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여의 공백을 깨고 올해 돌아왔음에도 조성환의 경기력은 충분히 경쟁력을 입증하고있다.

4년여의 공백을 깨고 올해 돌아왔음에도 조성환의 경기력은 충분히 경쟁력을 입증하고있다. ⓒ 맥스FC 제공


"더욱 간절해졌죠. 과거에는 그저 승부에 대한 욕심만 가득했다면 이제는 뭔가… 음, 파이터 생활을 하고 있다는 자체가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맥스FC –70kg에서 활약 중인 '신데렐라맨' 조성환(30·김제국제엑스짐)은 격투기를 대하는 자세가 예전과는 사뭇 달라졌다. 과거에 격투기를 가볍게 생각하다가 지금에서야 진지해졌다는 말이 아니다. 20대 피 끓는 나이 때는 '이기자'는 열정만으로 똘똘 뭉쳐 승부욕만 불태웠다면 현재는 시합을 준비하고 링 위에 오르는 모든 상황이 즐겁다.

그도 그럴 것이 조성환은 오랫동안 링을 떠나있었다. 결혼이 결정적 계기였다. 총각시절에도 생계를 위해 여러 가지 일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던지라 결혼을 하고 가장이 되자 어깨가 무거워졌다. 파이터로서 안정적인 수입을 올리기는 쉽지 않았던지라 운동보다는 일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파이터로 다시 돌아오게 된 것도 가족의 영향이 크다.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생활을 하고 나이도 30살을 넘기자 예전과는 달리 매사에 여유로워졌다. 마음을 내려놓을 줄도 알게 됐고 자신이 무엇을 할 때 행복하고 성취감을 느끼는지도 다시금 깨닫게 됐다.

"어쩌면 모든게 다 핑계였죠. 생업에 종사하면서 파이터 생활까지 하는 게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이것도 의지 문제라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구요. 정상까지 못 올라가면 어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한경기 한경기에만 집중하자고 다짐했어요."

그래서일까. 기자가 본 아빠 조성환은 성격 역시 예전과 많이 바뀌어있었다. 6년 전의 그는 사람은 좋지만 다소 무뚝뚝하고 말수가 적었다. 원체 과묵했던지라 상황에 따라 오해도 종종 샀다. 하지만 현재의 그는 웃음이 떠나지 않는 밝은 표정에 수다스러울 정도로 말이 많아졌다.

"아! 제가 그랬었나요? 딱히 성격을 바꿔야겠다 그런 생각을 한 적은 없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가 있다 보니 말을 많이 할 수밖에 없고 물 흐르듯 현재의 모습이 된 것 같습니다."

매우 긍정적인 변화였다. 오히려 지금이 과거보다 훨씬 자연스러웠다.

피 끓던 20대, 되돌아보니 성장을 위한 자양분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우연한 기회에 킥복싱 체육관의 문을 두드렸던 조성환은 금새 격투기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당시만 해도 선수 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후 상당한 소질을 보이며 선수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스스로 흥미를 느껴 시작한 길이기에 누구보다도 혹독하게 자신을 단련했다. 당시 인기 있었던 K-1 맥스를 목표로 열심히 달렸다.

주변에서 지켜보는 조성환은 재능이 많은 선수였다. 가르쳐주는 것을 금방 따라 배우고 경기 중 곧잘 응용하기도 했다. 이를 입증하듯 데뷔하기 무섭게 아마 무대 포함 10전 10승을 달리는 등 연승행진을 벌이며 자신을 지켜보는 이들에게 믿음을 심어줬다. 부상으로 아쉽게 무산되기는 했지만 당시 국내 최강자 중 한 명이었던 입식격투계 간판스타 '미스터 퍼펙트' 이수환과 시합이 잡혔을 정도로 기량을 인정받았다.

'챔피언은 하늘이 만들어준다'라는 말이 있다. 쟁쟁한 파이터들 사이에서 정상에 서기 위해서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 운도 따라줘야 한다. 조성환은 조금씩 아쉬웠다. 뜻하지 않은 부상 등으로 찾아온 기회가 무산되는가 하면 다 이긴 경기를 잠깐의 실수로 뒤집힌 적도 여러 번이다.

