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충무로 영상미디어센테에서 열린 반독과점영대위 발기인 모임에서 이은 공동 준비위원장이 인사하고 있다.

10일 오후 충무로 영상미디어센테에서 열린 반독과점영대위 발기인 모임에서 이은 공동 준비위원장이 인사하고 있다. ⓒ 성하훈


[기사 수정 : 13일 오후 7시 38분]

영화산업 대기업 독과점 규제를 압박하기 위해 영화인들이 새로운 진지를 구축한다. 기존의 활동을 집약해 효율적인 대응을 위한 일종의 전술 변화다. 영화산업 수직계열화에 대한 영화계와 CJ-롯데 등 대기업 간의 대치 국면에 변화가 이뤄지는 모습이다.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 영화인들의 의지여서, 대기업 규제를 목표로 한 전개 과정이 주목되고 있다.

'영화 다양성 확보와 독과점 해소를 위한 영화인 대책위원회'(약칭 '반독과점영대위')가 10일 충무로 영상미디어센터에서 첫 모임을 갖고 오는 11월 말 공식 출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영화인 59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한 '반독과점영대위'는 그동안 하나의 틀로 담아내지 못했던 대기업 수직계열화 문제를 조직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영화단체 구성원들 간의 이견으로 인해 독과점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하나로 모이지 못해 탄력을 못 받던 현실에서 방향 전환을 꾀하려는 것이다.

CJ와 롯데로 대표되는 영화계의 대기업 수직계열화에 대한 우려는 대부분 일치한다. 다만 대기업 지원 아래 기획개발이나 시나리오 창작, 투자 배급 등 협력을 하고 있는 영화인들의 경우 심정적으로는 동의하나 현실적으로는 나서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또한 총론은 같지만, 각론에서 각 단체의 유 ·불리에 따라 입장 차이가 있기도 했다. 영화단체들 차원에서 단일 대책기구를 통한 대응이 어려운 것도 이런 이유가 작용했고, 그간 영화계 대응이 하나로 모이는 데 어려움이 많았던 것도 이유기도 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새로운 단체 구성이었다. 독과점 규제에 의지를 가진 영화인들이 중심이 돼 집중적으로 반독과점 운동을 펼쳐보자는 것이다. 반독과점영대위는 이런 취지 아래 만들어지는 단체로 오직 이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결의가 담겨 있다.

이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과 안병호 한국영화산업노조 위원장 등 3인이 공동 준비위원장을 맡아 발족을 준비하고 있는 영대위 발기인에는 정지영 감독을 비롯해 김동원 감독, 정윤철 감독, 원승환 인디스페이스 이사. 민병훈 감독, 오동진 평론가, 엄용훈 대표, 차승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 문소리 배우, 권해효 배우 등 국내 영화계 주요 인사들이 개인으로 참여하고 있다.

영진위 사무국장을 역임한 김혜준 무한상상플러스 대표와 함께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이은 대표와 전국영화산업노조 안병호 위원장 등 3인의 공동대표 외에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안영진 대표,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김현정 대표, 여성영화인모임 채윤희 대표. 성승택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공동대표 등 주요 단체 대표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개인 자격으로 참여하는 형식이지만 사실상 영화단체 대표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상당하다.

대기업 독과점 막기 위한 단일 대오

10일 발기인 모임에는 20명 정도가 참여해 앞으로의 방향성과 창립총회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들은 앞으로 ▲독과점 폐해를 막는 제도 및 정책 마련 ▲중소 배급사 제작사 지원 방안 마련 ▲독립영화 예술영화(제작 배급 상영) 지원책 마련 ▲영화창작환경 개선안 마련 등에 주안점을 둔 활동을 펴기로 했다.

한 참석자는 "이번에 만들어지는 조직은 특정 단체의 이익을 위하는 것보다는 한국영화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질적인 독과점 문제 해결에 근본적인 목표가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발기인으로 참여한 영화인들은 영진위의 적극성도 주문했다. 영진위가 불공정환경신고 등을 담당하는 공정환경조성센터를 통해 독과점 문제에 제재를 가하라는 것이다.

영진위도 새로 출범하는 반독과점영대위의 취지에 공감하며 관심을 나타내는 모습이다. 발기인 모임에 이준동 영진위 부위원장과 김현정 영진위원, 공정환경조성센터 장서희 변호사 등이 참석해 영화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김혜준 공동 준비위원장은 반독과점영대위를 만드는 취지에 대해 "우리 영화인들에게는 할리우드영화 직배, 영화검열 철폐,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부산국제영화제 정상화 등의 사안을 놓고, 뜻과 힘을 모았던 아름다운 경험이 있는데, 최근 상황은 조금 걱정스럽다"며 영화 독과점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분분한데,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좀 더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일에 관해서는 집중력이 생기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고 말했다.

