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의 가사들이 간직한 심리학적 의미를 찾아갑니다. 감정을 공유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의미까지 생각하는 '공감'을 통해 음악을 보다 풍요롭게 느껴보세요. - 기자 말

졸업시즌이다. 많은 이들이 인생의 한 장을 마무리하고 꿈을 위해 새로운 출발을 한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올곧이 꿈만 보고 나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 취업과 상급학교 진학이라는 현실과 마주치면, 꿈은 조금 접어두고 일단, 현실적으로 가능한 혹은 편안한 길을 가고픈 유혹을 느낀다. 아니, 간직 해 온 꿈은커녕, 현실과 타협해 무난한 길을 택했는데도 이마저도 길을 내어가기 녹록지 않다.

이럴 때,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이적과 김동률의 프로젝트 그룹 카니발 1집으로 세상에 알려졌지만, 2007년 인순이의 리메이크로 더욱 가슴을 울렸던 노래 '거위의 꿈'(작사 카니발, 작곡 김동률). 졸업과 입학 시즌을 앞두고 <가사 공감>에서는 여섯 번째 이야기로 '거위의 꿈'을 통해 꿈을 현실로 만들어 가는 법에 대해 알아본다.

내면 깊숙이 숨어드는 꿈

 졸업시즌이 돌아왔다.

졸업시즌이 돌아왔다. ⓒ 픽사베이


'난, 난 꿈이 있었죠~'

노래는 꿈의 존재를 과거시제로 이야기하며 시작한다. 꿈이란 아마도 내가 원하는 삶,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일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고유한 자신만의 색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리고 그 색에 맞는 꿈과 목표를 가지고,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살아간다. 아주 어렸을 적에 우리는 꿈에 대해 비교적 솔직했다. '왕자'나 '공주'가 되고 싶다 말하는 것도 부끄럽지 않았다.

그런데 자라나면서 아주 운이 좋은 경우가 아니라면, 꿈을 이야기 했을 때 지지받는 일은 많지 않다. 주변의 반응과 현실적인 문제들을 겪으면서 우리의 꿈은 '버려지고 찢겨 남루'해진다. 그리고 더 이상 상처받기 싫어 이 꿈을 '내 가슴 깊숙이 보물과 같이 간직'하게 된다.

꿈을 드러내지 못하고 의식 넘어 무의식의 영역, 마음 깊숙이 저장하는 것이다. 때로는 너무 깊숙이 꿈을 숨겨서 나 자신조차 꿈을 인식하지 못할 때도 있다. 하지만, 나의 내면 깊은 곳 어딘가에서 이루지 못한 꿈, 나 자신이 되고 싶은 꿈은 여전히 소중히 간직되고 있다.

나의 꿈을 방해하는 것들

이렇게 나의 꿈을 움츠러들게 하는 건 무엇일까. 입시 위주의 교육시스템, 일자리 부족 등 사회의 구조적 문제, 여기에 더해 성별, 나이, 장애, 성적 지향, 인종 등에 따른 뿌리 깊은 편견들은 나의 꿈을 비웃고, 무시한다. '혹 때론 누군가가 뜻 모를 비웃음을 내 등위 흘릴 때도'라는 가사는 이런 현실적인 제약들을 뜻한다 할 수 있다.

더 속상한 건 나를 잘 아는 사람들도 나의 꿈을 인정해주지 않는 다는 것이다. 나를 비웃지 않고 오히려 '늘 걱정하듯' 말하면서 '헛된 꿈은 독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그들은 바로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일 때가 많다. 내가 가진 고유한 꿈을 존중해주기 보다는 자신이 못 이룬 꿈을 투사해 대신 이루어 주기 바라는 부모, 학생 개개인이 흥미나 적성보다는 '좋은 대학'만을 고집하는 선생님, 경쟁에서 이겨야만 한다고 가르치는 어른들은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이지만, 내게 꿈보다 현실에 적응하라고 이야기 한다. '세상은 끝이 정해진 책처럼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라고' 그러니 그냥 주어진 삶이나 살아내라고 한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난 사람들은(아마 우리 대부분은) 자신의 꿈을 일찌감치 접거나, 혹은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고, 사회적 편견과 주변 사람들로부터 투사당한 꿈을 나의 꿈으로 착각하고 자라나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기계적으로 살아가며 공허하고 지루한 일상을 살아가게 된다.

