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은 '2019 FIBA 농구 월드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최종예선전을 앞두고 있다. 대표팀은 13일부터 진천선수촌에서 소집되어 23일 뉴질랜드 원정-26일 중국과 고양체육관에서 홈경기를 치른다.

이번 대표팀에는 오세근(KGC) 이정현(KCC), 전준범-이종현(이상 현대모비스), 최준용(SK),박찬희(전자랜드) 등 지난 FIBA 아시아컵에 출전했던 멤버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발목부상을 입은 김선형(SK)과 김종규(LG)가 빠지고  허훈(kt), 최부경(SK)이 새롭게 가세했다.

여기서 단연 눈길을 끄는 이름은 바로 KGC의 '캡틴' 양희종이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약 3년만에 대표팀에 복귀하는 양희종은 어느덧 올해 33세로 이번 대표팀에 소집된 선수중 최고령이 됐다.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 안양 KGC와 서울 삼성의 경기, KGC 양희종이 팬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지난 4월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 안양 KGC와 서울 삼성의 경기, KGC 양희종이 팬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양희종은 최근 대표팀 합류를 앞두고 큰 부상을 당했다. 지난 4일 원주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원주 DB와의 정규시즌 경기 도중  DB 외국인 선수 디온테 버튼의 골밑 돌파를 막으려 팔꿈치에 코를 얻어맞고 쓰러졌다. 육안으로 봐도 부상 부위의 부기가 심각했고 출혈도 계속됐다. 병원 진단 결과 우려한대로 코뼈 복합골절 진단을 받고 지난 6일 수술대까지 올랐다. 의료진은 최소 1개월 정도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소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대표팀 합류는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양희종은 예상을 깨고 수술 직후 대표팀 합류를 강행했다.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선수 본인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희종은 특수제작된 안면보호 마스크를 착용하고 대표팀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양희종은 연세대학교 재학 시절이던 2006년 당시 세대교체의 주역으로 대표팀에 첫 승선한 이래 10여 년 넘게 한국농구대표팀의 간판 포워드로 활약해왔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한국농구에 12년 만의 금메달을 안기는 데 핵심 주역이었다. 화려한 득점력이나 기술을 지닌 선수는 아니지만 공수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 플레이어이자 상대 주득점원을 저지하는 '에이스 스토퍼'로서 진가를 발휘했고, 중요한 순간에는 의외의 '클러치능력'으로 팀을 위기에서 구해낸 경우도 여러 차례였다. 지금의 대표팀에서도 양희종의 플레이스타일과 존재감을 대체할 선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희종은 사실 2000년대 중반 이후 대표팀의 영욕을 모두 함께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표팀이 최근 오세근-이정현 등 87년생 이하의 선수들로 또 한번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며 양동근(모비스)-김태술(삼성)-김주성(동부) 등 양희종보다 선배이거나 비슷한 또래 선수들은 모두 대표팀을 사실상 은퇴한 상황이다. 양희종은 지난 2016년에도 허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으나 부상으로 합류가 불발된 바 있다. 어느덧 나이도 있고 부상까지 당한 상황에서 양희종이 굳이 이제 태극마크에 대한 부담을 짊어지지 않아도 굳이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았을 것이다.

몸을 많이 써야 하는 농구의 특성상 코뼈 수술을 받고 얼마되지않아 격렬하게 경기를 하다보면 울림 현상이 나올수 있으며 안면마스크까지 착용하면 시야에도 불편함이 생긴다. 현재 양희종은 대표팀 합류 전까지 선수보호 차원에서 소속팀의 정규리그 경기에는 출전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자칫 소속팀의 눈치까지 보일 수 있는 상황이지만 양희종은 국가대표에 대한 책임감과 자부심만으로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

양희종의 용기와 헌신, 프로선수의 귀감이 될 만하다

양희종의 용기와 헌신은 태극마크의 가치가 떨어졌다고 우려를 사고 있는 요즘 프로 선수들의 귀감이 될 만하다. 사실 부와 명예를 누리는 프로선수들에게 오늘날의 대표팀은 잘해야 본전, 못하면 욕만 먹는 부담스러운 자리다. 추신수나 박주영을 둘러싼 논란처럼 어느 정도 위치가 달라지면 대표팀을 아예 기피하거나 이득이 있는 대회만 쫓아다니는 '기회주의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양희종은 2010년 상무를 통하여 병역을 이수했고 2014년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정점을 찍었다. 소속팀에서는 주장의 책임까지 지고 있다. 굳이 지금 양희종이 대표팀에 합류한다고 본인에게 도움이 될 것은 사실상 하나도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양희종은 사실 프로농구 팬들 사이에서는 오랫동안 호불호가 엇갈리는 선수였다. 소위 '블루워커'(스포츠에서 궂은일을 전담하는 선수)타입의 선수들이 그러하듯, 몸을 사리지 않는 거친 수비와 위험한 플레이도 마다하지 않다 보니 소속팀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귀중해도 다른 팀 팬들 입장에서는 '눈엣가시'가 되기 십상이었다. 20대 시절에는 승부욕이 지나쳐 종종 구설수에 오르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국가대표 양희종'은 또 다르다. 상대팀이었을 때는 그렇게 얄미워 보이던 양희종의 플레이가 모두 국민들이 한마음이 되어 응원하는 대표팀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한 '우리 편'이었다는 진가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 바로 국가대표에서의 모습이다. KGC의 양희종을 싫어하는 사람은 있어도 국가대표 양희종은 미워할 수 없다는 팬들이 상당수다.

양희종 본인도 태극마크를 달고 팬들의 하나된 성원을 받는 그 짜릿함을 알기에 힘들어도 다시 태극마크에 대한 의욕을 불태울 수밖에 없다. 현역 시절 승부욕과 부상투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허재 감독도 양희종의 근성을 높이 평가하며 '대표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고 인정했을 정도다.

양희종이 지금의 대표팀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출전하여 기여할 수 있을지는 아직 장담하기 어렵다. 하지만 고참 선수로서 보여주는 남다른 책임감과 의욕은 그 자체로 후배들의 마음가짐에도 좋은 귀감이 될 것이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아직은 태극마크를 달고 있는 양희종의 모습이 대표팀에서 좀 더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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