"사실 경기 중 패한 것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습니다. 바로 그 종이 한 장 차이가 실력 차이니까요. 그런 것 하나하나 아쉬워하면 저보다 훨씬 억울한 선수도 많을 것입니다. 어디가서 이런 소리하면 욕먹어요."

20대 때의 조성환은 투지가 너무 넘쳤다. 물론 투지는 파이터에게 없어서는 안될 필수 요소지만 때로는 그러한 부분이 너무 지나쳐 경기에서 악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가슴은 뜨겁더라도 머리는 냉정하게 유지해야 만이 순간적인 상황판단이나 전술 운용에서 유리하다.

"어휴… 그런 식으로 날려먹은 경기도 여럿 있죠. 입식 뿐 아니라 종합무대에서도 테이크다운 디펜스 후 타격으로 잘 풀어나가다 괜스레 그라운드를 고집해서 패한 적도 있어요. 한동안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속이 상했지만 어느 순간 돌아보니 그러한 과정이 저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조성환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항상 포기하지않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조성환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항상 포기하지않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 김종수


식지 않은 열정, 링에 서는 순간이 가장 기쁘다

조성환은 4년여를 쉬고 올해 초 링에 돌아왔음에도 나쁘지 않은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2월 있었던 '맥스FC07-All For One' 대회서 최훈(29·안양삼산총관)을 상대로 가졌던 복귀전은 조성환이 어떤 선수인지를 확실히 보여준 한판이었다.

킥복싱 3체급 챔피언 출신 최훈은 오랜만에 경기에 나선 조성환 입장에서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최훈은 조성환의 오랜 공백을 공략하려는 듯 초반부터 거칠게 밀고 들어왔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조성환의 킥 타이밍이었다. 조성환은 최훈의 압박에 전혀 당황하지 않고 상대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대포알 같은 킥을 적중시켰다.

쉼없는 공방전이 오가는 입식 경기에서 노려서 킥을 적중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종합 경기 같은 경우 다양한 스타일의 선수가 존재하고 여러 가지 기술을 신경써야 하는지라 그러한 공격이 곧잘 통하지만 입식은 오로지 상대의 주먹과 발을 견제하면서 움직이는지라 잔공격을 배제한 단발성 타이밍 킥은 정타로 들어가기 쉽지 않다.

하지만 조성환은 냉정하리만치 최훈의 움직임을 잘 읽어냈고 하이킥과 미들킥을 단발로 내며 두 번의 다운을 빼앗아낸 끝에 1라운드 2분 55초 만에 KO승을 거뒀다.

당시 경기 때 보여준 파이팅스타일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조성환은 "종합무대도 병행하고 싶은지라 특정 스타일을 고정시키기보다는 인파이팅, 아웃파이팅은 물론 종합식 타격법도 가리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이를 입증하듯 현재 김제 국제 엑스짐(입식)과 전주 퍼스트짐(종합)을 오가며 양쪽 다 훈련 중에 있다.

조성환은 이전에도 그랬지만 종합무대에서 단순한 테이크다운 디펜스형 타격가 스타일보다는 그라운드도 가리지 않는 유형으로 시합을 펼칠 예정이다고 밝히고 있다. 타격 못지않게 그래플링 싸움에도 재미를 붙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얼마 전 있었던 '2017 전주 오픈 KBJJA 주짓수 챔피언십'에 출전해 –82kg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패인을 묻는 기자의 짓궂은 질문에 "토너먼트 방식으로 몇 경기를 소화하다보니 결승전에서 체력이 빠져버렸어요. 앞으로 체력훈련에 더 많은 신경을 쓸 생각입니다"라는 말로 아쉬움보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모습이었다.

앞서서 언급했다시피 조성환은 자신이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기에는 여러 가지 애로점이 많다. 한창때 4년을 쉬고 30대에 복귀한 점도 그렇거니와 여전히 회사생활과 체육관을 병행해야 한다. 입식과 종합 어느 쪽도 포기할 생각이 없다. 파이터들의 전체적 수준 역시 4년 전보다 훨씬 진화했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몸과 마음이 허락하는 선에서 한걸음씩 가는 거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아빠는 이렇게 항상 노력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30대에 꿈을 다시 시작한 조성환의 열정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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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FC 조성환 30대 복귀 돌아온 조성환 신데렐라맨 아빠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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