꿈을 믿는다는 것

하지만 다행히도, 이 노래의 주인공은 마음 속 깊이 간직했던 꿈을 다시 꺼낼 수 있었다. 그래서 첫 소절에서 '난, 난 꿈이 있었죠'라고 꿈을 과거의 것으로 표현했던 노래 속 화자는 이제 '난 난 꿈이 있어요' 라고 현재 시제로 노래한다. 다시 꺼낸 꿈에 대한 믿음은 '희망'이 되어 준다.

때문에 비웃음과 편견 속에서 '난 참아야했죠. 참을 수 있었죠'라고 노래했던 주인공은 이제 참는데 그치지 않고 꿈을 위해 당당히 나아가기로 다짐한다.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저 차갑게 서 있는 운명이란 벽 앞에 당당히 마주칠 수 있어요' 라고 노래하면서 말이다. 내가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이것은 '희망'과 맞닿아 있다.

'희망'은 일반적으로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라는 의미로 사용되곤 한다. 하지만, 심리학에서 '희망'은 '경로사고(pathway thinking)'와 '주도사고(agency thinking)'를 합친 개념이다. 희망 연구의 대가인 Snyder에 따르면 '경로사고'란 바라는 목표에 이르는 방법을 찾는 것을 뜻하고, '주도사고'란 해낼 수 있다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과 동기를 말한다.

즉, 심리학적으로 희망이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상태를 이야기 한다. 노래 속 화자는 희망의 의미 중 '주도사고'가 매우 높은 상태인 것 같다. 때문에 '언젠가 나 그 벽을 저 하늘을 높이 날을 수 있어요' 라고 계속 노래한다. 그리고 '내 삶의 끝에서 나 웃을 그 날을 함께해요'라며 노래를 마무리한다. 

꿈이 현실이 되려면


그런데 삶의 끝에서만 웃을 수 있다면 조금 억울하지 않은가.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는 미래였다. 또한 미래라고 생각했던 그 순간을 맞닥뜨린 그 때는 이미 현재가 된다. 때문에 미래에 더 잘되기 위해 현재를 참고 견뎌내다 보면, 정작 실존하는 유일한 시간인 현재를 미래를 위해 희생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현재에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고 그리면서 꿈을 꾸는데 그치지 않고 꿈을 실천해 간다면 어떻게 될까? 비록, 완성된 꿈은 아닐지라도 하루하루를 꿈의 일부분을 실천하면서 살아간다면, 현재 역시 단지 '견뎌내는' 시간이 아닌 보다 의미 있는 시간으로 가꿀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꿈을 지금, 여기서 실천할 수 있을까. 우선 꿈을 특정 역할이나 목표가 아닌 가치에 두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작가'가 꿈인 사람을 가정해보자. 공식적으로 작가가 된다는 건 등단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거위의 꿈

난 난 꿈이 있었죠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
내 가슴 깊숙히 보물과 같이 간직했던 꿈

혹 때론 누군가가
뜻 모를 비웃음 내 등 뒤에 흘릴 때도
난 참아야했죠 참을 수 있었죠 그날을 위해

늘 걱정하듯 말하죠
헛된 꿈은 독이라고
세상은 끝이 정해진 책처럼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라고

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저 차갑게 서 있는 운명이란 벽 앞에
당당히 마주칠 수 있어요

