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열전


"김진수 선배님에게 가장 중요한 건 '균형'인 거 같아요. 공연 팀 안에서 선후배 사이도 강압적인 위계보다도 '균형'을, 연기하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에도 '균형'을 중요시하세요. 덕분에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오가고요. '주인공이 계속 주인공만 할 수 없다'라는 말씀은 곧 '시간의 균형'이 아닐까요? " - 조수곤 연극열전 홍보차장

어디에서나 가교 구실은 중요하다. 본인 혼자가 아닌 전체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개그맨에서 배우로, 또 연극 무대에서 활약 중인 김진수가 그렇다. 따끔한 조언이 필요한 후배들에게 훈계가 아닌 조언을, 출연 중인 작품에 관해 만족보다는 냉철한 시각으로 한 발자국 떨어져서 다시 볼 줄 아는, 출중한 후배들이 다른 장르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게 말이다. 지난 12일 서울 대학로 한 카페에서 김진수를 만났다.

<톡톡>이 '툭' 치는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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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제작 중이다. 내년 영화제에 출품도 할 계획이다. 친구 최익환이 감독이고, 난 배우 캐스팅 등 피디 역할을 했다. 연극하는 친구들 도움을 많이 받았다. 차용학, 남문철, 장혁진, 김선아, 주민진, 김대곤, 김국희, 홍지희, 이석준, 신의정, 이주원, 진석이 형도 부부로 출연한다."

근황을 물어보니, 뜻밖의 대답이다. 근데 반갑다. 대학로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영화에 출연하고, 그 중심에 김진수가 있다니. 최익환은 영화 <여고괴담4: 목소리> <마마> <시선사이>에서 메가폰을 잡았을 뿐 아니라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소셜포비아> 등을 제작, <들개> <잉투기> <신촌좀비만화> 등에 제작책임을 맡은 감독이다.

"많은 배우가 열심히 하지 않나. 무대뿐 아니라 다양한 매체에서 비췄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잘 돼서 콘텐츠가 돼 상생할 수 있길 바란다.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았다."

코미디언에서 배우로, 방송에서 무대로, 김진수는 활동 영역에 제한을 두지 않고 달리고 있었다. 현재 진행형이자 미래 지향적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지 않나. 현장에서 함께 호흡도 맞춰봤고, 어떤 것이 강점인지 선후배에 대해 잘 알지 않겠나. 영화 속 인물과 매칭도 하고."

<오늘은 좋은날> 이윤석과 허리케인 블루, <테마게임> 등 뿐 아니라 드라마 <웃어라 동해야>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 등, 영화<시선사이> <중2라고 괜찮아> 등을 통해 대중을 울고 웃긴 방송인이지만, 그의 시작은 연기, 극 연극무대다. 그런 김진수가 출연하는 연극 <톡톡>에는 투레트증후군, 질병 공포 증후군, 확인 강박증, 동어반복 증후군 환자가 등장한다.

스텐 박사를 만나기 위해 병원에 모인 이들은 박사를 기다리면서 게임으로 그룹 치료를 진행하고, 이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게 된다. 이는 곧 치료의 실마리가 된다. 김진수는 계산벽 증후군 뱅상으로 분한다. 택시 운전기사인 그는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계산을 한다. 시간, 분, 초까지 눈 깜짝할 사이 계산하는데 실로 놀랍고, 속사포로 쏟아내는 그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작품이 워낙 좋고 재밌지 않나. 감정을 무장해제 시켰다가 공격이 훅 들어오는 작품이다. 근데 초연(작년)보다 관객들이 더 많이 울더라. 사람이 너무 힘들면 그냥 '툭' 치는 위로에도 눈물이 나지 않나. 그런 힘이 있는 작품이다. <톡톡>은 웃음보다 나름 진지하게 무언가를 전달할 수 있는 작품이라 특히 좋아한다."

평소에는 계산적이지 않다(?)는 김진수. 덕분에 지인들은 놀란다고.

