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7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7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KBO리그에서 한 시즌 동안 각 포지션 당 1명의 선수만이 빛나는 황금장갑의 영예를 안게 된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골드글러브(수비)와 실버슬러거(타격)를 각각 나눠 시상하지만 KBO리그에서는 통합하여 골든글러브라는 이름으로 시상한다. 지명타자 제도를 시행하기 때문에 1984년부터 지명타자도 시상하고 있으며, 외야수는 포지션 구분 없이 3명을 선발한다.

'로베르토 클레멘테 상'을 벤치마킹한, 모범적인 선행을 한 선수에게 수여하는 '사랑의 골든글러브'를 별도로 시상하고 있다. 지난 2001년부터는 페어플레이상도 추가됐다. 또한 잊을 수 없는 포즈를 사진으로 남긴 선수에게는 골든포토상을 시상하기도 한다.

원래 매년 12월 두 번째 화요일에 시상했으나 2017년에는 두 번째 수요일인 12월 13일에 시상하게 됐다. 2015년과 2016년에는 더 케이 호텔에서 골든글러브 시상식과 윈터 미팅까지 3일을 묶어서 일정을 진행했지만, 2017년부터는 일정이 바뀌어서 월요일과 화요일에 윈터 미팅을 진행하고 수요일에 다른 장소에서 시상식을 하게 됐다.

원래 골든글러브 후보에 오를 수 있는 기준은 다소 까다로웠다. 야수는 일정 횟수의 경기 이상 수비를 나서면서 규정 타석을 채우고 0.310 이상의 타율(유격수는 0.280, 포수는 0.290)을 넘겨야 후보로 선정될 수 있었는데, 타고투저 리그인데도 불구하고 특정 포지션에서는 타율을 넘긴 선수가 없는 사례도 있었다. 투수도 평균 자책점 3.40 이하에 15승 또는 30세이브 이상을 채워야 했지만 기준을 맞추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2017년 골든글러브 후보에서는 기준이 다소 완화됐다. 선발투수 기준은 10승으로 완화되었고, 마무리투수는 30세이브 그리고 중간계투 기준이 신설되어 30홀드 이상을 기록한 구원투수도 후보에 오를 수 있게 되었으며 평균 자책점 기준은 폐지됐다. 야수도 출전한 경기 X 5이닝 이상으로, 지명타자는 규정 타석의 3분의 2 이상 출전으로 완화되었으며 타율 기준이 폐지됐다(개인 타이틀 홀더들은 자동으로 후보 포함).

각 포지션 10명 중 KIA 수상자 5명, 또 한 번 잔치 벌인 챔피언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7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KIA타이거즈 양현종이 KBO 투수 부문상을 수상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7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KIA타이거즈 양현종이 KBO 투수 부문상을 수상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수상자는 투수 1명, 포수 1명, 지명타자 1명, 내야수 4명, 외야수 3명 등 모두 10명이다. 단일 리그로 진행되는 KBO리그의 특성상 수상자 중 과반이 한국시리즈 우승 팀에서 배출되는 경우가 잦았다. 이번 역시 그러했다.

2017년 정규 시즌 및 한국 시리즈 통합 챔피언 KIA 타이거즈는 10명 중 절반에 해당하는 5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투수 부문에서는 다승왕 및 MVP 양현종이 생애 첫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양현종은 골든포토상까지 수상하며 올 시즌 타이틀 홀더, MVP, 최동원 상(통산 2회)에 이어 골든글러브(포지션 + 특별상)까지 쓸어담는 최고의 한해를 만들어냈다.

KIA는 내야수에서 2명, 외야수에서 2명의 수상자를 더 배출했다. 내야수에서는 2루수 안치홍과 유격수 김선빈 키스톤 콤비가 나란히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안치홍은 통산 2회 수상이고, 올 시즌 타격왕을 차지했던 김선빈은 생애 첫 수상이었다.

KIA의 외야수 골든글러브는 최형우와 로저 버나디나 2명이 차지했다. 최형우는 지난해에도 외야수 골든글러브를 받았지만 이는 삼성 라이온즈에서 냈던 성적으로 받은 것이었다. 수상 이전에 FA 계약을 통해 KIA로 이적했기 때문에, 삼성에서 성적을 내고 KIA 소속으로 수상한 특이한 이력이었다. 하지만 올해에는 KIA에서 낸 성적으로 2년 연속 수상에 성공했다.

버나디나는 올 시즌 타격의 정교함(타율), 파워(홈런), 클러치 능력(타점), 주루 능력(도루) 그리고 수비까지 두루 좋은 성적을 기록하며 KIA의 테이블 세터와 중심 타선에 필요한 역할들을 모두 해냈다. 또한 타이거즈 외국인 타자 최초로 20홈런-20도루까지 성공하며 최근 KIA의 용병 타자들 중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고향에서 오프 시즌을 보내고 있는 버나디나를 대신하여 김태룡 코치가 트로피를 받아 버나디나에게 전달하게 됐다.

