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동정범>의 포스터.

영화 <공동정범>의 포스터. ⓒ 연분홍치마


"영화 <공동정범>이 가진 사회적 의미와 영화적 가치를 많은 분들에게 알리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으로 준비했다."

배우 조민수는 오는 19일 '조민수와 함께 독립영화 보기'라는 제목의 상영회를 마련했다. 자신이 직접 선정한 다큐멘터리 <공동정범>을 자신이 사비를 들여 초대한 210여 명의 관객들과 함께 관람할 예정이다. 무대인사도 하고, 영화를 공동연출한 김일란·이혁상 감독과 관객과의 대화도 진행한다.

배우가 본인이 출연하지 않은 영화를 위해 관객들을 직접 초청, 상영회를 여는 일은 흔치 않다. 영화 <두개의 문> <범죄의 여왕> <초행> 등 다채로운 한국 예술독립영화들을 직접 소개해 온 '유지태와 독립영화 보기' 정도가 엇비슷한 행사다. 유지태와 마찬가지로 조민수 역시 평소 독립영화에 각별한 애정을 표현해 왔다.

조민수는 <공동정범>을 선택한 이유로 '사회적 의미'와 '영화적 가치'를 들었다. 그럴 만하다. <공동정범>은 2009년 용산참사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2012년 개봉해 7만 3천이 넘는 관객을 모아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던 영화 <두 개의 문>의 '스핀오프' 버전이다. 오는 25일 개봉을 앞둔 <공동정범>은 또 하나의 '파란'을 예고 중이다.

용산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영화 <공동정범>의 한 장면.

영화 <공동정범>의 한 장면. ⓒ 연분홍치마


벌써 9년이다. 오는 20일로 9주기를 맞는 용산참사는 지난해 연말 문재인 정부의 특별사면으로 다시 주목 받았다. 9년 전 용산참사로 유죄가 확정된 25명이 이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된 데 대해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와 피해 당사자들은 반가움과 아쉬움을 동시에 표했다. 이미 형을 살고 나왔거나 2013년 MB정부 말기 특별 사면된 이들도 있는 반면, 이번 사면 대상에서 제외된 이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9년 간 용산참사와 그 피해자들을 완전히 외면하고 홀대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달리 촛불혁명을 거쳐 정권을 잡은 현 정부가 '관심'을 표명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용산참사'를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와 결부시켜 철저히 '관리'해 왔고, 박근혜 정부 역시 이러한 기조에서 한치도 다르지 않았다.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 요구가 여전한 것도 그래서다. 지난 2일 < cpbc 가톨릭평화방송>과 인터뷰한 이충연 전 용산 4구역 철거민대책위원장은 "아직까지 진상규명이 요원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당연히 그 당시의 시대상을 보면 뉴타운 개발이다, 재개발 정책을 앞세웠던, 토건정책에 제일 선동에 섰던 이명박 정권이 들어섰거든요. 이명박이 일반 시민들의 사행심들, 그런 투기 의혹들을 부추겨가지고 이런 일을 만들었던 일이에요. 그리고 그 앞에 행동대장 격으로 공권력을 움직였던 자가 지금 국회의원이 되어있는 김석기라는 자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이명박과 김석기는 꼭 처벌해야 될 대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 cpbc 가톨릭평화방송> [인터뷰] 이충연 "용산참사 책임자 MB, 김석기 처벌해야"

사실 이런 목소리들은 적지 않았다. <두 개의 문> 역시 정교하게 참사 당시와 전후 과정을 들여다보며 용산으로 대변되는 국가폭력의 현재와 그 책임 소재를 고발한 작품이다. '스핀오프'라 밝혔듯, <공동정범>은 그 궤를 달리한다. 생존자들이 겪을 수밖에 없었을 고통과 그들이 감내해야 할 '일상'에 주목한 것이다.

