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한국시간) 전직 메이저리거 에스테반 로아이자의 체포 소식이 전해졌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로아이자는 지난 10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20kg이 넘는 헤로인 또는 코카인을 소지한 혐의로 체포되었으며 마약 운송 및 판매 혐의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아이자는 통산 126승을 기록한 멕시코 출신의 우완투수로, 8개 팀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저니맨 중 하나다. 전성기였던 2003 시즌에는 21승 9패 평균자책점 2.90과 함께 리그 탈삼진 1위에 등극하며 아메리칸리그 사이영 상 투표에서 2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때 리그를 호령하기도 했던 투수가 순식간에 마약상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그라운드에서 별처럼 빛났던 스타 플레이어들도 은퇴 이후의 삶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반인들보다도 훨씬 빠른 나이에 은퇴하면서 남은 인생을 새롭게 꾸려나가야 하는 입장이다. 당연히 사회에 재진출하면서 많은 부침을 겪게 되고, 그 과정에서 나쁜 길로 빠지거나 불행한 사건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처럼 불행한 말년을 겪어야 했던 사람들은 누가 있었을까.

외로운 죽음... 쓸쓸히 세상을 떠난 사람들

'빨간 장갑의 마술사' 고 김동엽 감독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그야말로 불꽃 같은 남자였다. 이북 출신의 김동엽 감독은 어린 시절 6·25 전쟁 당시 월남하면서 낯선 땅에 발을 디뎠다. 불같은 다혈질로 현역 시절에는 폭력배들과 싸운 것이 문제가 되어 젊은 나이에 은퇴했고 지도자로서도 구단과 자주 충돌하며 13번이나 해임당하는 기록을 남겼다. 그라운드를 떠나서는 해설가, 탤런트, 강사, 리포터 등 다양한 일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말년은 매우 불운했다. 술과 도박 등으로 경제적으로 궁핍한 생활을 했고, 가족과도 멀어지면서 외로운 삶을 살았다. 1997년 해태 타이거즈의 고문으로 임명되며 야구계로 돌아오려 했으나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4월, 혼자 기거하던 용산구 동부이촌동의 한 원룸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하면서 생을 마감했다. 향년 59세의 때 이른 죽음이었다.

'맨발의 조' 조 잭슨 역시 외로운 말년을 보냈다. 잭슨은 1910년대의 슈퍼스타로 타이 콥, 베이브 루스 등 전설적인 선수들에게까지 칭송 받던 강타자였다. 그러나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그의 인생을 바꿔버렸다. 잭슨은 구단주에 대한 분노와 반발심으로 일명 '블랙삭스 스캔들'로 불리는 승부조작 사건에 가담, 월드시리즈를 고의로 패배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분노한 여론과 사무국은 잭슨 등 8명의 가담자들을 영구 제명하는 조치를 취했으며 그 길로 잭슨의 야구 인생 또한 마감됐다.

잭슨은 이후 고향으로 낙향해 술집과 세탁소를 운영하면서 여생을 보냈다. 그토록 찬란한 커리어를 갖고 있었음에도 아무도 그를 찾지 않았고, 야구에 관한 일이라곤 동네 아이들이나 젊은 선수들에게 야구를 가르치거나 메이저리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전부였다. 술집을 경영하던 때, 과거 그와 경쟁하던 타이 콥이 그를 알아보고 말을 걸자 "다른 이들처럼 당신도 나를 외면할 줄 알았다"는 대답은 잭슨의 쓸쓸한 말년을 대변해주는 말과 같다. 잭슨은 1951년 심장마비로 쓸쓸히 사망한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그의 사후 블랙삭스 스캔들에 대한 재조사를 통해 명예회복을 도모했지만 오늘날까지 그의 결백에 대해 밝혀진 것은 없다.

미키 맨틀, 켄 캐미니티... 술과 약물에 찌든 사람들

뉴욕 양키스의 영구 결번이자 메이저리그 사상 최고의 스위치히터로 꼽히는 미키 맨틀은 술에 찌들어 아내와 네 아들들까지 알코올 중독으로 빠뜨린 남자였다. 경기장에서 맨틀은 그야말로 '천재'라는 수식어로도 부족한 대선수였다. 세 차례의 MVP 수상과 네 차례 홈런왕에 등극한 슈퍼스타로 수비와 주루, 송구까지 뛰어났던 5툴 플레이어 중의 5툴 플레이어였다.

그러나 경기장 밖에서 맨틀은 대선수에 어울리지 않는 사생활을 즐겼다. 맨틀의 집안에는 '호지킨 림프종(호킨스병)'이라는 유전병이 있었고, 이 병으로 인해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포함한 일가 친척 상당수가 40도 되기 전에 요절했다. 맨틀 스스로도 이 병에 걸릴 것이라고 믿으며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술을 퍼마셔댔고, 알코올 중독에 빠져 가족들의 인생까지 파괴해버렸다. 모아둔 돈도 사업 실패와 과소비 등으로 모두 날려버리며 어두운 말년을 보냈다.

맨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족한 타자이지만, 캐미니티 역시 90년대 최고의 스위치히터 중 하나였다. 3루수로서는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비력을 자랑하며 세 차례의 골드글러브를 따냈고, 타석에서는 많은 홈런을 때려내며 1999 시즌 내셔널리그 MVP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캐미니티 역시 사생활이 매우 나빴다. 선수 시절부터 알코올 중독으로 병원에 입원하고 했고, 상습적인 마약 복용으로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은퇴 사유 중 하나에 코카인 복용 도중 현행범으로 체포된 것이 있었을 정도다. 은퇴 후에는 스포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기록이 약물로 얼룩진 것이었다고 고백하며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기도 했다. 유니폼을 벗은 후 우울증에 시달리던 캐미니티는 끊임없이 술과 마약에 손을 댔고, 결국 은퇴한지 3년이 채 되지 않은 2004년 코카인 남용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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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5기 박윤규
비운의스타 김동엽 조잭슨 캔캐미니티 미키맨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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