"계산 너무 싫어한다. 지인들이 <톡톡>을 보면 놀란다. 줄줄 외우고 있는 숫자도 다 틀린 거 아니냐고. (웃음) 나에게 있는 강박증? 심하진 않지만 예전에는 지하철 계단 줄을 잘 밟지 않고 피했다. 밥 정도로 심하진 않고. (웃음) 다들 조금씩 그런 부분이 있지 않나."

<톡톡>은 서로 다른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하면서, 비록 강박증을 치료하진 못하지만 희망의 빛을 본다.

"해법을 알게 되지 않았나. 좌절만 했던 이들에게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 거다. 물론 완벽하게 고친 것은 아니지만, 마음이 중요한 거 같다. 이해, 배려, 사랑 같은."

물 흐르듯, 선배와 후배를 잇는 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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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뱅상으로 만난 김진수는 튀지도 않고, 그렇다고 묻히지도 않는다. 무대 위 균형 감각도 탁월하다. 전혀 떨 것 같지 않은데, 무수한 방송 경력에도 떨리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고.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거 같다. 지금도 첫 공연은 떨린다. <톡톡> 초연 때 떨리는 감정이 들지 않기에 '괜찮은데?' '나도 이제 익숙해졌나?' 싶었다. 근데 무대에 나가서 물 잔을 딱 드는데 손이 부르르 떨고 있더라. (웃음) '아직까지 떨리는구나'라는 감정을 다시 느꼈다."

변치 않는 긴장과 균형, 배우 김진수는 편안함과 배려를 더 해 그 힘을 유지했다.

"(방송에서 무대까지) 마음은 변치 않는다. 서는 무대만 바뀌었을 뿐이다. 편안함이 가장 중요한 거 같다. 보는 사람도 편하게. 그리고 상대 배우를 향한 배려. 그런 것을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한 거 같다."

방송인으로, TV를 통해 대중을 만났던 날들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연극과 영화 제작에 포커스를 맞춘 요즘, 방송에서는 그를 만나기 쉽지 않다. 여간 아쉬울 수밖에, 그를 좋아했던 팬들 마음 역시 그럴 터.

"한 분야에서 꾸준히 있는 이들을 보면 정말 훌륭하고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응원하고 싶다. 아마 난 싫증을 느낀 게 아닌가 싶다. 내가 재밌게 할 수 있는, 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었다. 예전에는 반드시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 라는 성취욕이 있었다. 요즘에는 '더 재밌고 즐겁게'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되는 거 같다. 욕심이 없어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웃음)"

방송으로 바쁜 나날을 보낼 때, 김진수는 연극하는 동기, 선후배들을 보면서 부러운 마음이 절로 들었다. 무대에서 재밌게 호흡하고,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것이 부럽고 행복하게 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난 운이 좋았다. 예전에는 개그맨이 드라마, 콩트 등 연기를 해본 이들이 할 수 있는 분야가 많았다. 연기를 전공했기 때문에 플러스로 작용한 게 아닌가 싶다. 그 외에 MC를 보면서 역량보다 과한 부분이 요구돼 스스로 치이기도 했다. 늘 똑같은 포맷에, 매번 같은 말만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노력을 안 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노력. 내게도 어떤 특별한 게 있지 않았다. (웃음) 집안이 부유한 것도 아니었고, 연기를 배운 적도 없었다. 작은 것부터 했다. 학창시절 교회에서 사회도 보고. 그때처럼 떨린 적이 없다. 무조건 사회는 내가 보겠다고 했다. 사회를 보면서 요령이 생겼고, 사람들 앞에 서는 것도 익숙해지더라. 그렇게 시작했다."

김진수는 절대 노력을 안 하는 개그맨이 아니었다. 늘 고민했다. 지금, 대학로에서 펼치고 있는 그의 행로는 이를 여실히 입증한다. 그에게 화려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즐거움이었다.

"인정하기는 어렵지만, 인정하는 순간 행복해진다. 일주일에 세네 개 방송을 할 때는 일주일만 쉬어도 '밀렸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행복한가'라는 생각도 들고. 우리(방송인, 배우 등)는 보여주는 사람들 아닌가. 새로운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보는 사람들이 즐거워야 하는 사람들인데, 나도 새롭고, 즐거우면 더 좋은 거 아닌가."

