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의 소속팀 스완지 시티는 올시즌 위기에 직면해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18라운드까지 치른 현재 스완지는 현재 3승 3무 12패(승점 12)로 리그 최하위에 그치고 있다. 잔류권인 17위 스토크시티와의 승점차는 4점차다. 스완지는 최근 10경기에서 단 1승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급기야 스완지는 지난 21일에는 성적부진을 이유로 폴 클레멘트 감독을 경질했다. 클레멘트 감독은 올해 1월 스완지에 부임하여 2016-17시즌 15위(12승 5무 21패·승점 41)로 팀을 1부리그에 잔류시키는 공을 세웠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초반부터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팀이 다시 강등권으로 추락하자 클레멘트 감독도 결국 부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떠나게 됐다. 스완지는 당분간 플레잉 코치인 레온 브리턴이 임시 사령탑 역할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들의 무덤' 된 스완지, 기성용에게도 좋은 일 아닌 이유

 지난 2015년 11월 29일, 기성용 풀타임 출전... 스완지는 리버풀에 0-1 패배

지난 2015년 11월 29일, 기성용 풀타임 출전... 스완지는 리버풀에 0-1 패배 ⓒ EPA/연합뉴스


클레멘트 감독의 경질은 기성용에게도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소식이다. 클레멘트 감독은 기성용을 신뢰하며 주전으로 중용했다. 최근 기성용이 잦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시간이 많았지만 클레멘트 감독은 기성용을 리그 10경기에 기용했으며 지난 14일 열린 맨체스터 시티 전까지  5경기 연속 선발로 투입하는 등  변함없는 믿음을 보였다. 최근에는 스완지와의 계약만료가 임박한 기성용의 재계약을 원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스완지는 최근 '감독들의 무덤'으로 변해가고 있다. 기성용이 스완지에 입단한 2012년 이래 만난 감독만 무려 6명이다. 덴마크 국가대표 출신 미카엘 라우드럽을 시작으로 게리 몽크, 앨런 커티스, 프란체스코 귀돌린, 밥 브래들리, 클레멘트 등이 거쳐갔으나 매년 성적부진으로 평균 임기가 1년을 넘지 못했다. 성적부진으로 감독교체→일시적 반등과 1부리그 잔류→ 다음 시즌 성적부진으로 또 감독교체라는 '강등권 팀의 단골 패턴'을 답습하고 있다.

감독들이 자주 바뀔 때마다 기성용의 입지도 요동쳤다. 몽크-커티스-클레멘트 감독 등과는 비교적 궁합이 잘 맞았으나, 라우드럽-귀돌린 감독과는 상성이 최악이었다. 스완지에서 만난 첫 번째 감독이었던 라우드럽과는 초반에 관계가 좋았으나 이후 출전시간과 국가대표 차출 등의 문제로 사이가 틀어지며 팀내 입지를 잃은 기성용이 2013-14시즌 잠시 선덜랜드로 임대까지 떠나야 했던 빌미가 됐다. 기성용은 완전 이적까지 고려했으나 라우드럽 감독이 경질되며 다시 스완지로 복귀할 수 있었다.

2015~16시즌을 함께한 이탈리아 출신 귀돌린 감독과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귀돌린 감독은 부임 초기 기성용을 주전에서 제외하는가 하면 수비적인 역할로 움직임을 제한했다. 2016년에는 기성용이 귀돌린 감독의 경기운영에 불만을 품고 교체 후 감독의 악수를 거부하며 귀돌린 감독이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사건도 있었다.

기성용에게 '행복했던' 몽크 감독 시절, 이후 전략 부재로 팀 위기에

반면 기성용을 전술의 중심에 놓은 몽크 감독 시절은 기성용과 스완지 모두에게 가장 행복했던 기간이었다. 기성용은 2014-15시즌 8골을 터뜨리며 당시 역대 아시아 프리미어리거 최다골 신기록을 수립하는 등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스완지도 당시 8위(승점 56, 16승 8무 14패)에 오르며 구단 역사상 프리미어리그 최고순위와 승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4-15시즌을 끝으로 스완지는 매년 하락세를 겪으며 이제 강등권 싸움에 급급한 팀으로 전락했다.

