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닝 제한이 걸린 김광현은 어떻게 기용될까.

이닝 제한이 걸린 김광현은 어떻게 기용될까. ⓒ SK와이번스


SK 와이번스는 110이닝으로 제한된 김광현의 복귀 시즌을 어떻게 계획하고 있을까.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SK 와이번스에 최고의 지원군이 합류한다. 에이스 투수 김광현(29)이 순조롭게 재활 일정을 소화하고 복귀 타이밍을 재고 있다.

김광현은 지난 1월 팔꿈치 내측 인대 손상으로 인대이식접합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으며 2017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구단 측에서는 이를 예측하고도 지난해 11월 3년 85억 원의 최고 대우로 FA 재계약을 해 에이스와의 의리를 지켰다. 김광현은 이에 부응하듯 힘들고 지루한 재활 과정을 잘 이겨내고 있다. 다행히도 재활 과정에서 한 번도 통증이 발생하지 않아 마무리캠프까지 정상적으로 소화하고 돌아올 수 있었다.

현재 김광현의 목표는 개막전 복귀로, 2월 스프링캠프부터 다른 선수들과 똑같은 시즌 준비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마무리캠프 종료 후 귀국길 인터뷰에서 "정상적으로 라이브피칭, 경기, 시범경기 등판까지 소화하고 개막전에 몸을 맞추려고 한다"고 목표를 밝혔다. 오랜 시간 휴식기부터 스프링캠프까지 일정한 루틴을 소화한 만큼 가장 익숙한 복귀 루트가 될 것이다.

하지만 악명 높은 '토미 존' 수술인 만큼 긴 페넌트레이스를 100% 완주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SK 수뇌부는 이미 김광현의 투구 이닝을 100~110이닝으로 제한했다. 염경엽 단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만약 포스트시즌에 올라간다면 정규 시즌에는 더 적은 이닝만 소화할 것이다. 정규 시즌과 포스트시즌을 통틀어 110이닝이다. 전반기가 끝난 뒤에는 어느 정도 휴식을 주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단 방침은 최대 20번 내외의 선발 등판에서 시즌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잡았다.

그렇기 때문에 김광현의 합류 시점과 기용에 대해 다양한 루트가 생겼다. SK는 지난 시즌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NC 다이노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렀지만 외국인 에이스 메릴 켈리가 부진하며 단 한 경기로 가을야구를 마쳐야 했다. 김광현은 6차례의 포스트시즌에서 통산 3.36의 평균자책점으로 활약했다. SK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경우 경험 많은 김광현의 합류는 더욱 큰 힘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닝 제한이 걸린 만큼, 정규 시즌에서 어느 정도로 활용해야 할 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포스트시즌에서 피칭을 노리고 섣불리 오랜 기간 휴식을 부여했다가, 정작 포스트시즌에서 실전 감각 부족으로 부진할 수도 있다. 김광현이 포스트시즌을 대비해 시즌 도중 휴식을 갖는 동안 팀이 부진한 성적으로 5강권과 멀어질 수도 있다.

다행히도 SK는 김광현을 제외한 4선발까지의 로테이션을 확정했다. 특정한 변수가 없는 한 굳이 복귀 1년 차의 김광현을 당겨쓰거나 꼬박꼬박 로테이션을 지켜가면서 내보낼 필요는 없다(물론 그래서도 안되겠지만). 따라서 시즌 초반 적은 이닝을 던지며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고,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후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피칭에 나서는 것이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보통 후반기의 경우 전반기보다 경기 수가 적고, 우천 취소된 경기가 재편성되어 경기 일정이 불규칙하다. 외국인 선수 2명과 박종훈을 메인 선발로 넣고, 김광현의 컨디션을 적절히 조절해가며 내보내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 경우 승부처인 후반기에 김광현을 충분히 기용할 수 있으며 포스트시즌까지 충분한 경기 감각을 유지하게끔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반기 순위 싸움에서 크게 밀리거나 선발 로테이션에 2자리 이상의 구멍이 뚫리는 경우 시즌 운영이 크게 꼬일 수 있다. 자칫하면 목표했던 100이닝을 채우지 못할 경우도 다분하다. 그러나 김광현에게 굳이 100이닝을 반드시 채우게 할 필요는 없다. 100이닝은 선수의 의무 할당량이 아닌 보호 차원에서의 제한 조치다. 오히려 100이닝 이전에서 끊는 것이 앞으로의 선수 커리어에 도움이 될 가능성도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아예 복귀 시점 자체를 늦춰 버리는 경우도 있다. 개막전에 복귀할 수 있더라도, 포스트시즌을 위해 6월 정도를 복귀시점으로 잡는 것이다. 이 경우 역시 포스트시즌까지 적정한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으며 포스트시즌에서도 충분히 김광현 카드를 활용할 수 있다. 또 만약 회복에 시간이 더 필요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경우 여유 있는 복귀로 충분한 시간을 부여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다만 김광현이 개막전 복귀를 맞춰 몸을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에 이 방법을 선택하려면 조속한 결단이 필요하다. 또 예년 시즌 대비 루틴이 많이 달라져 리듬이 깨지는 것 역시 우려해야 하고, 만일의 사태로 후반기 큰 부상을 당해버리면 다시 1년을 통째로 날릴 수 있다. 책임감이 강한 김광현에게 또 다시 1년을 허송했다는 사실은 부담으로 작용하기 쉽다.

이외에도 5선발로 기용하되 등판 간격을 조금 길게 잡으며 시즌을 보다 느슨하게 완주할 수도 있고, 염경엽 단장의 계획대로 전반기 종료 후 긴 휴식을 줄 수도 있다. 방법은 다양하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이닝 제한이 에이스의 완벽한 복귀를 위한 안전 장치라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이다. 2019 시즌 200이닝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지, 2018 시즌 100이닝을 던지는 것이 필수적인 것이 아니다. SK 수뇌부는 김광현의 기용에 대해 어떤 결단을 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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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박윤규 시민기자는 청춘스포츠 5기 기자입니다.
SK와이번스 김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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