"세월호 당시에도 그랬지만 용산참사 역시 유가족을 중심으로 그들의 고통과 슬픔에 공감하고, 유가족들이 앞으로 버텨내야 할 시간들에만 관심이 있었다. 돌아보면 슬픔이나 고통이 우열을 매길 수 없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생존자들의 고통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살아남았기 때문에 오히려 사는 게 지옥 같고 진짜 고통을 경험하는 것일 수 있다. 그들의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루어지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흐르는 것을 보면서, 망루 안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용산참사가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김일란·이혁상 감독이 밝힌 연출의 변이다. <공동정범>은 살아남의 자들의 슬픔, 억울한 감정, 증오의 감정이 뒤엉킨 채 살아가는 피해자들에게 카메라를 가져갔다. 그러한 연출은 개인의 삶에 파고든 국가폭력의 고발로 기능했다.

2017년의 '다큐 흥행', 2018년 포문은 <공동정범>이 연다

 영화 <공동정범>의 한 장면.

영화 <공동정범>의 한 장면. ⓒ 연분홍치마


"2012년 개봉한 <두 개의 문>(감독 김일란, 홍지유)은 용산참사에 대한 사회적 환기와 관심을 일으켰습니다. 2016년,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우리에게 도착한 <공동정범>(감독 김일란, 이혁상)은 잊어선 안 될 그 날의 진실과, 진실을 은폐하려는 국가 그리고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고통의 시간을 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국가폭력의 실체와 대면하게 됩니다."

한국독립영화협회(아래 한독협)가 '2016 올해의 독립영화'로 선정한 다큐멘터리 <공동정범>에 대한 선정의 변 중 일부다. 한독협은 "<두 개의 문>으로부터 이어지는 용산참사에 대한 또 한 번의 헌화, 카메라의 재현 윤리를 고집스레 성찰하면서도 기어이 우리의 잊힌 기억을 되살려내는 작품"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용산참사 9주기 직후인 오는 25일 개봉하는 <공동정범>은 또 한편으로 독립영화계가 주목하는 '다큐멘터리' 기대작이다. 이른바 '사회파 다큐', '저널리즘 다큐'의 한 해였던 2017년에 이어 2018년의 첫 포문을 여는 작품이 바로 개봉까지 2년여를 기다린 <공동정범>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2017년 많은 다큐가 주목받았기에 이러한 기대는 더 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조기대선 정국에서 개봉한 <노무현입니다>는 185만여 명이 관람했다. 2017년 다큐멘터리 최고 흥행작이었다. 뒤를 이어 <공범자들>은 26만, <저수지 게임>은 12만 5천, <김광석>은 9만 8천, <더 플랜>은 3만 4천을 동원했다. '노무현'과 '공영방송 정상화', 'MB 비자금'과 '김광석 사망 사건', '2012 대선 부정선거' 등을 소재로 한 이 작품들은 여러 영화적 DNA를 공유한다.

비단 정치사회 이슈로 묶기엔 아쉽다. 기자나 PD가 관계하거나 연출한 작품들이 포함돼 있고, 정치인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거나 전직 대통령들의 '활약'을 주요 소재로 담은 작품들도 있다. 또 인터뷰이들의 회고를 통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현실에서의 실천을 적극적으로 독려하는 작품도 존재한다.

2017년은 촛불혁명과 장미대선, 적폐청산이라는 일련의 사회적 흐름과 연결되는 소재와 이슈를 탑재한 다큐 영화들이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았다. 비록 '소재주의'나 '센세이셔널리즘'이란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다큐'의 저변 확대라는 긍정적 요소는 확실했다고 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 이전 개봉했던 <두 개의 문>에 이어 2018년 첫 사회파 다큐멘터리로 이름을 올린 <공동정범>은 소재주의는 물론 선정주의와도 거리가 먼 작품이다. 이미 독립 다큐로서는 드물게 작품성은 물론 독립영화 기준 흥행작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2018년 '사회파 다큐'의 포문을 여는 <공동정범>이 어떤 성과를 낼지, 또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눈여겨 지켜보도록 하자.

공동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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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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