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월드컵 본선행 좌절 소식을 전하는 BBC

이탈리아의 월드컵 본선행 좌절 소식을 전하는 BBCⓒ BBC


14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주세페 메아차 경기장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 2차전.

플레이오프 1차전(11일)에서 1-0 승리를 거둔 스웨덴과 2차전에서 무조건 이겨야 하는 이탈리아의 벼랑 끝 승부가 펼쳐졌다.

치열했던 승부의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렸고, 그라운드를 누빈 양 팀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잔 피에로 벤투라 감독을 비롯한 이탈리아 선수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듯 통한의 표정을 지어 보였고, 몇몇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쓰러진 채 눈물을 흘렸다. 경기 내내 열광적인 응원을 펼쳤던 8만여 명의 이탈리아 홈팬들도 참담한 표정을 지은 채 멍하니 그라운드를 지켜봤다.

설마 했던 일이 결국 현실이 됐다. '유럽 축구의 자존심'이자 월드컵 4회 우승(1934·1938·1982·2006)에 빛나는 이탈리아가 스웨덴과의 월드컵 유럽예선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0-0 무승부를 거두며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이탈리아는 이 날 27개의 슈팅을 날리는 공세를 퍼부었지만 스웨덴의 육탄 방어에 가로막히며 무득점에 그쳤다. 반면 경기 내내 20%의 볼 점유율을 유지한 채 수비에 전념한 스웨덴은 이탈리아를 꺾고 2006 독일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행의 꿈을 이뤘다.

1962 칠레 월드컵부터 지난 2014 브라질 대회까지 14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던 이탈리아는 이번 러시아행 실패로 60년 만에 월드컵 진출에 실패하는 좌절을 맛봤다.

이탈리아의 명수문장이자 내년 시즌을 끝으로 그라운드를 떠나는 잔루이지 부폰(유벤투스)은 "이탈리아 국민들에게 죄송하다. 지금 너무 슬프다"며 "이것이 이탈리아 국가대표로서 마지막 경기였다"며 은퇴의사를 전했다.

영국 BBC는 "월드컵에서 4번이나 우승했던 이탈리아가 1958 월드컵 이후 60년 만에 월드컵 예선에서 탈락했다"고 전했고, 이탈리아 최대 스포츠지인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는 "내년 월드컵에서 푸른색 유니폼을 볼 수 없게 됐다"며 "이탈리아 축구는 기술, 전술적으로 완전히 실패했다"라며 비통한 심정을 전했다.

'세계 최강' 이탈리아, '왜' 무너졌나

이탈리아의 월드컵 본선행 좌절은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도 큰 충격이다.

파울로 로시, 로베르토 바조, 프란체스코 토티, 잔루이지 부폰 등 축구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 슈퍼스타들을 앞세워 매번 월드컵 우승후보로 거론됐던 이탈리아가 월드컵 예선에서 탈락했으니 말이다.

역대 20회 월드컵 중 18번이나 월드컵에 참가했던 '축구 강국' 이탈리아가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 원인은 무엇일까.

다수는 세대교체 실패를 원인으로 꼽는다. 현재 이탈리아의 엔트리를 보면 '38세 노장 골키퍼' 부폰을 제외하곤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는 선수를 찾기 힘들다.

2006 독일 월드컵 우승 이후 유망 선수 발굴에 나섰으나 번번이 실패했고, 그 결과 바르잘리(36), 키엘리니(33, 이상 유벤투스), 데 로시(34, AS로마) 등 백전노장 선수들을 주전선수로 기용해야 했다.

주전급 선수의 노쇠화로 팀의 기동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치로 임모빌레(26, 라치오), 안드레아 벨로티(23, 토리노) 등 젊은 선수들의 부진까지 겹치면서 자연스럽게 이탈리아 대표팀의 전력은 약해졌다.

자국 리그 세리에A의 경쟁력 약화도 이탈리아 국가대표팀의 전력을 약화시켰다. 한때 유럽 축구계를 호령했던 세리에A는 지난 2008년 이탈리아 전역에 몰아친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극심한 재정난에 부딪혔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스페인, 잉글랜드 클럽에게 재능 있는 선수를 대거 빼앗기며 세리에A 클럽들의 전력이 크게 약해졌다.

여기에 세리에A에 만연한 극성팬들의 폭력과 인종차별 등 각종 범죄 대책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며 축구 선수들 사이에서 '뛰고 싶지 않은 리그'로 낙인찍히며 경쟁력을 잃어갔다.

이탈리아 유력 일간지 <라 스탐파>는 "세리에A가 호황기를 누비던 1980~2000년대 초반, 이탈리아 축구는 2번이나 월드컵 정상에 올랐다"며 "하지만 현재 세리에A는 위기에 놓여있고, 그것이 국가대표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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