전에서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가 동점골을 터뜨린 후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이날 메시는 팀이 0-1로 끌려가던 후반 30분 첼시의 골망을 가르며 동점골을 뽑아냈다. 1차전을 1-1 무승부로 마친 바르셀로나와 첼시는 내달 15일 캄프 누에서 8강 진출을 놓고 격돌한다. ⓒ EPA/연합뉴스


이 순간 첼시의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이미 머리를 감싸쥐고 있었다. 수비수들의 저 횡 패스가 어처구니 없는 실수라는 뜻이기도 했다. 바르셀로나의 베테랑 두 선수는 이 빈틈을 놓치지 않고 눈빛을 주고받았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이 패스를 가로챈 다음 곧바로 방향을 바꿔 뒤로 패스를 밀어준 것이다. 거의 동시에 이 가로채기 타이밍을 정확히 이해한 능력자가 따라붙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바로 리오넬 메시였다. 그의 왼발 인사이드 슛은 홈팀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를 그냥 주저앉게 할 뿐이었다. 8강 진출을 위해 너무나 필요했던 동점골이었다.

역시 축구는 상대의 실수 앞에서 얼마나 적절하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한 갈림길을 이루는 법이다. 거친 상대의 압박에 대부분의 시간을 허비하는 듯해도 이 순간 하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기술면에서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는 축구장의 진리를 또 한 번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입증한 셈이다.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이 귀중한 동점골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다음 달 15일 홈 구장 캄프 누에서 벌어지는 2차전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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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7-2018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결과(21일 오전 4시 45분, 스탐포드 브리지-런던)

★ 첼시 FC 1-1 FC 바르셀로나 [득점 : 윌리안(62분,도움-에덴 아자르) / 리오넬 메시(75분,도움-안드레스 이니에스타)]

◎ 첼시 선수들
FW : 페드로 로드리게스(83분↔알바로 모라타), 에덴 아자르, 윌리안
MF : 마르코스 알론소, 은골로 캉테, 세스크 파브레가스(84분↔다니 드링크워터), 빅토르 모지스
DF : 안토니오 뤼디거, 안드레아스 크리스티안센, 세자르 아스필리쿠에타
GK : 티보 쿠르투아

◎ 바르셀로나 선수들
FW : 안드레스 이니에스타(90+1분↔안드레 고메스), 루이스 수아레스, 리오넬 메시
MF : 파울리뉴(63분↔알렉스 비달), 세르히오 부스케츠, 이반 라키티치
DF : 호르디 알바, 사무엘 움티티, 헤라르드 피케, 세르지 로베르토
GK : 마르크-안드레 테어 슈테겐

◇ 16강 2차전 일정(3월 15일 목요일 오전 4시 45분, 에스타디오 캄프 누)
FC 바르셀로나 - 첼시 FC
축구 리오넬 메시 FC 바르셀로나 첼시 FC 윌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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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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