대체로 몽크나 클레멘트, 혹은 선덜랜드 시절의 거스 포옛처럼 기성용을 선호했던 감독들은 그의 정교한 킥과 패스 능력을 적극 활용하기 위하여 공격적인 미드필더로 배치했다는 특징이 있다. 반면 귀돌린이나 브래들리 같은 감독들은 기성용의 역할을 수비적으로만 제한하려고 했다. 하지만 활동량과 대인방어 등의 약점을 이유로 기성용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호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딥라잉 플레이메이커 성향의 기성용이 감독의 전술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선수라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감독교체가 잦아지면 기성용으로서도 항상 다른 감독 밑에서 새롭게 주전경쟁을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강등권 팀의 특성상, 항상 짧은 기간에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은 선수가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만든다.

기성용이 스완지 유니폼을 입던 초창기만 해도 '잉글랜드판 바르셀로나'라는 애칭이 붙을만큰 짧은 패스와 점유율 위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색깔이 뚜렷한 팀이었고 이는 기성용의 플레이스타일과도 잘 부합하는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성적부진과 잦은 감독교체를 반복하며 지금의 스완지는 공수 양면에서 확실한 색깔을 찾기 어려운 팀으로 전락했다.

이제는 그저 매년 힘겨운 1부리그 잔류에 급급한 팀이 되면서 지도스타일이나 축구철학도 전혀 다른 지도자들이 거쳐가며 팀 운영은 갈팡질팡했고 연속성을 상실했다. 여기에 스완지 구단의 거듭된 이적시장에서의 무능한 행보로 인하여 전력보강 실패도 악재였다.

전성기 맞을 시점에 1부리그 생존-주전 경쟁, 중대변화 기로 설까

냉정히 말하면 기성용도 2015년을 기점으로 스완지에서 기량이 정체되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성용은 올 시즌 리그 10경기에 나섰지만 아직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물론 전반적으로 무너진 스완지의 중원에서 그래도 최소한의 자기 몫은 해내고 있으며, 눈에 보이는 기록만 가지고 선수의 공헌도를 평가할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기성용 역시 2~3년 전 한창 좋을 때의 페이스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지난해부터 부쩍 잔부상이 잦아지며 최근에는 또다시 종아리 부상까지 당한 것도 악재다.

많은 이들이 아쉬워하는 부분은 기성용이 이적 타이밍을 놓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기성용은 2014~2015년까지만 해도 EPL에서도 상위권의 중앙 미드필더로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명문클럽의 이적설에도 몇 차례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지금의 기성용은 축구선수로서 한창 전성기를 맞이해야 할 시점에 수년째 강등권 팀에서 불안한 1부리그 생존과 주전경쟁을 펼쳐야 하는 고달픈 신세가 됐다. 기성용은 지난 해는 중국 이적설도 잠시 거론되었으나 "적어도 국가대표로 뛰고 있는 동안에는 중국에 가지 않는다"라며 단호히 거절하기도 했다.

기성용에게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스완지와의 계약기간이 끝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기성용은 2017~2018시즌이 끝나는 내년 6월에 스완지와의 계약이 만료된다. 스완지는 내심 기성용의 계약연장을 희망하고 있지만 기성용은 강등권 경쟁이 어느 정도 결론이 난 이후에도 계약문제를 논의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설사 스완지가 올시즌 1부리그에 잔류한다고 해도 기성용으로서는 변화를 택하는 것이 현명해보인다. 기성용도 내년이면 어느덧 서른 줄에 접어든다. 스완지에서만 5년 넘게 활약하며 보여줄 것은 다 보여준 데다 구단의 행보를 지켜봐도 당분간 1부에서 근근이 버티는 이외에는 별다른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국가대표팀 주장이기도 한 기성용은 이미 내년 열리는 2018 러시아월드컵을 끝으로 대표팀 은퇴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 내년 여름은 축구인생 2막을 앞둔 기성용에게 중대한 변화의 기로가 될 전망이다.

 지난 23일 중국 후난성 허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축구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6차예선 A조 한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한국 기성용이 슈팅하고 있다.

지난 3월 23일 중국 후난성 허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축구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6차예선 A조 한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한국 기성용이 슈팅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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