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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이야기가 끝나도 캐릭터는 그대로였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특히 영화는 배우의 얼굴이 곧 캐릭터이므로, 이야기의 공백기는 배우의 얼굴을 통해 고스란히 다음 시리즈에 반영된다. 스토리 전개상 6편(<스타워즈 에피소드6-제다이의 귀환>, 1987) 이후 약 30년 만에 다시 스타 워즈의 새 시리즈가 시작됐다. 영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에서 30년 뒤의 이야기를 다루게 된 것은 제작자의 선택이 아니었다. 주연을 맡은 배우 해리슨 포드, 마크 해밀, 캐리 피셔가 30년 세월 동안 나이가 들어버렸기 때문에 30년 뒤를 이야기 할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의 이야기는 인트로 자막 몇 줄로 요약될 뿐이다.

1956년생 배우 캐리 피셔는 지난 2016년, 향년 6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배우 해리슨 포드와 마크 해밀은 각각 1942년생, 1951년생이다. 스타워즈 제작자 입장에선 무엇보다 이들의 퇴장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퇴장은 영웅답게 멋있어야 했다. '영웅의 멋있는 퇴장' 그리고 '새 영웅의 등장'. 이 두 가지는 엄청난 팬덤을 갖고 있는 전설적인 시리즈를 다시 시작하기에 충분한 동력이 될 것으로 보였다.

그렇다면 <깨어난 포스>는 이에 성공했을까. 오랜 팬들은 성에 차지 않는다고 볼멘 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체로 평단과 일반 관객들에게는 호평을 받았다. 필자도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영웅의 멋있는 퇴장도, 새 영웅의 등장도 모두 미흡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새 영웅의 등장은 애초부터 리부트 3부작 중 첫 번째 편에서 완벽하게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영웅의 퇴장' 부분은 실망스러웠다. <깨어난 포스>에서 한 솔로(해리슨 포드 분)는 "예감이 좋지 않아(I have a bad feeling about this)"라는 말을 남기고 한 순간에 목숨을 잃는다. 한 솔로는 다른 우주 생명체에 비하면 특별한 능력 하나 없는 인간이지만 위험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은 캐릭터였다.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카일로 렌이 주인공들을 위험에 빠뜨렸다면 한 솔로의 죽음에 명분이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 포스를 제대로 다루지도 못 하는 레이에게 어이없이 당하는 모습은 한 솔로의 죽음을 멋 없고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영화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스틸 이미지

영화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스틸 이미지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라스트 제다이> 영웅들에게 예우를 갖추다

희소식이 있다면, 14일 개봉한 영화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는 한 솔로에 대한 뒤늦은 예우를 갖췄다는 점이다. 이번 편에선 "예감이 좋지 않아"라는, 스타워즈의 시그니처 대사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이 대사에 가장 어울렸던 한 솔로에게 헌정한 듯 보였다. 뿐만 아니라 포스를 통해 모든 걸 느꼈을 루크 스카이워커(마크 해밀 분)도 한 솔로의 죽음을 몰랐던 양 "한은 어디에 있나(Where is Han?)"라고 물어, 관객들에게 다시 한 번 잠시나마 그의 죽음을 슬퍼할 시간을 마련해준다.

이렇듯 <라스트 제다이>는 하나의 신화를 만들어 준 영웅에게 제대로 된 존중을 전하는 영화다. 이 영화가 큰 울림을 주는 이유다. 사실 그 의도는 이미 예상가능했다. <깨어난 포스>는 한 솔로의 퇴장, <라스트 제다이>에서는 루크 스카이워커의 퇴장을 그렸다. 아마 2019년 개봉 예정인 <스타워즈 에피소드9>에서는 레아 공주(캐리 피셔 분)의 퇴장을 다룰 것으로 보인다.

캐릭터의 영화 속 분량 역시 이에 맞춰져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깨어난 포스>에선 한 솔로가 주로 극을 이끌었고, <라스트 제다이>는 루크 스카이워커의 역할이 돋보였다(9편의 극을 이끌어야 할 레이 피셔의 부재가 제작자 입장에선 골치일 것이다). 8편은 마지막 제다이로서 극의 중심 역할을 맡은 그에게 제목을 바친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그는 제목에 걸맞게 멋있는 모습으로 스타워즈 시리즈를 떠났다. 만약 7편의 제목이 '한 솔로의 퇴장'을 은유한 제목이었다면, <깨어난 포스>에 대한 팬들의 서운함이 누그러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한 솔로의 젊은 시절을 그린 스핀오프 영화 <솔로 스타 워즈 스토리>가 오는 2019년 개봉한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 본다.

