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기 레나(아시다 미나)는 훗카이도 무로란의 평범한 7살 초등학생이다. 그러나 그는 엄마와 엄마의 동거남에게 학대를 당하고 있다. 스즈하라 나오(마츠유키 야스코)는 레나의 초등학교 교사다. 나오는 밤에 혼자 돌아다니다 마주친 레나를 이상하게 여기면서도 귀찮게 여겼다. 그는 타인에게 차갑다. 그러나 얼마 후 레나가 학대를 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나오는 갑작스럽게 결심한다. 자신이 레나의 엄마가 되기로. 레나는 수긍한다.

일본 드라마 <마더>는 나오가 아동학대를 당한 레나의 엄마가 되기로 결심하고 둘이 도쿄로 건너가 새 삶을 모색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난 2010년 일본 NTV에서 방영한 이 작품은 사회 문제로 대두된 아동학대를 전면으로 내세워 흥미를 끌었다. 작품의 큰 맥은 나오와 레나가 그들을 위협하는 존재를 피하는 삶을 그린다. 그러나 이들 주변에 있는 또 다른 '엄마'들을 통해 모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드라마는 선사한다.

죄와 구원

<마더>에는 죄와 구원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가 있다. 레나에게 나오는 구원의 존재다. 나오는 쓰레기 비닐봉투 속에 묶인 채 버려진 레나를 구했다. 레나의 초라한 모습을 본 순간 나오는 자신이 이 아이를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사실 나오는 입양아다. 자신이 어린 시절 친엄마에게 버림받은 것을 기억하고 있다. 친엄마에게 사랑받지 못한 한 여성이 핏줄이 섞이지 않은 한 아이가 된다는 지점이 의미심장하다.

법적으로 보면, 나오는 레나를 유괴한 것이 된다. 그러나 가족의 고통에서 벗어난 레나가 '새 엄마'를 만나 진짜 사랑과 모성을 느꼈다는 점에서 나오의 행동이 꼭 죄라고 할 수 있을까. 이 모습은 법으로 정한 혈연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사랑은 빛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나오와 레나가 머물 곳을 찾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모치즈키 하나(다나카 유코)는 나오의 친엄마다. 하나는 나오가 자신의 친딸이었던 것을 알게 되고 나서 그를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다. 나오 일행이 경찰의 눈을 피해 도망가는 것을 도울 뿐 아니라 자신이 10년 넘게 차곡차곡 모은 통장도 선뜻 건네준다. 나오를 향한 하나의 행동은 헌신적이다. 마치 자신이 과거에 나오에게 행했던 죄에 회개를 하려는 듯 말이다.

나오를 입양해 키운 스즈하라 토코(타카하타 아츠코)는 강한 어머니다. 남편 없이 딸 셋을 키웠다. 첫째인 나오가 자신에게 친근함을 표시 안 해도 그를 원망하지 않는다. 나오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다 해준다. 어쩌면 어린 나이에 세상의 상처를 입었던 나오에게 토코는 구원의 대상이다. 집으로 돌아온 나오가 자신에게 "안녕하세요"라고 말했을 때 아무렇지 않게 "'다녀왔습니다'라고 말해야지"라고 말하는 모습은 상징적이다.

레나를 학대한 미치키 히토미(오노 마치코)는 죄를 저질렀다. 동거남이 레나를 괴롭히는 모습을 싫어하는 듯 하면서도 결국 방관한다. 자신도 레나에게 학대를 행한다. 히토미는 죽은 줄 알았던 레나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그를 찾으러 간다. 결국 레나를 찾아내지만 레나에게 거부당한다. 사실 히토미도 처음엔 이러지 않았다. 남편과의 헤어짐 이후 그의 삶은 힘겹고 고단했다. 사랑스러웠던 레나도 삶의 무게가 됐다. 그럼에도 히토미의 행동은 정당화 될 수 없다.

극 중에서 드라마의 제목(MOTHER)이 뜨는 부분에서 십자가를 형상화한 T자 그리고 이 때 함께 울리는 종소리에서 구원과 죄가 동시에 떠오르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마더>는 전체적으로는 휴먼드라마지만 나오와 레나가 눈치를 보거나 잡지사 기자를 피하는 등 스릴러적 요소도 담고 있다. 주인공 역을 맡은 마츠유키 야스코를 포함한 배우들의 탁월한 캐스팅이 눈에 띈다. 특히 당시 9살이었던 아시다 미나의 연기는 빛을 발한다. 자신의 어두운 내면을 그린 마츠유키 야스코의 비해 밝고 순수한 모습으로 대조를 이뤄 시청자의 마음을 울린다. 이 드라마의 각본인 사카모토 유지가 만들어낸 명대사도 귀에 박힌다.

이보영과 아역에 거는 기대

오는 24이 tvN에서 방영될 <마더>는 일본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리메이크작이다. 이보영이 주연을 맡았다.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작의 성공 여부를 점치기는 어렵다. 다만 원작의 인기가 높을수록 리메이크의 성공이 쉽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 <내일도 칸타빌레>(KBS2·2014년), <심야식당>(SBS·2015년), <라이어 게임>(tvN·2014년) 등이 저조한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반면 <꽃보다 남자>(2009년), <직장의 신>(2013년) <공부의 신>(2010년·이상 KBS2), <그 겨울 바람이 분다>(SBS·2013년), <하얀거탑>(MBC·2007년) 등은 인기를 끌었다.

인기를 끈 작품들의 공통 요인을 분석하면 한국적 유머코드가 적절하게 섞여 있거나 직장이나 취업, 입시 등 시청자가 가장 공감하고 민감해야 할 문제 등을 다뤘다. 혹은 스타 배우의 주연으로 드라마 초반 이슈가 되면서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경우다.

<마더> 원작에는 웃음 포인트가 단 한군데도 없을 정도로 차분하게 전개된다. 시청자로 하여금 가슴 속 깊은 고통이 느껴지게도 한다. 결국 <마더> 국내 리메이크작의 성공 여부는 한국적으로 각색한 드라마 내용과 주연배우 이보영, 그의 딸 연기를 하는 신예 허율의 탄탄한 연기력에 기대해야 한다.


마더 마츠유키 야스코 이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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