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신하균.

배우 신하균이 영화 <7호실>로 영세 자영업자 두식을 연기했다. 작은 일에 예민하게 반응하면서도 사람 간 정을 챙길 줄 아는 평범한 인물이다. ⓒ 명필름


겨우 모은 돈으로 강남 압구정 인근에 차린 DVD방은 매일 파리만 날린다. 아르바이트 생 태정(도경수)의 월급조차 제대로 주지 못하는 자영업자의 삶. 여기에 새로 고용한 또 다른 아르바이트생(김동영)이 자신의 가게에서 일하다가 감전사한다. 영화 <7호실> 속 두식(신하균)은 여러모로 궁지에 몰리게 된다.

바로 그 자영업자의 복잡다단한 심리를 신하균이 표현했다. 영화의 개봉(15일)을 앞둔 시점에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들을 수 있었다.

애드리브의 향연

우선 신하균은 이 영화의 제작사인 명필름과 인연이 깊다. 국내에서 전통을 자랑하는 몇명필름과 17년 전 <공동경비구역 JSA>를 함께 했다. 제작사에 대해 이해도가 높은 상황에서 한창 영화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이용승 감독에 대한 관심도 컸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의 마음을 훔친 건 "사회적 메시지와 재미 둘 다 놓치지 않으려 했던 점"이다.

"두식은 특별한 친구는 아닌 것 같고 영화 대사에 나오듯 성실히 산 인물이다. 일반적인 대학 나와 직장을 다녔고, 거기서 모은 돈으로 자유롭게 일하고 싶어 야채가게를 열다가 운이 안 좋은 건지 잘 안 된 상황이라 생각했다. 거기다가 이혼까지 해서 전세금을 뺐고 그렇게 DVD 방을 연 거라고 혼자 인물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이런 인물이 근데 톤 잡기가 어렵다. 사실적으로 하면 재미없고, 코미디도 어느 정도 살려야 하니까. 그런 면에선 두식 캐릭터의 성격이 기복이 심하다는 게 도움이 됐다. 윽박지르다가도 비굴해지기도 하고 그럴 수 있으니.

알바생 월급을 떼먹고 시체유기까지 하는 게 안 좋게 보일 수도 있지만 비호감 캐릭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극단적인 현실에 놓인 사람이고 우리 주변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안타까운 인물이라 생각했다. 충분히 그럴만한 요소가 있지 않나. 옳지 않은 선택을 하지만 소시민 같은 모습, 아이 같은 모습이 있어서 그걸 관객에게 이해시킨다면 문제없을 거라 봤다. 누구나 이런 다양한 면을 갖고 있듯이 말이다. 두식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점을 표현하면서 우스꽝스러운 지점도 잘 만들어진 것 같다."

 영화 <7호실> 관련 사진.

영화 <7호실>의 한 장면. 자신의 가게가 빨리 팔리길 바라는 마음에 매번 동네 부동산을 찾는 두식이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두식의 모습을 만들기 위해 실제 자영업자들을 찾아가진 않았다. 신하균은 "자연스럽게 뉴스에서 봐왔던 모습을 바탕으로 했다"며 "친 동생 역시 자영업자라 멀리서나마 관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보증금, 권리금 이런 개념을 잘 몰라 처음에 좀 고생했다"며 웃어 보였다.

영화적 재미를 위해 이용승 감독은 신하균에게 애드리브를 꽤 많이 요구했다. 이 사실을 전하며 신하균은 "사실 연기할 때 애드리브를 잘 안 하는 편인데 자꾸 애드리브를 하도록 했다"며 "영화에 나온 액션 같지 않은 액션이 대부분 애드리브"라고 설명했다.

"뭐, 일부 대사랑 그런 게 애드리브다. 감독님은 현장에서 배우들이 하는 걸 다 담아서 본인이 정리하시더라. 그렇다고 모든 애드리브를 받진 않는다. 당시 찍은 걸 모니터 하면서 배우들과 함께 분석하며 중심을 잡아줬다. 애드리브가 위험한 게 자칫 이야기나 캐릭터를 무너뜨릴 수 있거든. 도경수도 내 애드리브에 당황할 수 있는데 그걸 무심하고 자연스럽게 받아치더라. 보통 친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웃음)."