그는 고여 있는 물보다 공기 좋은 산속에서, 즉 연기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연극 무대에서 투명하고, 또 경쾌하게 흐르는 물을 택한 것이다. 어떤 자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작품에서, 역할에 초점을 맞춘. 시간 흐름에 따라 자신이 어떤 모습일 때 가장 아름다운지 아는 것이 가장 어렵지 않을까. 게다가 성공의 단맛까지 느껴봤다면.

"새로운 사람들이 오면 (기존에 있던 이들은) 빠져주고, 계속 흘러줘야 하지 않을까. 늘 똑같은 것만 할 수 없지 않나. 주인공 하다가, 아빠도 하고 삼촌도 해야지, 언제까지 주인공만 하나. 어떤 자리에서건 최대한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지, 자신의 자리가 바뀌었다고 슬퍼할 수는 없지 않나. 손현주 형을 참 좋아한다. 예전에 주연으로 작품이 참 잘 됐는데도 차기작은 조연을 택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조연을 엄청 맛깔나게 하더라. 주연으로 더 욕심낼 수도 있는데, 주인공이라는 자리보다 캐릭터, 인물을 보고 작품을 선택하고 또 즐기는 모습에 '저 형은 진짜 배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즐거운 목표를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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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서뿐 아니라, 무대 뒤에서도, 김진수의 균형은 이어졌다. 후배들에게 더없이 좋은 선배, 그리고 어른의 모습. 그만큼 책임감이 따르기에 쉽지 않은 자리지만 말이다.

인터뷰 자리에 동석한 조수곤 연극열전 홍보차장은 "재밌고 유쾌한데 절대 가볍지 않다. 가끔 쓴소리를 하시는데 많이는 아니다"라고 첨언했다.

김진수는 연극 무대를 통해 즐거움을 느끼고,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더없이 행복한 표정이다.

"연극을 통해 좋은 후배들, 젊은 친구들과 호흡을 많이 맞추는 데 정말 좋다. 제일 행복하다. <톡톡>에서 현철이 형(서현철)과 호흡을 맞추는데 '어떻게 저렇게 호흡을 칠 수 있을까?', 이주원과 작품 할 때 '연극은 힘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힘을 쭉 뺐는데도 집중도는 높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뭔가를 배우게 된다.

시간 되면 다른 작품도 많이 본다. 제일 기억나는 작품? 예전에 김윤석, 조승우 등이 출연한 뮤지컬 <의형제>, 최근에는 연극 <킬 미 나우>. 작품을 많이 보는데, 정말 다양한 작품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청소년들이 즐길 수 있는, 체험이 공부인데, 자기가 보고 느끼고, 또 깨달을 텐데. 모두가 한마음이 될 수 있는 공연 말이다. 나이든 역할을 나이 든 분들이 할 수 있게. 나이 들고 무대에서 잊히면 슬프지 않겠나."

연극 출연, 그리고 영화, 방송까지. 김진수는 쉴 새 없이 달렸다. 덕분에 다가올 2018에 대한 포부도 힘차다. 앞으로 그가 뻗어낼 가지에서 돋을 새싹은 무슨 꽃일까.

"열심히, 바쁘게 지냈다. 기억에 남는 건 영화 제작이다. 9회 차에 러닝타임 110분이 나왔으니 정말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연기 잘하는 배우들과 해서 좋은 시간이었다. 2018년도는 영화 열심히 해서 프로젝트가 이어질 수 있게 하는 것. 그리고 무대에 계속 서는 것이 목표다. 조금 더 진지한 역할을 하고 싶다. 그렇다고 코미디 쏙 뺀 거 말고. (웃음)"

공채 7기 입사(2014.5). 사회부 수습을 거친 후 편집부에서 정기자 시작(2014.8). 오마이스타(2015.10)에서 편집과 공연 취재를 병행. 지금은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는 기동팀 기자(2018.1). 국회 파견 중(20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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