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이상으로 체급이 세분화 된 복싱에 비해 UFC에서는 꽤 오랜 기간 동안 라이트급,웰터급,라이트헤비급,헤비급으로 이어지는 5개 체급을 유지했다. 그러다가 타 단체에서 경량급이 인기를 끌고 UFC가 WEC를 인수하면서 UFC에도 페더급과 밴텀급, 플라이급을 신설됐다. 지금은 남자부 8체급, 여자부 여자부 4체급(스트로급,플라이급,밴텀급,페더급)으로 단체가 운영되고 있다.

다른 체급들은 저마다 고유의 이름이 있지만 유독 라이트 헤비급은 고유의 이름을 갖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라이트 헤비급의 인기는 UFC의 인기를 주도한다고 할 만큼 그 위상이 대단했다. 초창기에는 척 리델과 티토 오티즈가 전설의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고 2010년대로 접어든 후에는 라샤드 에반스,료토 마치다,퀸튼 잭슨, 마우리시오 '쇼군' 후아로 이어지는 군웅할거의 전국시대가 열렸다.

그리고 쇼군에게 '타격에 의한 탭아웃'이라는 굴욕을 안겨준 존 존스가 등장하면서 존스의 독주시대가 열렸다. 존스가 음주운전으로 타이틀을 박탈 당한 후에는 미국 레슬링 국가대표 출신의 다니엘 코미어가 새로운 황제로 등극하며 체급을 평정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나이로 불혹에 접어든 코미어의 은퇴시기가 가까워지면서 라이트 헤비급의 향후 판도가 위태로워지고 있다.

존 존스 이후 UFC 라이트 헤비급을 지배한 챔피언

 미국 레슬링 국가대표 주장 출신의 코미어는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챔피언으로 격투팬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매우 좋다.

미국 레슬링 국가대표 주장 출신의 코미어는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챔피언으로 격투팬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매우 좋다. ⓒ UFC.com


미국 아마추어 레슬링 국가대표 주장 출신의 코미어는 올림픽에만 두 번 출전했을 정도로 '격이 다른 레슬러'였다. 2009년9월 북미 2위 단체였던 스트라이크 포스를 통해 종합격투기에 데뷔한 코미어는 압도적인 레슬링 실력을 바탕으로 연전연승을 벌였다. 아마추어 레슬러 시절에는 -96kg급에서 활약했지만 종합격투기에서는 헤비급으로 활약했다.

무명에 가까워던 코미어가 격투팬들에게 널리 알려진 계기는 에밀리아넨코 표도르, 알리스타 오브레임, 파브리시우 베우둠 등이 참가하며 화제를 모은 스트라이크포스 헤비급 토너먼트였다. 표도르가 조기 탈락한 대회로 기억되는 스트라이크포스 헤비급 토너먼트에서 코미어는 제프 몬슨과 안토니오 실바, 조쉬 바넷을 차례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2013년 4월 UFC 데뷔전을 치른 코미어는 프랭크 미어와 로이 넬슨을 연파하며 UFC 헤비급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보였다. 하지만 코미어는 팀 동료인 케인 벨라스케스와 싸울 수 없다며 라이트 헤비급으로 체급하향을 선언했다. 동료와 싸우느니 자신이 감량의 부담을 더하겠다는 선택이었다. 코미어는 라이트헤비급 전향 1년 만에 타이틀 도전권을 따냈지만 극강의 챔피언이었던 존스를 만나 생애 첫 패배를 당했다.

이후 존스가 음주운전으로 타이틀을 박탈 당했고 코미어는 앤서니 존슨을 꺾고 새로운 UFC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에 등극했다. 코미어는 알렉산더 구스타손과 앤더슨 실바(논타이틀전), 존슨을 제압하고 라이트 헤비급 최강자리를 굳혔다. 작년 7월 존스와의 재대결에서 3라운드 KO로 패하며 타이틀을 빼앗겼지만 존스가 약물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오면서 챔피언 벨트는 다시 코미어에게 돌아갔다.

코미어는 21일 볼칸 우즈데미르를 상대로 3차 방어전을 치렀다. 스위스 출신의 우즈데미르는 UFC진출 후 오빈스 생 프루와 미샤 커쿠노프, 지미 마누아를 차례로 꺾고 단숨에 랭킹 2위까지 치고 올라온 라이트 헤비급의 신성이다. 하지만 코미어는 수준 높은 클린치와 그라운드에서의 압도적인 우위를 앞세워 우즈데미르를 2라운드 KO로 가볍게 제압했다.

상위권에 노장들 즐비, '인성 불합격' 존 존스 재등장?

 '2005년' 프라이드 그랑프리 우승자 쇼군은 2018년에도 UFC 라이트 헤비급 6위에 올라 있다.

'2005년' 프라이드 그랑프리 우승자 쇼군은 2018년에도 UFC 라이트 헤비급 6위에 올라 있다. ⓒ UFC.com


아무리 독주하는 챔피언이 있다 해도 그를 꺾기 위한 강력한 도전자들이 끊임없이 등장해 주면 그 체급의 흥미와 인기는 꾸준히 유지된다. 조르주 생 피에르, 조제 알도가 독주하던 시절의 웰터급과 페더급처럼 말이다. 하지만 1979년에 태어난 코미어는 그 시절의 GSP나 알도처럼 젊은 선수가 아니다. 실제로 코미어는 우즈데미르전을 앞두고 향후 2~3경기 정도를 치르고 은퇴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만약 코미어가 최강의 자리를 유지한 채 챔피언으로 선수생활을 마감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는 코미어 개인에게는 물론이고 UFC와 종합격투기 역사에서도 매우 의미 있는 기록이 될 것이다. UFC 역사에서 챔피언의 자리를 유지하면서 선수 생활을 마감한 선수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미어 은퇴 후의 라이트헤비급 구도를 전망해보면 UFC는 마냥 여유를 부릴 수가 없다.

현재 라이트 헤비급 상위권에는 글로버 테세이라(1979년생), 지미 마누아(1980년생), 오빈스 생 프루(1983년생) 등 30대 중반 이상의 노장 선수들이 즐비하다. 심지어 랭킹 6위 쇼군(1981년생)은 2000년대 중반 프라이드 시절에 전성기를 보낸 선수다. 21일 코미어의 3차 방어전 제물이 된 우즈데미르를 비롯해 커쿠노프, 코리 앤더슨 같은 젊은 선수들은 아직 챔피언 레벨에 오르기엔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

현재 UFC에는 웰터급의 콜비 코빙턴, 페더급의 브라이언 오르테가처럼 차세대 챔피언감으로 꼽히는 신성들이 있다(심지어 페더급은 챔피언 맥스 할러웨이가 1991년생의 영건이다). 잠정챔피언 토니 퍼거슨을 비롯해 하빕 누르마고메도프, 저스틴 게이치 같은 강자들이 즐비한 라이트급은 말할 것도 없다. 라이트 헤비급에도 신선한 돌풍을 몰고 올 신예가 하루 빨리 등장하지 않는다면 데이나 화이트 대표는 전과가 화려한 존 존스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릴지 모른다.

한편 이날 메인이벤트로 진행된 헤비급 타이틀전에서는 챔피언 스티페 미오치치가 신흥강자 프란시스 은가누를 만장일치 판정으로 꺾고 3차 방어에 성공했다. 미오치치는 은가노의 초반 러시를 노련하게 회피한 후 경기 중반부터 레슬링을 앞세워 은가누의 핵펀치를 무력화시키고 여유 있는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미오치치는 UFC 헤비급 역사에서 최초로 3차 방어에 성공한 챔피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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