롯데 출신 선수 3명 수상, 강민호는 롯데 팬에 작별인사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7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삼성라이온즈 강민호가 KBO 포수 부문상을 수상한 뒤 롯데팬들에 대한 감사의 소감을 밝히고 있다.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7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삼성라이온즈 강민호가 KBO 포수 부문상을 수상한 뒤 롯데팬들에 대한 감사의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다른 포지션에서는 포수 강민호(현 삼성 라이온즈), 1루수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3루수 최정(SK 와이번스), 외야수 손아섭(롯데 자이언츠) 그리고 지명타자 박용택(LG 트윈스)이 각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들 중 강민호와 이대호 그리고 손아섭은 올 시즌 롯데에서 기록한 성적을 토대로 받았으며, 롯데 출신 선수가 3명이 수상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서로 다른 팀 소속으로 만난 강민호와 이대호는 시상식장에서 서로 훈훈하게 축하를 나눴다. 이대호는 강민호와는 자신이 일본에 있을 때도 꾸준히 연락했던 사이로 정이 많이 들었으며, 둘 사이가 안 좋아서 강민호가 떠났다는 루머에 마음이 아팠다고 밝혔다.

이대호는 롯데를 위해 강민호와 함께 희생하고 잘 되길 고민했던 사이라면서 많이 아쉬워했다. 그래도 이대호는 강민호가 삼성에서도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좋은 모습을 보이길 기대했고, 경기에서 만나면 냉정하게 승부할 것을 밝혔다.

이대호는 그동안 해외 리그에 있었던 탓에 6년 만에 골든글러브를 수상했으며, 올 시즌이 국내 복귀 이후 첫 수상이었다. 다만 내년부터는 KBO리그에 복귀한 박병호 등 경쟁 상대가 더 늘어나기 때문에 이대호 자신도 더욱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통산 5번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게 된 강민호는 롯데에서 성적을 거뒀지만 FA 계약으로 삼성으로 이적한 직후 상을 받게 됐다. 강민호는 수상 소감을 밝히던 중 눈물을 보이며 롯데에서 받았던 팬들의 사랑을 잊지 않겠다는 말로 롯데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FA 시장에서 롯데와 재계약한 손아섭은 외야수 골든글러브의 나머지 한자리를 수상했다. 3루수 골든글러브는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한 최정이 수상했으며, 지명타자 부문에서는 LG의 베테랑 박용택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관심은 보였지만 아쉽게 수상에 실패한 이정후와 이승엽

올 시즌 144경기에 모두 출전하여 신인상을 수상했던 이정후(넥센 히어로즈)는 다른 선배들에게 밀리며 아쉽게 신인 시즌 골든글러브 수상까지는 실패했다. 대신 이정후는 올 시즌이 끝난 뒤 연봉 계약 과정에서 307.4% 인상된 1억 1천만 원으로 계약, 2년 차에 억대 연봉 선수에 진입하는 것으로 보상받았다.

신인상과 골든글러브를 동시에 수상한 기록은 2012년 서건창이 신인상과 골든글러브를 동시 수상한 이후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데뷔 시즌에 신인상, MVP, 골든글러브를 모두 수상한 마지막 사례는 2006년 류현진(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있다.

이승엽은 1997년부터 2003년까지 KBO리그 역사상 유일한 7년 연속 수상 기록을 갖고 있으며, 통산 수상에서도 10회로 아직까지 깨지지 않는 최다 기록을 갖고 있다. 은퇴전에서 2홈런을 날리며 마지막 경기까지 뜨겁게 방망이를 불태웠던 이승엽은 그러나 골든글러브 투표에서는 지명타자 2위에 그치며 아쉽게 은퇴 시즌 수상에 실패했다.

대신 지명타자 부문은 이번 수상자 중 최고령 선수 박용택이 수상했다. 박용택은 그동안 외야수로 수상하다가 지명타자로는 처음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박용택은 불혹은 그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면서 LG의 동생들을 잘 이끌어 내년에는 동생들과 함께 시상대에 오르겠다는 표현으로 내년 시즌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KBO리그 골든글러브 시상식은 정규 시즌과 포스트 시즌을 제외하면 리그에서 치러지는 가장 큰 행사다. 그런 만큼 선수들이 모두 모여 한 시즌을 모두 마무리하고 축하하는 행사이며, 팬들도 선수들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행사이기도 하다. 황금빛 장갑으로 겨울밤을 밝힌 수상 선수들이 다음 시즌에도 어떠한 활약을 펼칠지 주목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골든글러브시상식 KIA타이거즈 양현종각종상석권 박용택골든글러브수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