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 2017 메인포스터.

서울독립영화제 2017 메인포스터. ⓒ 서울독립영화제2017


'서울독립영화제 2017'(이하 서독제 2017)의 개막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영화제 집행위원회 측은 16일 본선 경쟁부문과 '새로운 선택' 부문의 수상작을 결정지을 본선 심사위원 5인과 '새로운 선택' 심사위원 3인의 명단을 공개했다. 올 한해 독립영화계의 경향을 가늠할 수 있는 서독제 2017은 영화계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는 심사위원들을 위촉, 올해 역시 영화제의 위상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먼저 본선 심사위원으로는 변영주, 유운성, 이선영, 이혁상, 정병길 등 총 5인이 위촉됐다. <낮은 목소리> 시리즈의 변영주 감독은 2012년 <화차>로 제48회 백상예술대상 영화감독상을 수상한 바 있다. 유운성 영화평론가는 2001년 씨네21 영화평론상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로 오랫동안 활약했다. 이선영 심사위원은 여성 촬영감독이다. 공귀현 감독의 < U.F.O. >, 김동명 감독의 <거짓말> 등을 촬영했고, 2015년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기술상을 수상한 바 있다.

 서울독립영화제 2017 본선 심사위원 (좌로부터) 변영주, 유운성, 이선영, 이혁상, 정병길.

서울독립영화제 2017 본선 심사위원 (좌로부터) 변영주, 유운성, 이선영, 이혁상, 정병길. ⓒ 서울독립영화제2017


<종로의 기적>을 연출한 이혁상 감독은 김일란 감독과 공동연출한 <공동정범>으로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 우수상과 독불장군상을 수상했고, 현재 첫 극영화 프로젝트 <조선의 태양>을 준비 중이다. 정병길 감독은 <우린 액션 배우다>에 이어 최근 <악녀>를 연출해 제70회 칸 영화제에 초청됐다. 이들 5인의 심사위원들은 본선경쟁 부문에 진출한 단편 28편, 장편 10편의 심사를 맡게 된다.

신진 감독의 작품 세계를 주목하는 동시에 이들의 창작활동을 지지하는 '새로운 선택' 부문에는 강진아, 이광국, 이소현 총 세명의 감독이 심사에 참여한다. 강진아 감독은 장편 <환상속의 그대>를 연출한 바 있고, 이소현 감독은 제41회 서독제에서 관객상을 받은 다큐멘터리 <할머니의 먼 집>을 연출했다. <로맨스 조>로 데뷔해 <꿈보다 해몽>으로 제40회 서독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이광국 감독은 2017년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 손님>의 개봉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 세 감독은 '새로운 선택' 부문 후보 26편 중 중 새로운 선택상과 새로운 시선상의 수상작을 결정하게 된다.

한편, 서독제 2017은 오는 11월 30일(목)부터 12월 8일(금)까지 9일간 CGV아트하우스 압구정과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시네마테크 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개막작은 제작지원작인 옴니버스 장편 <너와 극장에서>다. 

 서울독립영화제2017 개막작 <너와 극장에서> 중 <우리들의 낙원>(김태진 감독)의 한 장면.

서울독립영화제2017 개막작 <너와 극장에서> 중 <우리들의 낙원>(김태진 감독)의 한 장면. ⓒ 서울독립영화제2017


이 작품은 장편 <수성못>의 유지영 감독, <비치온더비치>와 <밤치기>의 정가영 감독, <겨울꿈>의 김태진 감독이 참여한 옴니버스 영화다. 극장을 주제로 의기투합한 세 감독은 <극장 쪽으로>(유지영 감독), <극장에서 한 생각.>(정가영 감독), <우리들의 낙원>(김태진 감독)이란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개막작 <너와 극장에서>를 필두로 서독제 2017은 본선 경쟁 부문 38편, 새로운선택 부문 26편, 특별초청 부문 30편, 특별기획 8편, 해외초청 8편 등 총 111편을 상영할 예정이다. 영화제 측은 개막을 앞두고 프로그램 위원회 추천작을 공개했다. 그 중 탄탄한 서사와 독창적인 시선을 갖춘 장편 극, 다큐멘터리 영화 10편을 소개한다. 이 추천작들의 면면을 통해 2주 앞으로 다가온 서울독립영화제 2017의 '빅 픽처'를 그려 보시길.

<너와 극장에서> 유지영·정가영·김태진 감독 (극영화, 개막작) *월드 프리미어

 영화 <너와 극장에서>의 스틸컷.

