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여제 박세리가 지난 10일 인천 시내에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봉송 주자로 참여했다.

골프 여제 박세리가 지난 10일 인천 시내에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봉송 주자로 참여했다. ⓒ 박영진


'골프 여제' 박세리(41)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봉송 주자로 참여해 '대회 성공개최를 기원하며 더 많은 종목에 자신과 같은 선구자가 나타나길 바란다'고 소망을 밝혔다.

박세리는 지난 10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서 진행된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봉송에 참여해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변천사(31)의 릴레이를 이어 받아 라미하우스부터 문화공원 인근까지 거리를 달렸다.

박세리는 성화봉송에 참여하기 전, 기자와 만나 "뜻 깊은 행사에 참여하게 돼 영광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또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이 열린다는 것은 그만큼 대한민국의 열정이 대단하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올림픽, '왜 나 때는 없었나' 생각했죠"

박세리는 2년 전 후배들을 데리고 2016년 리우 하계올림픽에 참가했다. 지도자이자 선배이고 맏언니로서 참가했던 그는 생애 처음으로 올림픽이란 무대를 겪어 봤다. 골프는 리우 올림픽을 통해 정식 종목으로 입성했고, 후배 박인비(30)가 올림픽 사상 첫 여자 골프종목 초대 챔피언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고 애국가를 울렸다. 아쉽게도 그가 선수 생활을 하던 시기에는 올림픽이라는 기회는 없었다. 후배의 선전과 금메달을 더욱 염원하는 이유다.

"올림픽은 그 어떤 대회와는 정말 달랐던 것 같아요. 올림픽에 가기 이전에는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참가하고 나서는 크게 와 닿았죠. 선수들이 4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최고의 기록을 위해 1분 1초를 기다려 왔잖아요. 뭐랄까, 올림픽에서 짧은 결과가 수많은 시간을 다 말해주고 평가를 받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굉장한 노력을 한 선수들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평창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들도 그런 마음으로 그리고 국민 여러분들도 그런 선수의 마음으로 염원을 담아서 기도해주세요."

"선수라면 올림픽은 정말 평생에 꼭 한 번만이라도 출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거예요. 저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하지만 제게는 기회가 없었죠. 그래도 감독이라는 자리에 있어서 참여를 같이하면서 거기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었어요. 감독이라는 자리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선수들에게는 어떤 것이 필요한지를 많이 깨달았어요. 또한 선수들과 함께 느끼고 참여할 수 있었어요. 그랬기에 리우 올림픽 감독이라는 자리는 제게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리우 올림픽 이후에는 선수는 아니지만 후배들을 위해 계속해서 소통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올림픽> 박세리 기쁨의 눈물  지난 2016년 8월 20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골프 코스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여자골프에서 박인비가 1위를 차지해 금메달을 확정하자 박세리 감독(오른쪽 두 번째)과 선수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올림픽> 박세리 기쁨의 눈물 지난 2016년 8월 20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골프 코스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여자골프에서 박인비가 1위를 차지해 금메달을 확정하자 박세리 감독(오른쪽 두 번째)과 선수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연합뉴스


개척자 박세리 "선구자는 중요한 역할, 이제는 운동 환경이 더 중요"

박세리는 골프계의 '선구자'라는 표현이 가장 정확하다고 할 만큼 대한민국 골프계의 전설이다. 1998년 국가적으로 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와중, 그가 LPGA US오픈 대회에서 보여준 '맨발의 투혼'은 한국 스포츠 사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순간으로 남았다. 이후 박세리를 동경해 골프를 시작한 많은 선수들은 현재 LPGA 등 국제대회를 휩쓸며, 한국 여자골프를 세계에 알렸고 이들은 '박세리 키즈'라 불렸다.

골프계의 이런 역사와 비슷하게 동계올림픽 일부 종목에서도 선구자의 개척을 이어받아 수많은 후배들이 국제대회에 도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피겨여왕' 김연아(28)의 경우가 그러하다. 박세리는 선배이자 골프계를 개척한 선배로서 선구자의 역할의 중요성과 함께 동계올림픽과 같은 비인기종목에도 더 많은 선구자들이 등장하길 기원했다.

"선구자라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죠. 처음에는 누구나 어렵고 참 많이 외롭고 더 힘들죠. 하지만 그런 자리가 있었기에 지금의 선수들이 선구자의 자리를 보고 꿈을 갖고 그 선수들이 뒤를 이어 갈 수 있음으로써, 스포츠 선수들이 앞으로 더 세계적으로 이끌어 나갈 기회가 많아지는 거죠. 골프뿐만이 아니라 모든 스포츠들에서 선구자들을 보고 후배 선수들이 따라가는 그런 일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그런 것이 지속된다면 아마 대한민국 스포츠의 위상이 더욱 크게 높아지지 않을까요."

그러면서 후배들에게는 위기의 상황에서 '도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도전이라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당장의 결과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그 가치를 새기는 것이 의미 있다고 밝혔다.

"도전인 것 같아요. 물론 위기상황에서는 이 선택을 했을 때 과연 옳을지 않은지에 대해서는 제일 중요한 것은 도전이라 생각해요. 도전을 통해 좋은 결과 있을지 아닐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그런 도전이 있기에 미래가 있고, 미래가 있어야 발전이 있기 때문에 도전은 항상 미래를 있게 하며 자신을 믿는 자신감입니다. 도전은 항상 그 자리에 있고 내가 있고 나를 위해, 미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스포츠의 발전을 위해서는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선구자를 뛰어넘는 후배들이 등장하기 위해서는 주변 여건과 환경이 갖춰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해요. 운동선수들이 필요로 하는 장비, 훈련 시스템이 필요로 하지만, 해가 지나면 지날수록 모든 것이 더 빨리 발전이 되고 좋은 기계가 나오잖아요. 선구자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이런 부분이 좀 더 개선돼야 하고 선수들에 대한 관심, 스포트라이트도 필요하지만. 앞으로는 대한민국 운동선수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응원, 후원사 등이 필요하지만 할 수 있는 기량을 갖출 수 있는 체계적인 환경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끝으로 박세리는 한국 스포츠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인물로서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을 부탁했다.

"평창은 이제 시작이에요. 우리나라는 크지 않진 않지만 올림픽을 두 번이나 개최하는 건데 정말 대단하고 생각해요. 대한민국이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하고 성공적으로 개최 될거라 믿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선수들이 그동안 갈고 닦아온 실력을 마음껏 발휘하길 바라고 부상 없이 잘 마무리 잘 했으면 해요. 국민 여러분들께서 선수들을 향해 더 많은 사랑과 관심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골프 여제 박세리(왼쪽)가 지난 10일 인천 시내에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봉송에 참여해, 2006 토리노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변천사(오른쪽)에게 주자를 넘겨받고 있다.

골프 여제 박세리(왼쪽)가 지난 10일 인천 시내에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봉송에 참여해, 2006 토리노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변천사(오른쪽)에게 주자를 넘겨받고 있다. ⓒ 박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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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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