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전쟁'이라 불리는 UEFA 챔피언스리그가 14일(한국시간)부터 다시 시작된다. 지난해 9월부터 펼쳐진 조별리그를 통해 16개의 팀만이 빅이어(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향한 토너먼트에 초대받았다.

챔피언스리그는 유럽 내 축구 대회 중 가장 권위 있는 대회다. 챔피언스리그라는 이름에 걸맞게 각 리그의 챔피언과 챔피언에 버금가는 팀들이 참가해 자웅을 겨룬다. 유럽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을 따내기 위해 구단들은 그 어떤 대회보다 최선의 방식으로 경기에 임한다.

유럽 최고의 팀들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승리를 원하는 만큼 경기의 수준은 세계의 그 어떤 리그보다 높다. 실력적인 측면에서는 올 여름 열리는 월드컵 참가국보다 챔피언스리그 참가팀이 앞설 정도다. 챔피언스리그의 명성대로 16강부터 빅매치가 수두룩하다.

뚜껑을 열지 않은 경기 중 어떤 경기가 명경기가 될지는 미지수지만, 이름값만 고려하면 16강 8경기 중 3경기는 이미 '꿀잼'이 보장된다. 그 중 이번 주에 팬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할 챔피언스리그 16강전 2경기를 살펴본다.

'노련미'와 '패기'의 격돌 - 유벤투스 FC vs. 토트넘 홋스퍼

EPL 토트넘, 아스널에 1-0 승리 10일 오후(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과 토트넘의 27라운드 경기. 손흥민은 70분을 뛰었으나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다.

지난달 14일 에버턴과 경기에서 시즌 11호 골(리그 8호)을 기록한 이후 EPL에서는 4경기째 침묵이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을 합치면 6경기째 무득점이다.

▲ EPL 토트넘, 아스널에 1-0 승리 지난 10일 오후(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과 토트넘의 27라운드 경기. 손흥민은 70분을 뛰었으나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다. 지난달 14일 에버턴과 경기에서 시즌 11호 골(리그 8호)을 기록한 이후 EPL에서는 4경기째 침묵이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을 합치면 6경기째 무득점이다. ⓒ 연합뉴스/EPA


손흥민의 소속팀으로 한국 팬들이 지대한 관심을 보내고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토트넘 홋스퍼와 이탈리아 축구의 거인 유벤투스 FC의 경기가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16강전의 첫 경기다. 두 팀의 경기는 유벤투스의 '노련미'와 토트넘의 '패기'로 압축해서 설명이 가능하다.

먼저 유벤투스에는 베테랑 선수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다. 살아있는 '골키퍼의 전설' 잔루이지 부폰이 건재하고 수년 간 유벤투스의 핵심 수비수로 활약 중인 지오르지오 키엘리니도 여전하다. 사미 케디라와 곤살로 이과인 등 챔피언스리그에서 다년 간의 경력을 쌓은 선수들도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유벤투스의 주전급 선수들 대부분이 베테랑 반열에 오른 반면 토트넘의 주력 멤버들은 젋다. 선발로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선수 중에 만 30세 이상의 선수는 단 세 명 뿐이다. 특히 토트넘의 현재이자 미래인 공격진들의 연령대는 상당히 어리다. 최근 토트넘판 '판타스틱 4'라고 불리는 케인-손흥민-알리-에릭센 공격 조합의 평균 연령은 고작 24.7세다. 그들의 주무기는 경험보다는 빠른 속도와 폭발적인 에너지다.

기본적인 스피드에서 상대보다 우위에 있다는 점과 더불어 토비 알데르베이럴트를 제외하고는 부상 선수가 없다는 사실도 토트넘의 어깨를 가볍게 한다. '판타스틱 4'를 중심으로 컨디션 회복 중인 에릭 라멜라와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팀에 합류한 루카스 모우라의 존재도 힘을 더한다. 속도감 높은 직선적인 공격은 팀 전체적으로 스피드에 약점이 있는 유벤투스에게 안성맞춤이다.

 챔피언스리그 유벤투스-바르셀로나 전에서 2골을 넣은 파울로 디발라

챔피언스리그 유벤투스-바르셀로나 전에서 2골을 넣은 유벤투스의 파울로 디발라 ⓒ 연합뉴스/EPA


반대로 유벤투스는 무려 6명의 선수가 부상으로 16강 1차전에 참가하지 못한다.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역시 파울로 디발라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전 FC 바르셀로나와 대결에서 눈부신 활약으로 스타덤에 오른 디발라는 지난 달 당한 부상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올 시즌 디발라가 지난 시즌만큼의 영향력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공격 옵션 하나를 잃은 점은 유벤투스에 아쉬운 대목이다.

사실 유벤투스에는 디발라보다 블레이즈 마투이디의 결장이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마투이디는 단단한 수비력으로 수비진을 보호함과 동시에 왕성한 활동량으로 엔진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올 시즌 출발이 좋지 못했던 유벤투스가 다시 정상 궤도로 복귀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마투이디의 활약이 있었다. 그의 부재는 유벤투스에 상당한 부담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벤투스를 향한 우려의 시선이 크지만, 그들은 스스로가 가진 경험의 무게로 이를 극복할 힘이 있다. 유벤투스는 최근 3시즌 중 두 번이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무대를 밟았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이탈리아 클럽 특유의 끈끈함으로 상대를 제압했다. 삐걱거렸던 시즌 초반 분위기도 극복했다. 유벤투스는 최근 공식전 16경기에서 단 1실점 만을 허용했다. 마침 상대는 유벤투스의 끈끈한 거미줄 수비에 먹잇감으로 충분한 젊은 공격수들이다.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맞대결이다.