영화 <너와 극장에서>의 스틸컷. ⓒ 서울독립영화제2017




2009년 시작된 인디트라이앵글은 젊은 신진 작가를 발굴, 침산한 작품을 제작하고, 배급 지원을 통해 극장 개봉까지를 목표로 두고 있다. 2017년의 화두는 극장이다. 유지영 감독의 <극장쪽으로>는 지방 도시에서 파견직 근무를 하는 주인공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기대와 위로의 공간인 극장에 낯설게 투사한다. 정가영 감독의 <극장에서 한 생각.>은 극장이란 환영의 공간에 걸맞은 스펙터클을 간결한 구조로 힘있게 밀어붙인다. 김태진 감독의 <우리들의 낙원>은 예기치 못한 해프닝이 좌충우돌하는 사랑스러운 소동극이다.

<히치하이크> 정희재 (극영화, 경쟁단편1)

 영화 <히치하이크>의 스틸컷.

영화 <히치하이크>의 스틸컷. ⓒ 서울독립영화제2017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아빠, 집을 나간 언니, 소식이 끊긴 엄마, 그리고 재개발을 앞둔 낡은 집. 열여섯 살 소녀에게 사라졌거나 곧 사라질 존재들이다. 소녀는 엄마를 찾기 위해 집을 나선다. 친아빠를 찾으려는 소녀의 친구도 동행한다. 로드무비의 틀 안에서 목적지를 향하는 소녀의 여정은 자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꺾이고 갈라진다. 그때마다 소녀가 감행해야 하는 선택과 마음의 갈등이 이 영화를 상투적인 성장담에서 벗어나게 한다.

<얼굴들> 이강현 (극영화, 경쟁장편2)

 영화 <얼굴들>의 스틸컷.

영화 <얼굴들>의 스틸컷. ⓒ 서울독립영화제2017




다큐멘터리 <보라>를 만든 이강현의 극영화 데뷔작. 등장인물들을 설명하려는 시도는 무용하다. 이들을 하나의 이야기 안에 그러모으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누군가의 표정이 있고, 풍경이 있고, 시선과 공간이 있다. 이 세계는 그것들을 골똘히 응시함으로써 자신의 시간을 감각하고 싶어 한다. 다큐멘터리 같은 극영화 혹은 극영화 같은 다큐멘터리 어딘가에서 <얼굴들>은 세계의 가능한 '얼굴들'을 포착하고 스스로도 세계의 가능한 '얼굴'이 되고 싶어 한다.

<카운터스> 이일하 (다큐멘터리, 경쟁장편4)

 영화 <카운터스>의 스틸컷.

영화 <카운터스>의 스틸컷. ⓒ 서울독립영화제2017




재일조선인을 겨냥한 혐오 시위에 대항하는 사람들의 모임 '카운터스'에 관한 다큐. '카운터스' 안에서도 특히 격렬한 액션으로 극우단체와 맞붙는 남자들을 '오코코구미'라 부른다. 이들은 다양한 직업군을 가졌고, 그 중 전직 야쿠자도 있다. <카운터스>는 공격적으로 거침없이 혐오 시위대와 충돌하는 이들의 흥미롭고 독보적인 행보를 포착한다.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뿐 아니라, 한 편의 다큐로서 그 현실을 돌파하는 통쾌하고 독착적인 리듬의 영화.

<로타리> 우윤식 감독 (극영화, 새로운선택4)

 영화 <로타리>의 스틸컷.

영화 <로타리>의 스틸컷. ⓒ 서울독립영화제2017




부산 영도를 배경으로 한 복수와 화해의 드라마. 10년 전 살인을 저지른 전과자 일영이 마을로 돌아온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경계하지만, 아들을 잃고 홀로 살아가는 화연만이 측은지심으로 그를 품는다. 바다에서 물질을 하며 살아가는 화연, 말없이 마을을 청소하며 배회하는 일영은 같은 복수의 대상을 두고 있다. 이후 극적인 상황으로 나아가는 <로타리>는 지역색이 묻어나는 미장센, 절제된 롱숏의 카메라로 전반적으로 투박하지만 주목할 만한 데뷔작이다.

<국경의 왕> 임정환 감독 (극영화, 새로운 선택6) *월드 프리미어

 영화 <국경의 왕>의 스틸컷.