소시민

그렇게 해서 탄생한 장면이 DVD방 속 격투신이다. 격투랄 것도 없는 게 사장 두식과 태정이 서로를 의심하며 다투는 모습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제대로 합을 맞춘 싸움이 아닌 손에 잡히는 사물을 닥치는 대로 이용해 서로에게 던지고 몸으로 부딪히며 감정을 표출하는 식이었기 때문. <7호실>에서 가장 강한 코믹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신하균 역시 두식의 이러한 모습에 매료됐다고 말했다. 따지고 보면 몇 가지 장르 영화를 제외하곤 그가 맡아 온 캐릭터엔 이런 생활형 캐릭터의 비중이 높다. 지질하게 보일 수도 있는 이런 캐릭터를 두고 신하균은 '소시민의 캐릭터'라고 표현했다.

 배우 신하균.

ⓒ 명필름


"그런 인물에 정이 간다. 허점 많고, 안쓰러운 소시민들 말이다. 대다수가 그렇지 않을까. 저 역시 그런 환경에서 살았다. 물론 연기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지만 지극히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고, 대학교 입학 전까지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일부러 요즘의 트렌드를 피하거나 어떤 전략적인 선택을 하는 건 아니다. 새로움이 있으면서도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세계관이랄까? 그게 맞으면 하는 거지. 거기에 연기하는 재미까지 있으면 좋고. 그때그때 내게 제안 오는 작품 중 끌리는 걸 하는 거지. 미래에 대한 계획? 안 세운 지 오래됐다. 계획을 세운다고 그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내일 일은 내일 하고, 주어진 오늘의 것에 최선을 다하자는 주의다." 

이 말에서 신하균 특유의 작품관이 드러난다. 데뷔 20년 차가 다 돼 가지만 그는 화려함과는 거리를 두고 있었다. "여전히 첫 촬영 전날엔 불안해서 잠을 못자고, 이제야 겨우 그 불안감을 들키지 않는 능력 정도만 있는 것 같다"며 "이건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와 달라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연기라는 건 누구에게 배워서 되는 게 아닌 것 같다. 본인이 깨달아서 하는 게 중요하지. 같은 인물이라도 배우마다 다르게 표현할 거다. 또 내가 어떻게 살고 생각하느냐가 작품 안에 조금씩 묻어난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경수씨가 부럽다. 그 나이에 그렇게 여유롭게 할 수 있을까. 본인 색을 낼 수 있다는 게 부럽기도 하다. 항상 연기하는 모든 분들에게 배운다." 

담백한 삶

삶이 작품에 묻어난다는 그의 말이 강하게 남는다. 그의 연기론처럼 실제 삶도 담백한 편이다. 과거 기자에게 프라모델 조립과 피규어 수집이 취미임을 밝혔던 그는 그 취미가 여전함을 고백하면서 동시에 "스쿠버 다이빙이 새로운 취미로 생겼다"고 해맑은 표정으로 답했다. 차기작 이야기엔 "음, 아직 제안받은 게 없는데 어떡하지?"라며 한바탕 크게 웃어 넘긴다. 그의 인간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지금 배우 생활? 생각한 것 보다 과한 사랑을 받는 것 같다. 막연하게 연기를 좋아했고, 좋은 배우가 돼야 한다고 다짐했다. 적어도 내가 참여한 작품의 이야기는 잘 전달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는데 운 좋게 좀 빠르게 그런 길로 가고 있다. 스스로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걸 하고 있으니 그런 면에서 난 행복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더 완성도 있는 연기를 위해 고민하고 치열하게 해 나가야지!"

 배우 신하균.

최근 그는 친구와 아이슬란드 여행을 다녀왔다. 이처럼 여유가 있을 때 틈틈히 여행도 다닌다. ⓒ 명필름



신하균 7호실 부동산 DVD 압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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