언젠가 나 그 벽을 넘고서
저 하늘을 높이 날을 수 있어요
이 무거운 세상도
나를 묶을수 없죠 내 삶의 끝에서
나 웃을 그날을 함께해요

즉, 공모전이라는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데 이기고 지는 것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따라서 '작가'가 되는 것을 꿈으로 삼게 되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까지 신경 써야 하기에 더욱 고달프다. 그리고 공모전만 겨냥해 글을 쓰다보면 오히려 진정성이 떨어지는 글을 쓰게 될 확률이 높다. 정말로 공모전에 당선돼 '작가'가 되었다 치자. 이젠 꿈을 이뤘으니, 더 이상 이룰 꿈이 없어져 버린다. 앞서 언급했듯이 꿈은 희망과도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꿈이 사라졌다는 것은 희망이 사라진 것 같은 공허감을 가져다준다.

등단 후 슬럼프를 겪거나 우울감을 느끼는 작가들이 많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 꿈을 '작가'가 아닌 '좋은 글을 쓰는 것'에 두어보자. 좋은 글을 쓴다는 것은 지금 당장, 작가가 되기 위한 과정 중에서 언제든지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 나아가 작가가 된 후에도 좋은 글을 쓰겠다는 꿈은 계속 유지되고 더 좋은 글을 쓰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준다. 특정 역할이나 목표가 꿈이 될 땐 결과만 중요하기 때문에 지금 나의 현재는 무시된다. 나아가 목표를 달성한 후에 꿈이 사라지는 허무감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가치를 꿈으로 두었을 때는 지금 여기서부터 나는 꿈을 실천하게 되고 계속해서 내 삶의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

또 한 가지 방법은 앞서 이야기 한 '희망'의 두 가지 요소(주도사고와 경로사고) 중 '경로사고'를 발달시키는 것이다. '나는 해낼 수 있다'고 스스로를 믿고 동기를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낼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찾아보고 실천하는 것이다. 즉, '좋은 글을 쓰는 것'을 꿈으로 둔 사람이라면, '나는 할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믿음을 갖고 동기부여를 하게 될 것이다(주도사고). 그리고 이 꿈을 현재에 있게 하기 위해서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방법'을 찾고 실천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책을 많이 읽기, 매일 문장 연습하기, 사전에서 새로운 단어들을 살펴보기 등 구체적인 방법을 찾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희망의 경로 사고이고, 이 두 가지가 어우러질 때 꿈은 우리에게 진정한 희망이 되어 줄 것이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머머리즘(mummerism)'이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정상 에 오르는 것만을 중요시 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에 오르는 과정, 산에 길을 내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것에서 기쁨과 즐거움을 찾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정상에 오르는 것에만 의미를 둘 경우, 정상에 오르는 과정에서 만나는 어려움들은 그저 방해물이 될 뿐이다.

하지만, 정상에 오르는 길 자체에 의미를 둔다면 가는 도중 만나는 어려움이나 힘든 순간도 모두 소중한 순간들이 된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길도 이와 같다. 꿈을 '가치'에 두고, '희망'의 진정한 의미를 따라갈 때 꿈은 현재진행형이 되고, 지금의 어려움도 값진 경험이 될 수 있다.

지금, 삶의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고 있는데 어딘가 막힌 것 같고 답답하다면, 마음 속 깊이 숨겨진 꿈이 무엇인지 성찰해보자. 그 꿈을 다시 꺼내어 '가치'의 형태로 적어보자. 그리고 '거위의 꿈'을 들으며 스스로에게 '할 수 있다'고 말해주면서 지금 여기서 꿈의 실현을 위해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보자. 그럴 때 '내 삶의 끝에서 나 웃을 그날을 함께'하는 것은 물론, 지금-여기서 살아내고 있는 나의 일상도 꿈을 실천하는 기쁨과 즐거움, 보람됨으로 채워갈 수 있을 것이다.

* 참고한 책

- 문요한 저, <천 개의 물음, 하나의 해답>, 북하우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필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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