'발롱도르' 현 수상자와 차기 후보의 대결 - 레알 마드리드 vs. PSG

 5월 15일(한국시각)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16-2017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7라운드 세비야와 홈경기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4-1로 승리했다. 이날 호날두는 2골을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쳤다.

지난 2017년 5월 15일(한국시각)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16-2017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7라운드 세비야와 홈경기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4-1로 승리했다. 이날 호날두는 2골을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쳤다. ⓒ EPA/ 연합뉴스


디펜딩 챔피언 레알 마드리드가 16강부터 거대한 산을 만났다. 상대는 프랑스의 최강자 파리 생제르망(아래 PSG)이다. 단연 16강전 최고의 매치업이다. 전 세계의 이목이 한데 모이고 있다.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의 시작점에 불과한데 암표 가격이 한화로 무려 3000만 원까지 치솟았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이유는 명확하다. 두 팀의 대결은 '현재'의 권력과 '미래' 권력의 정면 충돌이기 때문이다. 현재 유럽 축구의 패권을 쥐고 있는 클럽은 레알이다. 지난 시즌 빅이어를 들어 올리면서 전무후무한 '챔피언스리그 2연패'의 금자탑을 쌓았다. 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동시에 우승했던 지난 시즌과 달리 올 시즌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만 12번 우승한 레알은 경시할 수 없는 상대다.

레알의 성공의 상징은 단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다. 2017년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를 수상한 호날두는 여전히 팀의 주포로 활동하고 있다. 전체적인 퍼포먼스의 하락세가 뚜렷하지만 근래에 다시 경기력을 회복하고 있다. 지난 주말 소화했던 레알 소시에다드와의 리그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오른발과 왼발, 그리고 머리로 각 한 골씩을 만들어 낸 '퍼펙트 해트트릭'이었다.

호날두는 '챔피언스리그의 사나이'다. 챔피언스리그 5회 연속 득점왕 자리를 차지했고, 올 시즌 현재 9골을 기록하면서 득점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약체 아포엘 FC를 상대로 4골을 몰아친 점을 감안하더라도 무시무시한 득점력이다. 올시즌 레알이 노릴 우승컵이 트로피가 챔피언스리그밖에 없다는 사실도 호날두의 집중력을 증가시킨다. 호날두도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아직 시즌을 포기하지 않았다'라고 말하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프랑스 리그 축구팀 파리 생제르맹(PSG)의 공식 트위터 글.

프랑스 리그 축구팀 파리 생제르맹(PSG)의 공식 트위터 글. ⓒ PSG 트위터


아직까지 살아있는 권력인 레알에 도전하는 PSG의 위세도 만만치 않다. 가까운 미래에 유럽을 제패하고자 하는 클럽답게 지난 여름 '차기 발롱도르 수상자'로 꼽히는 네이마르를 바르셀로나에서 데려왔다. 네이마르 한 선수에게 3000억에 가까운 이적료를 소비한 PSG는 또 한 명의 '차기 발롱도르 후보' 킬리안 음바페마저 팀에 합류시켰다. 기존에 있던 에딘손 카바니까지 더해 PSG는 'MCN(음바페-카바니-네이마르)' 트리오라는 무기를 보유하게 됐다.

여러 가지 구설수와 다르게 MCN 공격 조합은 위력을 떨치고 있다. 올 시즌 세 선수가 합작한 골만 70골이 넘는다. 허리 라인과 수비진에도 출중한 선수들이 배치되어 있는 PSG는 리그에서 압도적으로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리그컵 결승전까지 진출했고, 프랑스의 FA컵에 해당하는 쿠프 드 프랑스에서도 승승장구다. 거칠 것이 없는 PSG이다.

리그를 비롯한 자국 대회에서 손쉽게 승리를 챙기는 것이 가능하기에 PSG는 챔피언스리그에 힘을 집중할 수 있다. 체력적인 측면에서 플러스 요소다. 그러나 난이도가 낮은 경기에 익숙해진 점은 걸림돌로 다가올 수 있다. PSG가 그간 좋은 전력을 구축했음에도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단계에서 다소 부진했던 기억은 우연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이번 시즌 조별리그에서도 PSG는 여지없이 강호 바이에른 뮌헨에 패했다. 뮌헨이 비정상적으로 돌아갈 당시 첫 대결에서는 PSG가 3-0의 압승을 거뒀지만, 뮌헨이 정상적인 경기력을 회복하고 가진 두 번째 대결에서는 완패를 당했다. PSG에는 감독 우나이 에메리가 레알전을 앞두고 선수들의 경기력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또한 PSG의 중원과 수비진의 밀도는 화려한 공격진과 별개다. 객관적으로 레알에 뒤쳐진다. 레알은 토니 크로스와 루카 모드리치로 이어지는 화려한 중원과 공격수보다 날카로운 수비수 마르셀로 등이 건재하다. PSG에도 티아고 실바와 마르코 베라티 같은 이름값 있는 선수가 있지만, 레알에 비할 바는 못된다. PSG가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소개한 두 경기를 제외하고도 다음주에 펼쳐지는 바르셀로나와 첼시의 대결도 16강전을 대표하는 빅매치다. 스페인의 난적 세비야 FC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대결 구도도 흥미롭다. 전 세계 축구 팬들을 열광시킬 매치들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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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스리그 16강전 유벤VS토트넘 레알VSP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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