또한 "많은 영화인이 위기감을 토로하는데도 조금씩 다른 의견을 내놓는 영화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충분하게 논의하고 의견을 모으지 못하니 국회를 비롯한 외부에서는 영화계의 상황에 대해 상당히 의아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근본적인 원인을 왜곡된 산업구조에서 찾아야 하는데, 특정 작품을 만든 특정 영화인에게 책임을 묻는 어처구니없는 상황까지 연출된다"고 덧붙였다.

영비범 개정안 통과 위한 동력 확보

 지난 9월 국회에서 열린 영비법 관련 토론회에서 영화계 인사들이 영비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지난 9월 국회에서 열린 영비법 관련 토론회에서 영화계 인사들이 영비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 노웅래 의원실


영화인들이 반독과점영대위를 통한 조직적 대응을 준비하는 것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 개정안 처리가 어려워진 상황도 작용하고 있다. 영비법 개정안은 지난해 안철수, 도종환 의원이 각각 발의한 법안(일명 안도법안)이 제출돼 있으나 쟁점법안으로 분류돼 처리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법안을 검토한 국회 전문위원이 한미FTA 등과의 충돌을 우려해 부정적 의견을 보이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법안을 발의한 당사자가 야당 대표와 문화체육부 장관으로 있지만, 국민의당의 경우 의원 개인 입법이지 당론은 아니라며 소극적인 태도고, 문체부 역시 장관이 발의한 법안이라는 이유로 밀어붙이기가 쉽지 않은 데다 견제도 많을 수 있다며 국회로 공을 넘기고 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배장수 이사는 "국회 쪽으로 문의했으나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11월 중에 열리는 문체부 법안심사소위 관문을 넘어설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의원이 새로운 법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지만 기존 법안도 통과시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의미가 약하다"고 평가했다. 영화계를 돕겠다는 의원들의 면피성 법안 제출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반독과점 영대위 출범은 장기전도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다. 단시일 안에 해결되기 쉽지 않은 상태에서 전술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었고, 적절한 선택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독과점 문제 해결에 목소리를 하나로 모을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문성근 배우는 최근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서 대기업 독과점 규제에 대해 "수직계열화 문제가 곪아서 나타난 게 <군함도>의 2000개 스크린이다. 류승완 감독이 욕먹을 게 아닌 CJ엔터테인먼트가 욕먹을 일이지! 수직계열화는 정책 차원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현재 국회 구성으로는 어렵고 다음 국회에서 민주당과 정의당이 총선 공약으로 내걸고 나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영화산업 위축 vs. 영화산업 정상화

영화산업 독과점 기업으로 대표는 CJ는 대기업 규제가 영화산업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논리를 펴며 여론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CJ CGV 서정 대표는 지난 7월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영비법 개정안이 1948년 미국에서 나온 (상영과 배급을 분리시킨) '파라마운트 판결'을 바탕으로 하는데, 70년 전 판결로 지금의 영화산업을 재단하는 것이 과연 맞는지 모르겠다. 지금 한국 영화산업은 규제의 틀 속에서 위축될 것인지 아니면 글로벌화로 갈 것인지 기점에 서 있다"는 말로 영화계를 자극했다.

최근의 영비법 관련한 토론회에서도 CJ나 롯데 측 관계자들은 대기업 규제를 할 경우 해외 자본이 국내 앤터테인먼트 관련 산업을 잠식할 수 있고, 영화 산업 전체를 위축될 수 있고, 스크린 독과점 문제 등은 원인이 수직계열화인지 아니면 시장의 소비자 변화가 경쟁 상황 등인지 원인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10일 오후 충무로영상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반독과점영대위 발기인 모임에서 한국영화제작협회 배장수 이사가 영화산업 전반에 걸친 대기업 독과점의 폐해를 셜명하고 있다.

10일 오후 충무로영상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반독과점영대위 발기인 모임에서 한국영화제작협회 배장수 이사가 영화산업 전반에 걸친 대기업 독과점의 폐해를 셜명하고 있다. ⓒ 성하훈


이에 대해 배장수 이사는 "상영시장은 97%가 3대 극장 체인에 장악돼 있고, 배급시장도 5대 배급사가 최대 94.4%를 장악했다"며 '2.만.6' 시대(스크린 2000개 이상, 상영 횟수 1만 회, 전체상영점유율 60%)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 매출액에서 있어서도 한국영화 25위까지 매출액이 최근 3년간 85%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상영, 배급, 스크린, 매출 등에서 독과점 현상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제작은 대형영화와 저에산영화, 배급은 고예산 광역 개봉과 중저에산 독립예술영화로 양극화됐고, 독과점 유통 구조에 의해 흥행 영화가 전체 개봉영화의 30~40편 정도로 3~5% 정도에 불과하다. 양극화로 인해 빈익빈 부익부 심화, 영화 다양성 실종, 중소 투자제작배급수입사 쇠락, 전체 영화산업 쇠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영화산업을 위축시키고 있는 원인은 대기업 독과점이라고 반박했다. 배 이사는 "영비법 개정은 반독과점의 시작이자, 영화산업 정상화의 출발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반독과점영대위는 오는 29일 수요일 창립총회를 열기로 했다. 최소 300명 정도의 영화인들이 회원으로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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