영화 <국경의 왕>의 스틸컷. ⓒ 서울독립영화제2017




영화를 공부하는 유진과 동철이 동유럽 도시를 여행한다. 그들은 각자 낯선 풍경을 접하고 새로운 혹은 익숙한 친구들을 만난다.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사건이 흘러가고, 미스터리한 상황을 맞는데, 일부는 유진과 동철이 구상하는 시나리오 속 이야기로 보인다. 곤혹스러움은 이 모든 것이 묘하게 뒤엉켜 있다는 것이다. 같은 인물, 비슷한 대사가 반복되고, 시간과 공간, 그리고 시점이 혼재돼 있다. 영화 전체가 모호하다. 무엇이 영화이고, 무엇이 현실일까? '영화란 무엇인가'를 질문하는 이 영화는 영화를 만드는 순간의 '현실'이 모여 '영화'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황제> 민병훈, 이상훈 감독 (극영화, 초청장편1)

 영화 <황제>의 스틸컷.

영화 <황제>의 스틸컷. ⓒ 서울독립영화제2017




아티스트 시리즈 프로젝트 연작을 제작 중인 민병훈 감독의 네 번째 신작.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협업한 작품으로, 김선욱이 직접 출연, 상처받은 영혼에 구원의 음악을 선사한다. 민병훈 감독 특유의 인간의 본질적 내면을 탐구하고 세속과 종교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상은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하다. 소설가, 전직 피아니스트, 의사가 직업인 세 주인공은 현재의 삶에서 좌절하고 자살을 결심한다. 액자구조로 소설가의 희곡 속에 등장하는 두 남녀는 이들이 처한 부조리한 현실을 보다 직설적으로 암시하는 인물이다. 영화는 서울과 유럽의 도시와 자연을 배경으로 현대 사회가 직면한 인간의 고통을 처연하게 담아낸다. 카메라의 풍경은 장대하고, 김선욱의 음악은 예술의 힘을 느끼게 한다.

<굿바이 마이 러브, NK > 김소영 감독 (다큐멘터리, 초청장편2)

 영화 <굿바이 마이 러브, NK>의 스틸컷.

영화 <굿바이 마이 러브, NK>의 스틸컷. ⓒ 서울독립영화제2017




1958년, 모스크바 영화학교에서 유학을 하던 북한 청년들은 김일성 체제를 비판한 후 고향을 떠나 망명길에 오른다. 영화는 유라시아 등지에서 힘겨운 생활을 버티며 예술가로 살아남은 이들의 기억을 좇는다. 모스크바에서 카자흐스탄에 이르는 풍경과 이방인으로서 이들이 꾸령온 중층적인 삶의 궤적, 그리고 그곳에 새겨진 한국영화사의 흔적까지. 예술과 정치와 역사가 첨예하게 만난다. <눈의 마음: 슬픔이 우리를 데려가는 곳>, <고려 아리랑: 천산의 디바>에 이어지는 유라시아 고려인 삼부작 중 세 번째 작품이다.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이광국 감독 (극영화, 초청장편4)

 영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의 스틸컷.

영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의 스틸컷. ⓒ 서울독립영화제2017


애인에게 버림받고 대리 기사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남자. 한때 그의 꿈은 작가였다. 그 시절 그 남자와 연애를 했고, 지금은 작가로 화려하게 데뷔한 여자. 지금 그녀는 글을 쓰지 못한 채, 술만 마신다. 둘의 우연한 재회. 하지만 더 외롭고 처량해지는 그들의 현실이 여기 있다. 감독이 전작들에서 보여준 여러 겹의 이야기 구조가 이 영화에서는 군더더기 없이 단순하고 명징하게 펼쳐친다. 대신 배우들의 존재가 그 세계를 믿음직하게 떠받치는데, 알코올릭 작가로 분한 고현정의 힘이 튼튼한 중심으로 작용한다.

<소은이의 무릎> 최헌규 감독 (극영화, 초청장편5) *월드 프리미어

 영화 <소은이의 무릎>의 스틸컷.

영화 <소은이의 무릎>의 스틸컷. ⓒ 서울독립영화제2017




지방 소도시에서 프로 농구선수를 꿈꾸는 소은이. 모자란 실력에 주변의 지지조차 없는 상황에서 소녀는 자신의 꿈을 향해 부단히 나아간다. 언뜻 보면 가족, 친구, 학교를 배경으로 한 평범한 성장드라마의 외피에 놓여있지만, 장점이 분명하다. 통상적으로 가족 독립영화에서 청소년, 특히 여고생 캐릭터는 고통받는 대상 혹은 주체인 경우가 허다하다.

이점에서 소은 캐릭터는 남다르다. 소은이는 스포츠에 도전하는 여고생으로서 자신의 꿈을 주체적으로 설정한다. 가족(외할머니)과 친구(배우 유진)와의 교감 범위가 넓다. 제한적으로 묘사되던 캐릭터의 당연한 확장이다. 소은이가 보여주는 활력은 자칫 평범해 보이지만, 독립영화 속에서는 오히려 귀한 이미지였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서울독립영화제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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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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