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초 상수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한 코이데 마사키 PD.

11월 초 상수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한 코이데 마사키 PD. ⓒ 하성태


코이데 PD와의 인터뷰는 통역이 없이 진행됐다.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이었던 지난달 부산 '센탑'이 주최로 '현업 영화인 특강'이란 제목의 특별 초청 강연에 나선 코이데 PD는 역시나 놀라운 한국어 실력을 자랑했다. 딱히 한국에서 배운 적 없는, 일본에서 스스로 '공부'한 실력이란다(관련기사 : "관객이 다 '헉' 한 반전..." 한국영화에 빠진 일본PD).

그 한국어 실력과 한국영화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한국영화계에서 인맥을 차곡차곡 넓혔고, 결국 리메이크 영화를 제작했다. 그렇게 코이데 PD는 일본 작품의 한국화를 선도하는 동시에 한국영화를 일본에 소개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한국영화에 대한 그의 애정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되시는가. 그를 처음 만난 곳도 지난 9월 중순 열린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VIP 시사날이었다.

한국 영화인들과 위화감 없이 어울리는 그를 처음 대면하고 쉬이 일본인이라 생각지 못했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소재로 한 작품에 대해 한참이나 찬사를 늘어놓는 일본인이라니. 상업영화는 물론 한국 독립예술영화에 대한 애정도 남다른 코이데 PD는 오는 30일 열리는 2017 서울독립영화제에도 꼭 참석할 거라며 일찌감치 개막식 티켓을 문의하는 열의를 보여주기도 했다. 

리메이크를 위해 다수의 한국영화를 점찍고 있다는 코이데 PD는 이러한 관심과 공력을 바탕으로 한국과 일본 영화계를 '작품'으로 이어주고 있다. 이렇게 15년이 넘게 이어온 한국영화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음악과 드라마, 뮤지컬과 영화로 뻗어 갔다고 한다. 1967년생, 일본 나이로 50대에 들어선 이 산전수전 다 겪은 일본인 프로듀서가 들려주는 일본 영화계의 현실과 그가 바라보는 한국영화계의 인상에 대해 조금 더 귀 기울여 보자.

"'한류'라는 용어가 너무 싫다"

- 2000년대 중반 일본에서 한국영화가 다수 소개됐고 성과도 있었다. 10년이 넘게 흐른 지금은 '천만 영화'라도 '와이드 릴리즈'(전국) 개봉이 쉽지 않다. 
"일본 내 한국영화 흥행작은…, <내 머리 속의 지우개>가 기억난다. 그때는 가가라는 배급사가 홍보 비용을 많이 투자하고 홍보도 정말 많이 했다. 그렇게까지 자신감이 있게 와이드 릴리즈로 배급하고 홍보할 영화가 많았나 생각해 보면…. <내 머리 속의 지우개>도 센 내용이지만,  일본 관객의 입맛에 맞으면서 대규모로 홍보비용을 들일 만한 영화를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

한편으로 그런 문제도 있다. 시대가 바뀌었다. <해운대>도, <부산행>도 더빙 버전을 같이 개봉했다. <엽기적인 그녀>나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때만 해도 자막 버전만 있었다. 요즘 일본 사람들은 영어도 그렇고 자막 읽기를 싫어한다. 자막이나 홍보비용을 투자하는 게 일종의 모험이 된 거다. 홍콩, 대만 영화는 거의 개봉을 못 하고, 미국 영화도 중간 규모 영화는 미개봉작이 많다. 한국영화만 그런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외화들이 개봉도, 흥행도 힘들어졌다."

- 일본영화계도 애니메이션을 포함해 자국 영화를 점점 많이 보는 추세다.
"(직접 가져온 통계 수치를 보여주며) 2016년 극장 개봉작 중 일본영화가 63%, 외화는 36.9%였다. 일본영화가 610편, 외국영화가 539편 개봉했다. 일본 영화 중에선 저예산 (독립)영화가 정말 많다. 토호, 토에이, 쇼치쿠, 워너까지 네 메이저 회사 중 토호가 제일 많이 개봉하는데, 1년에 40편 정도다. 다른 배급사들도 일주일에 한 편 정도 개봉한다. 와이드 릴리즈 개봉은 10%라고 보면 된다. 나머지 500편은 누구도 모르게 개봉하고 막을 내린다고 보면 된다."

