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우리은행 위비와 KDB생명 위너스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신한은행 2017-2018 여자프로농구(WKBL)'의 전반기 일정이 모두 마감됐다. WKBL은 오는 크리스마스 이브(24일)에 핑크스타(삼성생명 블루밍스, 신한은행 에스버드 KB스타즈)와 블루스타(우리은행, KEB하나은행, KDB생명)로 팀을 나눠 올스타전을 치른다. 이번 올스타전에서는 '스페셜 공연'과 WKBL 20주년 기념 '그레잇12' 기념식 등 팬들을 위한 많은 볼거리가 준비돼 있다.

전반기 WKBL은 2강 3중 1약의 구도로 진행됐다. 2연패로 시즌을 출발한 우리은행이 이후 14경기에서 12승1패를 기록하며 '절대강자'의 위용을 되찾았고 다미리스 단타스와 박지수, 모니크 커리로 이어지는 확실한 삼각편대를 보유한 KB스타즈는 홈 전승행진(8연승)으로 8할 승률(12승3패)을 유지했다. 세 팀이 오밀조밀하게 중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조은주, 이경은, 주얼 로이드 등의 부상 악재가 겹친 KDB생명은 최하위로 추락했다.

WKBL은 시즌이 끝난 후 각 포지션별로 BEST5를 선발해 시상한다. 하지만 전반기가 끝난 현 시점에서도 이번 시즌 각 포지션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펼친 선수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과연 WKBL의 전반기를 빛낸 포지션별 BEST5는 누가 있을까.

[포인트가드] 현존하는 WKBL 최고의 스타 박혜진

 현재 WKBL에서 박혜진만큼 기복 없이 꾸준하게 활약하는 선수는 없다.

현재 WKBL에서 박혜진만큼 기복 없이 꾸준하게 활약하는 선수는 없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전주원과 김지윤, 이미선으로 이어지는 확실한 포인트가드 계보가 있었던 WKBL은 2015-2016 시즌을 끝으로 이미선이 은퇴한 후 그 계보가 다소 애매해지고 있다. '포스트 전주원'에 가장 유력했던 최윤아는 고질적인 무릎부상 때문에 선수 생명이 짧았고 이경은 역시 잦은 부상과 약한 팀 전력 때문에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이번 시즌에도 경기를 조립하는 능력을 가진 정통 포인트가드를 보유한 팀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번 시즌 WKBL에서 경기를 지배하는 가드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현존하는 WKBL 최고의 스타 박혜진(우리은행)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통합 5연패의 가장 큰 주역인 박혜진은 정규리그 MVP 3회, 챔피언 결정전 MVP 3회 수상에 빛나는 리그 최고의 선수다. 이번 시즌에도 경기당 5.69개의 어시스트로 이 부문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178cm의 좋은 신장을 가진 박혜진은 사실 포인트가드보다는 슈팅 가드에 더 어울리는 체격과 움직임을 가지고 있지만 마땅한 포인트가드가 없는 우리은행에서 실질적인 포인트가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11월 16일 삼성생명전에서는 커리어 최다인 12개의 어시스트를 배달했고 무려 7경기에서 한 번도 교체 없이 풀타임을 소화했다.

박혜진은 어시스트뿐 아니라 득점 (13.56점)과 스틸(1.5개) 부문에서 각각 7위, 출전시간 1위(38분03초)를 달리는 등 공수 각 부문에서 상위권에 올라 있다. 박혜진은 우리은행의 독주가 시작된 2012-2013 시즌부터 2017-2018 시즌 전반기까지 아직 단 한 경기도 결장한 적이 없다. 그만큼 '절대강자'로 꼽히는 우리은행 내에서도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선수가 바로 박혜진이다.

[슈팅가드] 프로 데뷔 6년 만에 최고의 슈터로 성장한 강이슬

 강이슬은 3점슛 능력 만큼은 '리그 최고'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강이슬은 3점슛 능력 만큼은 '리그 최고'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NBA의 경우 클레이 탐슨과 케빈 듀란트(이상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드웨인 웨이드와 르브론 제임스(이상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플레이 스타일이 어느 정도 구분이 가능하지만 WKBL에서는 슈팅가드와 스몰포워드의 경계가 다소 모호하다. 하나외환의 젊은 에이스 강이슬 역시 슈팅가드와 스몰포워드 사이를 오가는 스윙맨이다.

