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TBS 드라마 <감옥의 공주님>

크리스마스 이브, 이타바시 고로의 아들 유스케가 납치된다. ⓒ 채널W/TBS


크리스마스 이브, 요구르트로 유명한 에도 밀크의 사장 이타바시 고로(이세야 유스케)의 어린 아들이 납치된다. 아들을 납치한 건 미끼일 뿐이다. 범인들이 진짜 노리는 건 이타바시 고로다. 아들은 풀려나지만 허둥지둥하던 이타바시 고로가 납치된다. 이타바시 고로가 눈을 뜨니 5명의 여성들이 그를 맞이하고 있다. 여성들이 이타바시 고로를 납치한 이유는 하나다. 6년 전 터진 '폭소 요구르트 공주' 사건의 진실을 캐고 재심 청구를 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일본 TBS와 국내 케이블 채널W에서 방영한 일본 드라마 <감옥의 공주님>의 내용이다. 드라마는 교도소에서 한 방을 쓴 4명의 여성과 1명의 전직 교도관이 억울하게 교도소에 들어온 에도가와 시노부(카호)의 누명을 벗겨주는 모습을 그린다. 재소자들은 '참회 체조'를 하거나 아침식사 전 교도소에 흘러나오는 '아침밥 노래'를 듣고, 여자 주인공들은 이름보단 별명으로 불리는 경우가 더 많다. 코믹한 장면도 많지만 여성들이 연대한다는 중심 내용은 진지하게 다가온다.

 일본 TBS 드라마 <감옥의 공주님>

일본 TBS 드라마 <감옥의 공주님>에서 여성들은 서로 연대해 에도가와 시노부의 누명을 벗겨준다. ⓒ 채널W/TBS


드라마는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바 카요(코이즈미 쿄코)는 잘 나가는 은행원이었다. 직장 동료이자 남편은 자신보다 실적이 좋은 아내를 질투하고 바람을 피운다. 그럼에도 떳떳한 남편의 모습에 여러 감정이 교차한 바바 카요는 남편을 칼로 찌른다. 그는 살인 미수로 징역 5년을 선고받는다. 이렇듯 교도소에는 죄를 지었지만 죄인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인물들이 가득하다.

바바 카요와 주변인들이 진짜 합심하게 된 계기는 한 방에 에도가와 시노부가 들어오면서부터였다. 재벌가의 딸로 '공주'라 불린 에도가와 시노부는 이타바시 고로의 연인이었다. 그는 이타바시 고로의 전 여자 친구를 살인교사 했다는 죄목으로 교도소에 수감된다. 알고 보니 이타바시 고로가 에도 밀크의 사장이 되기 위해 에도가와 시노부를 이용한 것이었다. 세상 물정에 어두웠던 에도가와 시노부는 이타바시 고로가 자신에게 보여준 다정함에 마음을 열고 약혼까지 맺었다. 심지어 임신까지 한 상태. 그러나 이타바시 고로의 욕심에 에도가와 시노부는 희생양이 되고 만 것이다.

교도소에 들어온 에도가와 시노부는 타인을 믿는데 서툴다. 그러나 주변인들의 다정함과 친절함에 용기를 내고 자신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진실을 주변인들에게 고백한다. 바바 카요 등 한 방을 쓰는 이들은 이 사실을 듣고 안타까워 하면서도 분노를 금치 못하고 출소 후 에도가와 시노부를 위한 복수를 결심한다.

혈연 관계도 아니고 생판 남이었던 여성들이 재범을 무릅쓰고 누군가의 복수를 위해 뭉치는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위로를 준다. 어쩌면 오지랖이라고 여겼을지도 모르는 여성들의 용기가 위기에 빠진 한 여성을 구하는 장면에서는 든든한 연대감이 느껴진다. 상처투성이였던 에도가와 시노부가 마음을 연 것도 바바 카요와 주변인들이 교도소 입소를 기념해 만든 특별한 빵을 주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준 덕분이다.

 일본 TBS 드라마 <감옥의 공주님>

ⓒ 채널W/TBS


 일본 TBS 드라마 <감옥의 공주님>

일본 TBS 드라마 <감옥의 공주님>에서 에도가와 시노부는 교도소에서 만난 범죄자들의 도움으로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 채널W/TBS


다시 6년 후로 돌아와 우여곡절 끝에 이타바시 고로와의 재판에 선 에도가와 시노부가 "범죄자가 원한을 풀어주겠다는 건 말도 안 된다. 그래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 난 여기 서 있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의미가 있다.

이 작품은 국내에서 비슷한 시기 방영한 tvN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를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부암동 복수자들>은 우연히 서로의 비밀을 알게 된 여성들이 뭉쳐 혼외자 아들을 둔 남편, 가정폭력을 일삼는 남편, 성희롱을 일삼는 남성 교장 등에게 복수를 펼친다는 내용으로 시청자들에게 작은 통쾌함을 선사했다. 여성들의 연대와 복수를 다뤘다는 점에서 <감옥의 공주님>과 닮았다.

일본에서는 여성들이 주인공으로 나선 드라마를 자주 볼 수 있다. 지난해 4분기만 보더라도 여성을 위협한 남성을 응징하는 여성 주인공을 내세운 <부인은, 취급주의>(NTV)와 평범한 가정주부가 남성들이 득실한 정치판에 뛰어드는 모습을 그린 <민중의 적 민중의 적 ~이 세상, 이상하지 않습니까!?>(후지TV) 등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내보낸 작품이 흥미를 끌었다.

일각에서는 드라마에서 남성을 '적'으로 놓는다는 공통점이 있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성들이 봉착한 사회 현실이 드라마만큼이나 험난하다는 걸 뜻하기도 한다.

감옥의 공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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