- 어떤 일본 기자는 한국영화사가 한류 붐 이후 고가로 수출하던 버릇을 잘 못 버린다거나 한때 일본영화는 수입하지 않고 한국영화만 수출하려는 경향을 꼬집기도 하더라.   
"개인적으로, '한류'라는 용어를 너무 싫어한다. 한류 영화는 없다. 한국영화, 한국드라마가 있을 뿐이다. 한류의 시작이 <겨울연가>의 배용준 아닌가. 그럼 배용준 다음에 누구지? 장동건? 원빈? 이병헌? 계속해서 남자 배우만 찾고, 남자 위주의 문화만 찾는 게 메인스트림으로 정착해 버렸다. 원빈의 경우, <우리형>? 그다음은 <아저씨>? 남자 주인공 위주의 시대가 계속됐는데, 배용준도, 이병헌도, 이제 원빈까지 결혼을 하지 않았나(웃음). 일본 여성 관객들의 마음도 식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 한국 내에서도 몇 해 전부터 그런 지적들이 팽배하다. 소위 '남자 영화' 일색인 주류 영화들에 대한 비판.
"한국도 그렇지만, 메인스트림은 여자 관객들에게 포커스를 맞춰 개봉하지 않나. 소위 '센 영화'들이 힘들 수밖에 없다. <아저씨>도 와이드 릴리즈로 개봉했는데, 잘 안 됐다. 한국은 센 범죄물이 너무 많다. 영화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색다른 장르나 내용을 기대하는 (일본) 대중의 분위기가 분명 있는데, 센 영화들이 다수다. <악마를 보았다>도 그랬고."

- <악마를 보았다>는 한국 관객들도 버거워 했다(웃음).
"재밌는 장르물에 대한 선호가 일본에도 분명히 있다. 예컨대, <범죄도시> 같은 장르물 말이다. 그런 작품들은 '저, 한국영화 팬이에요'라고 하는 관객들도 대다수가 모른다. 로맨틱코미디나 멜로 외에 일본 사람들은 박찬욱, 봉준호, 홍상수, 김지운, 김기덕까지 딱 다섯 감독밖에 모른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강제규 감독은 예외일 수 있지만, 어쨌든 일본 영화업계 사람들도 딱 그 정도만 안다고 보면 된다."

- 그런 소위 '메인스트림' 외에 일본에서 한국영화를 볼 기회는 없는지.
"WOWOW라는 채널이 그래서 유용하다. <여교사>도 이 WOWOW에서 봤다. 이렇게 케이블에서 먼저 공개된 후, 단관 개봉하는 경우도 생겼다. 결국 일본 수입사가 저렴하게 한국영화를 수입한 뒤 홍보비용을 많이 들이는 것보다 WOWOW 같은 채널에 공개하는 형식을 택하는 거다. <미싱: 사라진 여자>도 그렇고, <살인의뢰>도 이 채널을 통해 봤다."

소설과 만화 '원작 천국' 일본, 그 힘의 원천은?

 부산영화제 기간 센탑에서 주최한 특강에서 강연을 한 코이데 마사키 PD.

부산영화제 기간 센탑에서 주최한 특강에서 강연을 한 코이데 마사키 PD. ⓒ 뉴웨이브


- 한국영화 팬으로서 바라보는 한국영화의 현재는 어떤 것 같나.
"바깥의 시선으로 한국영화를 보면, 다양성, 저예산 영화 중에서도 잘 되는 작품들이 많은 것 같다. <연애담>도 그랬고, <용순>도, <땐뽀걸즈>도 보고 참 좋았다. 반대로 <범죄도시> 같은 상업영화도 재밌다. 범죄 장르, 사극들이 많긴 한데, 다양성 영화가 아직 잘 만들어지고 좋은 작품이 많은 것 같다. 사실 한국 관객들도 박스오피스 상위 영화만 선호할 텐데, 저는 찾아서 보는 편이라 좋은 작품이 계속 나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 반대로 한국 내에서는 몇 년 전부터 전반적인 하향평준화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작년 가을인가? 오랜만에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에 와서 영화를 몰아 본 적이 있다. <폰>, <그놈이다>, <탐정>이었던 거 같은데, 세 편도 연쇄살인범과 관련된 영화였다. 당연히 장르는 조금씩 다르니까 재밌게 봤는데, 소재가 너무 한정돼 있는 것 아닌가 싶었다. 다양하고 재밌는 작품을 찾아서 보고 있는 내 입장에선 많이 아쉽다.

