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관련 사진.

영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관련 사진. ⓒ 쇼박스


한때 설 연휴나 추석 연휴만 되면 찾아오는 국내 시리즈물이 있었다. 흔히 말하는 조폭물, 그러니까 조직폭력배와 그에 얽힌 사건을 소재로 한 코미디 영화들이다. 설정 자체는 슬랩스틱 코미디에 엉뚱한 상황들이 담겨 있어 웃음을 유발했지만 한편으론 돈과 힘이면 뭐든 되는 세태를 반영하는 꼴이라 내심 불편했던 것도 사실이다.

2012년 <가문의 영광5>를 끝으로 이러한 조폭 코미디물도 거의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무주공산이던 연휴 극장가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때로는 각종 권력형 범죄 이야기가 채우곤 했다. 그 틈에서 빛났던 코미디물이 있었으니 바로 <조선명탐정> 시리즈다.

무엇이 달라졌나

2011년 첫 선을 보였으니 벌써 8년째다. '각시투구꽃의 비밀'(2011), '사라진 놉의 딸'(2015)에 이어 올 설 연휴엔 '흡혈괴마의 비밀'(아래 <조선명탐정3>)이 출격 대기 중이다.

일단 지난 29일 언론에 선 공개된 <조선명탐정3>는 전편들에 비해 보다 장르적 특징이 강화된 모양새였다. 김민(김명민)과 서필(오달수) 콤비, 그리고 정체모를 여인(김지원)의 등장이라는 기본 틀은 여전했으나 사건과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부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듯 이번 시리즈엔 흡혈귀(이민기)가 등장한다. 하나 둘 사라지는 양반집 자제들을 추적하던 김민과 서필은 괴력을 가진 여인 월영을 만나며 불가사의한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간다는 게 주요 이야기 골격이다. 흡혈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서 벌어지는 촌극은 관객들을 충분히 웃길만하며, 여기에 얽힌 음모를 밝히는 과정에선 나름 박진감도 보인다.

 영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관련 사진.

ⓒ 쇼박스


장점과 단점이 함께 있다. 전작들은 사건 자체가 매우 현실적이었고, 있음직한 것들이었다. 나라를 뒤흔든 불량은괴 유통(사라진 놉의 딸)과 공납비리 음모(각시투구꽃의 비밀)는 그 자체로 역사적 개연성이 짙어서 몰입하기 쉬웠는데 3편에선 왕과 신하 사이 권력에 대한 사건으로 눙친 경향이 있다. 이는 흡혈귀라는 설정 안에서 각 인물들이 역할을 해야 했기에 어느 정도 사건의 규모를 키우기엔 한계가 있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전편에 비해 다소 단순해진 사건 나열은 몰입감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한다.

동시에 전편과 달리 각 캐릭터, 특히 여성과 조연급 캐릭터의 균형감은 살았다. 배우 김지원의 첫 상업영화 주연이기도 한 <조선명탐정3>는 김지원 중심의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월영의 역할을 키우는 데 주력했다. 이 때문에 서필의 분량이 좀 적어졌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데 나름 서필에게 보다 코믹한 상황 설정을 부여함으로써 균형을 맞추려한 흔적도 보인다.

 영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관련 사진.

ⓒ 쇼박스


시리즈물의 향방

지난 29일 언론 시사회에서 김석윤 감독이 말한 대로 이후 시리즈물의 관건은 '방향성'이 아닐까 한다. 이미 결말 부분에 좀비를 연상케 하는 내용을 넣어 4편을 어느 정도 예고했는데 과연 좀비와 시대적 배경을 어떻게 녹일지 궁금하게 만든다.

많은 관객들이 그러하듯 연휴 특수를 노린 이런 코미디 사극에 어떤 작품성과 예술성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온 가족이 부담 없이 보고 웃게 하는 것만으로도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두는 셈인 장르다. 이 기준으로 보면 1990년 말부터 2000년대까지 명절 극장가를 수놓은 여타 조폭 시리즈물보다 훨씬 나아진 결과물 아닐까. 할리우드 부럽지 않은 장수 코미디 시리즈물을 명절 때마다 두고두고 보고픈 마음이다.

한 줄 평 : 진일보한 조선명탐정 시리즈의 장수를 기대한다
평점 : ★★★(3/5)

영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관련 정보

감독: 김석윤
출연: 김명민, 오달수, 김지원, 김범
특별 출연: 이민기
제공 및 배급: 쇼박스
제작: 청년필름
크랭크인: 2017년 8월 7일
크랭크업: 2017년 10월 26일
러닝타임: 120분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18년 2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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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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