2013년 신인드래프트 1순위로 하나은행에 입단한 강이슬은 프로 3년째가 된 2014-2015 시즌부터 주전 자리를 차지해 곧바로 두 자리 수 득점을 기록할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2015-2016 시즌엔 풀타임 2년 차 징크스에 시달리며 평균득점이 8.97점까지 떨어졌지만 지난 시즌 13.29점을 기록하며 하나은행의 확실한 에이스로 떠올랐다.

강이슬은 이번 시즌 더욱 물오른 활약을 펼치고 있다. 각 구단의 토종 슈터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린(1994년생) 강이슬은 이번 시즌 15경기에서 17.4득점 3.7리바운드 1.8어시스트1.8스틸을 기록하며 생애 최고의 시즌을 또 한 번 경신하고 있다. 특히 17.4득점은 국내 선수 1위이자 리그 전체에서도 4위에 해당하는 좋은 기록이다.

강이슬의 진가는 역시 3점슛에서 찾을 수 있다. 강이슬은 이번 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104개의 3점슛을 시도해 41개를 적중시켰다. 3점 성공 개수 1위에 성공률(39.4%)은 심성영(KB스타즈,39.7%)에 이은 리그2위. 비록 하나은행은 전반기를 5위로 마쳤지만 강이슬의 활약 만큼은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 만큼 반짝반짝 빛났다.

[스몰포워드] WKBL 최고의 만능 재주꾼 김단비

 김단비는 젊은 선수들이 롤모델로 삼아도 좋을 만큼 올바른 유망주 성장의 본보기다.

김단비는 젊은 선수들이 롤모델로 삼아도 좋을 만큼 올바른 유망주 성장의 본보기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스틸, 블록슛까지. 농구에서 나올 수 있는 5가지 주요 기록 중 어떤 부분도 최고는 아니다. 하지만 이 선수 만큼 이 5가지 분야를 골고루 잘하는 선수를 찾기는 힘들다. 지난 3월 7일에 열린 '2016-2017 WKBL' 시상식에서 어시스트를 제외한 4가지 부문의 상을 휩쓴 김단비(신한은행)가 그 주인공이다(WKBL은 압도적인 성적을 올리는 외국인 선수의 기록을 기록상 분야에서 배제한다).

김단비는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최강 전력을 자랑하던 신한은행에 입단했다. 김단비는 프로 초창기부터 전주원, 정선민 같은 레전드들의 수준 높은 플레이을 가까이서 지켜 봤고 퓨처스리그를 통해 착실하게 경험을 축적하며 기량을 쌓아 나갔다. 그 결과 2010-2011 시즌 경기 당 평균 30분 이상 출전하는 신한은행의 주역으로 성장했을 때 김단비는 이미 리그에서 가장 다재다능한 선수가 돼 있었다.

김단비는 이번 시즌에도 12득점(12위), 6리바운드(11위, 국내선수 2위), 4.1어시스트(4위), 2.2스틸(2위), 0.93블록슛(6위, 국내선수 2위), 출전시간 36분13초(4위) 등 공수 각 부문에서 상위권에 올라 있다. 특히 자유투 성공률에서는 88.9%로 리그 전체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만큼 침착한 플레이로 경기를 이끄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2015-2016 시즌부터 '김단비 원맨팀'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지난 두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초대받지 못한 신한은행은 이번 시즌 전반기에도 상위권을 유지하다가 전반기 마지막 5경기를 모두 패하고 말았다. 에이스로서 높은 책임감을 가진 김단비이기에 후반기를 맞는 각오가 남다를 것이다.

[파워포워드] 자유투, 외곽슛 빼고 다 잘하는 토마스

 사실 토마스는 WKBL에서 뛰기엔 수준이 너무 높은 선수일지 모른다.

사실 토마스는 WKBL에서 뛰기엔 수준이 너무 높은 선수일지 모른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사실 WKBL에 진출하는 외국인 선수들은 대부분 여름 시즌에는 WNBA에서 활약하는 수준 높은 선수들이다. 따라서 각 구단들은 외국인 선수들이 타미카 캐칭이나 존쿠엘 존스처럼 '전지전능한' 활약을 해주길 기대한다. 하지만 사실 구단들이 원하는 만능 선수는 흔치 않은 게 사실이다. 그래도 그나마 팔방미인형에 가장 가까운 외국인 선수가 바로 삼성생명의 엘리사 토마스다.