또 관객 입장에서 보면, 스크린독과점 문제가 불거졌는데, <군함도> 이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여전하지 않나. 롯데시네마 월드타워나 왕십리, 강남 CGV 같은 데 가보면, 너무 한 영화만 집중 상영한다. 관객들이 불편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본은 그런 문제는 없으니까."

- 그러게. 일본은 스크린 독과점과 같은 배급 환경의 문제는 도드라지지 않는다.
"한국식으론 절대 안 한다. 가끔 한국 멀티플렉스의 시간표를 보면서 너무 놀란다. 일본은 단관 극장도 많지만, 멀티플렉스도 배급사와 극장이 계약에 의해 최소 몇 주는 상영 환경을 지켜 준다.

첫 주 500석에서 둘째 주는 100석이 될 수는 있지만, 첫 주에 5회 상영했던 영화가 2주 차에 1회만 상영하고 그럴 수는 없다. 배급사의 힘이 약하더라도 대부분 잘 지켜진다. 일본에서 소위 '대박' 영화, 천만 영화가 나올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차이가 있다면 좌석점유율 정도일까. 그래서 <나는 살인범이다>도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하고 장기 상영을 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 현재 일본영화의 경향은 어떻게 보나. 
"비슷비슷한 '로코'나 멜로가 잘 되는 경향이 있지만, 토호 같은 자체 제작사가 잘 하고 있다고 본다. <신고지라>, <분노>도,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도 그렇고. 일본의 CJ 같은 토호가 기발한 영화를 계속해서 만들고 있다. 전반적으로 다른 회사들은 보수적이라 모험을 잘 안 하려고 한다. 그래서 보수적인 기획만 투자가 되고 만들어진다. 원작의 인지도가 있고, 몇몇 인지도 있는 감독이 붙어야 배급사가 같이 작업하기도 한다.

반면 일본은 영화도, 드라마도 원작의 영화화가 많은데, 그럴 수밖에 없다. 만화든, 소설이든 일단 숫자가 많고 원작이 또 재밌기도 하니까. 그런 면에서 오리지널 작품이 많은 한국은 대단하다. 최근 <박열>도 그렇고, 역사에 기록된 한 줄과 인물로 장편영화를 만든 거 아닌가. 일본은 그런 걸 못한다. 역사나 실화물도 별로 없다. 소송과 같이 유족이나 관련자들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기도 하고."

-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같은 예술영화 감독들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고레에다 감독님도 저예산 영화로 시작해,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이후 후지TV와 작업하고 드라마도 만들었다. 우리도 고레에다 감독님과 작품을 하고 싶다(웃음). 옆에서 볼 때, 계속 도전을 하는 것 같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일본, 태국, 대만 3개국 프로젝트이니 <십년>의 일본 프로듀서를 맡은 것도 그런 경우고. 고레에다 감독이 잘 되니까, 니시카와 미와나 가와세 나오미 감독도 꼭 같은 계열은 아니지만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다."

- 고레에다 감독의 영향력이 큰 것 같다. 일본에서도 그 정도 인지도나 국제영화제에서 각광 받는 감독들이 잘 안 나오고 있는 건가. 마치 한국에서 홍상수, 김기덕, 박찬욱, 봉준호 감독만이 해외에서 오랫동안 유명세가 지속되는 것처럼.
"고레에다 감독님 말고, 기타노 다케시 감독도 한국에서 유명하지 않나(웃음). 상업영화로 치면, 야마자키 타카시, 하스미 에이이치로 감독의 이름은 한국에서 잘 모를 것이다. 일단 두 감독 외에 <바람의 검심>을 만든 오오토모 케이시나 미이케 다카시, <아임 어 히어로>의 사토 신스케 등 메인스트림 영화를 만드는 감독은 10명 정도로 한정돼 있다. 그중에서 인지도 없는 우리 소속 두 감독이 조금 아쉽기도 하다(웃음). 감독 이름까지는 일본에서도 잘 모르니까.