 영화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스틸 이미지

영화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스틸 이미지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새로운 전설로서의 자격을 갖추는 데 성공한 <라스트 제다이> 

루크 스카이워커에게 '최후의 제다이'라는 명예로운 이름을 붙여준 <라스트 제다이>는 새로운 제다이 레이를 선보인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그녀의 출생의 비밀을 감추어 9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영리한 전략까지 활용한다. 레이에 관해서도 팬들의 평은 갈린다. 좋게 보지 않는 팬들은 그녀가 너무 '먼치킨' 캐릭터라고 주장한다. 외계/드로이드 언어, 우주선 조종/수리, 전투 능력, 포스의 사용 등 못하는 게 없기에 얻은 평가로 보인다. 이는 설정 상의 문제로 보이는데 그와 별개로 캐릭터 자체에 매력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깨어난 포스>가 개봉했을 당시에도 무엇보다 신인인 배우 데이지 리들리 캐스팅 자체에 시비를 거는 사람들은 없었다.

게다가 이번 <라스트 제다이>에서는 캐릭터 설정에 대한 보완으로 보이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레이는 루크 스카이워커와의 첫 번째 수업 만에 '다크 사이드'를 들여다보게 되는데, 이는 감독이 대놓고 레이의 '먼치킨'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준 의도적인 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를 본 루크 스카이워커가 본인도 이 상황을 못 믿겠다는 듯 다시 한 번 친절하게 그 사실을 대사로 뱉어주기 때문이다. 감독이 이를 굳이 짚고 넘어가는 것은 레이의 설정이 '밸런스 파괴'가 아닌 뭔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걸 암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고, 아마 다음 편에서 그 비밀이 드러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그 비밀이 뭔지와 관계없이, 레이는 팬들로부터 앞으로 이어질 스타워즈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자격을 이미 획득했다.

반면 한 솔로의 대체자로 보이는 핀은 아쉬웠다. 물론 <깨어난 포스>때 보다 더 큰 매력을 뽐내기는 한다. 핀의 가장 임팩트 있는 장면은 동시에 꽤 상징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핀이 <깨어난 포스>에서부터 자신을 이름 대신 고유 식별 번호(FN-2187)로만 부르던 캡틴 파스마와 다시 맞닥뜨리는 장면인데, 핀은 본인을 번호로만 부르던 존재를 직접 처치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확보하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마침내 파스마를 해치운 뒤 멋있는 포즈를 취하는 모습을 보여줘도, 죽음을 각오하며 적의 무기를 향해 가미가제를 시도하는 모습을 보여줘도 아직 핀에게 온전히 마음이 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어느 정도 정이 들긴 들었으나 아직 한 솔로의 아우라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도 <라스트 제다이>는 전편의 많은 약점들을 보완한다. 악당 카일로 렌이 전 시리즈의 다스 베이더와 비교해서 매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카일로 렌이 베이더를 따라 쓰던 가면을 손수 부숴버리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 외에도 이전 시리즈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려는 노력이 눈에 띈다. 렌을 조종하던 수프림 리더 스노크를 너무나 허무하게 죽여 버리는 것, 반란군을 거의 궤멸 직전까지 밀어 붙이는 장면 등이 그러하다.

새로운 전설을 시작하기 위해 제로베이스로 돌아간 <라스트 제다이>는, 무엇보다 기존 시리즈의 '뒷이야기'라는 딱지를 떼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거의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칭찬 받아 마땅한 영화다. 또 <라스트 제다이>는 그런 영화 외적인 요소를 제외하더라도 매력적이고 완성도 있는 작품인 것 또한 사실이다. 다음 편이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더라도 <라스트 제다이> 자체는 팬들에게 시리즈 명작으로 손꼽힐 만한 작품인 것은 분명하다.

 영화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스틸 이미지

영화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스틸 이미지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철홍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anwu.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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