지난 2014-2015 시즌 하나은행의 외국인 선수로 활약하며 WKBL 무대와 처음 인연을 맺은 토마스는 한 시즌을 쉬고 2016-2017시즌부터 삼성생명의 유니폼을 입고 활약하고 있다. 지난 시즌에도 15.9득점 10.2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골밑을 완벽하게 지배한 존스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토마스와 존스는 WNBA에서는 코네티컷 선즈의 팀 동료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세 번째, 삼성생명에서의 두 번째 시즌을 맞은 토마스는 눈부신 활약으로 WKBL 무대를 완벽히 접수했다. 토마스는 전반기 득점(22.5점), 리바운드(15.8개),스틸(2.8개), 공헌도(553.7점)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게다가 어시스트 부문에서도 2위(4.9개)를 달리고 있을 정도로 삼성생명에서 절대 없어선 안 될 존재로 활약하고 있다. 게다가 기동력까지 갖추고 있어 깔끔한 속공 마무리 능력을 자랑한다.

흔히 토마스의 약점을 낮은 자유투 성공률과 짧은 슛거리라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토마스의 진짜 약점은 토마스에 대한 삼성생명의 지나친 의존이다. 실제로 삼성생명은 토마스가 부상으로 결장했던 3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시즌 전 우승 후보로까지 꼽히던 삼성생명이 전반기 6승 9패로 부진했던 것도 토마스의 부재가 결정적이었다. 적어도 이번 시즌 토마스는 '너무 뛰어나서 슬픈' 외국인 선수다.

[센터] 외국인 선수들 제치고 블록 1위 달리는 박지수

 박지수가 여전히 10대 선수라는 점은 한국 여자농구의 미래를 밝게 하는 부분이다.

박지수가 여전히 10대 선수라는 점은 한국 여자농구의 미래를 밝게 하는 부분이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WKBL에서는 지난 20년의 역사 동안 정은순, 정선민, 이종애, 신정자, 강영숙 같은 좋은 빅맨들이 많이 배출됐다. 하지만 정은순과 정선민은 포지션대비 압도적으로 뛰어난 기술을 바탕으로 정상의 자리에 올랐고 신정자와 강영숙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피지컬의 약점을 투지와 근성으로 극복하던 빅맨이었다. 현역 시절 '블록슛 여왕'으로 명성을 떨쳤던 이종애는 선수생활 내내 호리호리한 체격의 약점을 지적 받았다.

따라서 고교 시절부터 이미 성인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던 정통 센터 박지수의 등장은 여자농구 팬들을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 KB국민은행 스타즈 박지수는 루키 시즌 부상으로 13경기에 결장했음에도 10.4득점 10.3리바운드 2.2블록슛을 기록하며 여유 있게 신인왕을 차지했다. 그리고 박지수는 성인농구 2년 차를 맞는 이번 시즌 더욱 무르익은 기량을 뽐내고 있다.

박지수는 전반기 득점 11.9득점(14위), 12.5리바운드(2위), 3.3어시스트(6위), 3.1블록슛(1위)을 기록했다. 쟁쟁한 외국인 선수들을 제치고 블록슛 1위를 달리고 있는 점도 대단하지만 센터 포지션임에도 어시스트 6위에 올랐다는 사실이 더욱 놀랍다. 자신에게 수비가 집중됐을 때 비어 있는 동료들을 찾아내는 시야를 갖춰가고 있다는 뜻이다.

박지수가 골밑에서 보여주는 존재감은 나머지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을 통해 증명된다. 단타스와 커리는 전반기에 각각 20.5득점과 12.3득점을 기록했는데 이는 박지수가 골밑을 든든히 지켜 주면서 두 외국인 선수들의 활동 반경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더욱 반가운 사실은 박지수가 이제 만19세가 된 어린 선수라는 점이다. 이미 WKBL 최고의 센터로 군림하고 있는 박지수의 성장은 KB스타즈는 물론 한국 여자농구의 미래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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