개인적인 의견인데, 한국이나 외국 수입사가 일본영화를 비싸게 사가진 않지 않나. 그렇다 보니, 해외에선 아오이 유우나 오다기리 죠나 예술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이 인지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마치 홍상수 감도의 영화처럼(웃음). 그런 작품들이 수입가가 싸니까 한국에서 수입을 많이 했던 게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반대로 일본에서 대박이 난 <춤추는 대수사선>이나 <우미자루>는 콘트롤을 잘 해야 하고 절차가 복잡할 수 있다. 그에 비해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 경우 세계적으로 개봉하면 좋겠다는 마인드로 수입가도 그렇고 까다롭게 굴지 않으니까 더 많이 소개됐을 수 있다."

- 정확한 분석인 것 같다(웃음). 애니메이션 강세는 여전하다. <너의 이름은>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도 그렇고.
"계속될 것이다. 미와자키 하야오 감독도 은퇴를 번복했고. <너의 이름은>은 누구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대박이 났다. 다음 작품이 부담스러울 것 같다. 작품성도 있으니까 투자자들이 더 기대할 수밖에 없다. 토호의 가무라 겐키 프로듀서가 또 워낙 잘 하니까. 주제곡이나 마케팅도 엄청 성공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토호와 작업하면서 시너지가 난 것 같다."

- 여타 많은 상업 애니메이션들이 항상 박스오피스 수위를 차지한다.
"반대로, 미국이나 한국 애니메이션들은 일본에 거의 수입이 안 되니까. 디즈니나 픽사 작품 정도가 예외고. <코난>은 한국에도 팬들이 많고, <포켓몬>도 계속 잘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 세대도 옛날부터 <코난>을 봐왔는데, 지금 대학생이나 회사원들도 어릴 적 봤던 <코난>을 극장으로 보러 가도 창피해하지 않는다. '난 지금도 <코난> 팬인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갑자기 나이를 먹었나' 싶은. <포켓몬>과 달리 <코난>이 그런 거 같다. 어릴 적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세대들이 성인이 돼서 극장을 찾는 분위기다."

- 일본 애니와 망가 원작의 힘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니까. 반면 한국은 웹툰 시장이 살고 있지만, 그런 원작 시장은 크지 않다. 일본 만화가 그런 힘을 이어가는 원동력이 뭘까. 1억 인구? 덕후라 불리는 마니아들? 출판 시장?
"만화는 잡지가 있지 않나. 대표적으로 <소년점프>. 전 세계적으로 잡지가 다 죽었는데, 일본만 주간지가 아직 활성화돼 있다. <드래곤볼>도 그렇고, 결국 잘 되는 만화가 많아야 만화를 하고 싶은 인재들이 많이 생기고, 만화는 못 그려도 스토리 작가를 하고 싶은 이들도 모여드는 거고, 그렇게 큰 성공이 있으니까 인재들이 시장에 모이는 거다."

- 소설 출판시장도 비슷하지 않나.
"소설 역시 시장이 있으니까. 인세가 잘 되면, 1억 엔이 될 수도 있고. 인세로 10%는 받으니까. 분코라 불리는 문고판으로 처음 나오고 이후 하드커버로 출판이 된다. 찬스가 두 개다. 시장이 있으니까 계속해서 능력 있는 인재들이 모이는 거다. 비단 돈이나 시장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독자층이 있다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반면 일본에서는 아직 웹툰은 잘 안 된다."

'한국영화가 왜 그렇게 좋은가' 물었더니...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에 출연하는 배우 김태리, 류준열, 진기주.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에 출연하는 배우 김태리, 류준열, 진기주. ⓒ 영화사수박


- 개인적인 질문도 하자. 한국영화가 왜 그렇게 좋은가(웃음).

"2000년에 <공동경비구역 JSA >를 봤다. 당시엔 일본영화와 해외영화의 비중이 반대였다. 압도적으로 외국영화가 많았다. 일본영화는 지금처럼 흥행작이 거의 없었다. 그 시기 한국에 와서 < JSA>와 <친구>, <선물>을 봤다. 애국심을 떠나서 일본은 자국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이 많지 않았다.

근데 한국은 달랐다. 서울극장에서 봤던 거 같은데, 한국 관객들이 <친구>를 보면서 그렇게 울고 웃고 하면서 만족스럽게 극장을 나가더라. 이후 <태극기 휘날리며>나 <실미도>를 보는데, 소재나 테마가 정말 재밌었다. 원작이 없어서 더 그런 느낌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 배우들은 어떤가.
"한국 배우들은 좀 다른 거 같다. 영화와 드라마를 주로 하는 배우가 좀 다르기도 하지만, 일본과는 환경의 차이가 분명하다. 한국은 촬영기간도 상대적으로 기니까 배우들이 영화를 위해 많이 준비하는 느낌이 크다. 우리는 대작이어도 촬영 기간이 딱 두 달이고, 프리 프로덕션이나 후반 작업도 짧고 딱딱하다. 준비나 느낌 측면에서 분명 배우들도 느낌이 다르다."

- 또 한국영화를 리메이크할 계획이 있을 것 같다.
" 성공한 한국 스릴러 영화를 하기 위해 한국 프로듀서와 협의 중이다. <나는 살인범이다>라는 선례가 생기니까 투자사도 그렇고 문의가 들어오곤 한다. 그런데 쉽지 않은 것 같다. <써니>도 시대성 등이 가장 중요한데, 각색이 정말 쉽지 않다. 액션영화의 경우, 일본에서는 한국처럼 하기 힘들고, 로맨틱코미디는 일본영화로도 충분하다.

한국의 신선한 범죄물이나 새로운 장르에 관심이 더 간다. <부산행>이 일본에서 했는데, 업계 사람들이 다 재밌게 봤고, 마동석이란 배우도 처음 알게 됐다. 그런 일본 영화인들이 많다. <부산행>을 리메이크해도 좋을 것 같은데, 토호 같은 회사가 붙지 않으면 힘들다."

- 일본 작품을 한국에서 리메이크하는 작업에도 많이 관여한 걸로 알고 있다.
"일본 원작의 <리틀 포레스트>나 <니 부모 얼굴 보고 싶다>가 내년에 개봉한다. <구부러져라 스푼>은 뮤지컬로 만들어진다. 그 전에 드라마가 <로스 타임 라이프>가 네이버 웹드라마에 이어 KBS에서 2부작으로 방영되기도 했다.

한국영화의 일본 리메이크는 <끝까지 간다>를 협의 중에 있다. 그 외에도 지금은 밝힐 수 없는 여러 편을 준비 중에 있다. 결국은 배우가 캐스팅돼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 시나리오 개발에 매진하는 수밖에 없다."

- '문화 차이'라는 장벽이 존재하기에 리메이크 자체가 쉽지 않은 작업일 것 같다. 앞으로 또 해보고 싶은 작품이 있나.  
"강제규 감독의 <장수상회>가 <러블리, 스틸>이란 미국영화를 리메이크했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미국영화를 찾아봤는데, 대중적으로 가족 이야기도 적고 전체적으로 어둡더라. 반면 <장수상회>는 나이별 인물들이 등장하고, 재미 요소도 많았다. 반전 요소도 있어서 오히려 가족물이라고 보면 일본 리메이크로 더 적합한 작품이었다. <장수상회>도 해 보고 싶은데, 계약 관계가 이중으로 걸린 터라 쉽지는 않을 거 같다.

<숨바꼭질>도 하고 싶은데, 일본엔 공포영화가 너무 많다(웃음). 그런데 반대로 잘 연출할 수 있는 감독은 또 별로 없다. 저예산 공포는 많은데, 무서운 영화는 또 없다. 배경이 아파트인데, 촬영 허가가 쉽지 않을 것 같긴 하다. 20대 후반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로맨틱 코미디물도 염두에 두고 있다. 자신이 있어서 시작한 건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면서 잘 해내고 싶다."

- 일본 관객들도 코이데 마사키씨처럼 한국영화에 관심이 많다고 봐도 될까.
"한국문화에 관심이 있는 관객들은 확실히 많다. 처음엔 엑소나 방탄소년단, 트와이스와 같이 아이돌에 관심이 많던 젊은 층도 점차 영화나 드라마로 옮겨 가기 마련이다. 다들 자기 마음을 열어서 작품을 보게 되고. 그런 게 좋은 것 같다. 역사적인 문제나 또 개인적인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힐 수는 있지만, 국가와 상관없이 한국문화, 한국영화에 관심 있는 일본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인터뷰①] "관객이 다 '헉' 한 반전..." 한국영화에 빠진 일본PD

일본영화 코이데마사키 나는살인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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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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