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살아나줘야할 게리 산체스와 애런 저지 듀오

반드시 살아나줘야할 게리 산체스와 애런 저지 듀오 ⓒ 뉴욕 양키스


시리즈 초반 2경기만 해도, 양쪽 대진이 모두 2승으로 끝나면서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프리뷰를 빨리 작성할 줄 알았다. 그러나 '전통의 명가' 양키스에게는 그 특유의 근성이라도 있었던 모양이다. 홈에서 열린 3,4차전에 다나카와 세베리노가 도합 14이닝 3실점으로 클리블랜드를 틀어막으면서 지옥 문턱에서 돌아왔고, 승자독식의 최종전에서 그레고리우스가 클루버에게 일격을 가하고 투수진이 사력을 당해 리드를 지켜내며 3승째를 얻어냈다. 그들은 이제 챔피언십시리즈로 향한다.

양키스가 와일드카드-디비전시리즈에서 분투할 동안, 같은 지구 1위 팀 보스턴은 휴스턴과의 또다른 디비전시리즈를 진행했다. 똑같이 2패에서 시작한 두 팀은 양키스가 리버스 스윕에 성공한 것과 달리, 보스턴은 3차전 승리 이후 4차전에서 투수 교체 타이밍의 단 하나의 오점으로 마지막 기회를 놓쳤다. 보스턴을 압도한 휴스턴은 자신들의 안방에서 양키스를 맞이한다.

# 양키스 vs. 휴스턴
 양팀 주요 성적 비교

양팀 주요 성적 비교 ⓒ 정강민



양키스는 앞선 디비전시리즈 프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정규시즌 지구 우승은 차지하진 못했지만, 결코 방심을 할 수 없는 팀이었다. 아메리칸리그 순위로 따졌을 때 팬그래프 Def. Value만 중위권인 8위일뿐, 선발과 불펜, 타선은 WAR 상으로는 우승팀이 부럽지 않을 성적이었다. 사실 정규시즌 벌어들인 승수는 이런 선수단에 비하면 아쉬울 정도였다.

포스트시즌에 들어서도 디비전시리즈 초반만 불안했을 뿐, 3차전 0-1 승리 이후 지키는 야구로 승리를 이끌며 나머지 2승을 채웠다. 선발과 불펜 모두 쾌조의 컨디션이다. 반면 타선은 걱정 한 가득이다. 2차전 8득점을 뽑긴 했지만 나머지 3경기에서 영봉패를 포함해 6득점에 그쳤다. 그레고리우스가 분전 중이지만, 활황세인 휴스턴 타선의 기세에 대응하려면 시즌 내내 득점력의 핵심이었던 애런 저지와 게리 산체스가 그레고리우스를 도와야만 한다.

시즌 초반 질주가 무서웠던 휴스턴은 5월 28일 이후 한번도 2위 팀에게 한 자릿수 승차를 허용하지 않았고 걱정할 것도 없이 편하게 지구 1위를 차지했다. 8월 월간 승률 .393으로 부침이 있었지만 이미 경쟁자들로부터 멀리 달아난 후였으며, 9월에 들어서서 7할 대 승률로 약간의 오점도 바로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휴스턴은 보스턴 마운드를 맹폭했다. 경기당 6득점으로 공격력을 아낌없이 쏟아냈다. 특히 보스턴이 내보낸 4명의 선발투수를 상대로 2패 11.68이라는 악몽을 선사했다. 포스트시즌 무대를 전혀 신경쓰지 않는 엄청난 공격력을 뽐낸 휴스턴이었다. 다만 불펜진이 심각하게 불안감을 노출했다. 불펜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투수 가운데 무실점으로 시리즈를 마친 선수는 그레거슨과 해리스뿐이다. 불펜의 힘과 운용은 가을야구마다 항상 중심에 서는 이슈인만큼, 이 중요한 사안을 꼭 짚고 넘어가야 휴스턴의 결말이 밝아질 수 있을 것이다.

# 선발투수진 분석
 양팀 선발진 주요 성적 지표

양팀 선발진 주요 성적 지표 ⓒ 정강민



양키스의 선발투수는 그레이를 제외하면 대부분 나름의 몫을 했다. 특히 다나카 마사히로와 세베리노의 기세는 아무리 활화산 같은 공격력을 지닌 휴스턴이라도 부담스럽다. 일단은 그레이가 챔피언십시리즈에서는 어떤 활약을 할 지가 매우 중요하다. 다나카-세베리노 경기에서 불펜 소모를 최소화했지만, 사바시아가 2경기에서 보인 모습에 의하면, 그의 차례에는 이닝 언제든 퀵후크를 대기시켜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처럼 리드 혹은 접전 상황에 그레이를 일찍 내린다면 꼼짝없이 필승 계투에 더 부하가 걸리게 된다.

휴스턴의 원투펀치 카이클과 벌랜더는 매우 잘해줬다. 두 투수가 도합 11.2이닝 3실점으로 첫 발을 내딛었다. 문제는 브래드 피콕과 찰리 모튼이 주자를 엄청나게 내보냈다. 이닝 당 2명이 넘는 출루를 시켰고 소화 이닝에 비해 투구 수가 늘어날 수 밖에 없었다. 승계주자 실점으로 다소 불어나긴 했지만 두 투수의 실점을 5점으로 막아낸 게 다행일 정도였다. 이런 식이라면 선발 싸움에서 양키스에게 밀릴 수 밖에 없다. 챔피언십시리즈에서도 벌랜더 혹은 카이클의 불펜 등판을 결정하지 않으려면, 두 투수가 제 몫을 해야할 것이다.

# 불펜투수진 분석
 양팀 불펜진 주요 성적 지표

양팀 불펜진 주요 성적 지표 ⓒ 정강민



양키스의 불펜투수들이 사실상 시리즈를 끌고 와 리버스 스윕까지 이뤄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차전 6.2이닝 5실점하긴 했지만, 나머지 경기에서는 단 1실점으로 클리블랜드를 막아세웠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데려온 로버트슨과 케인리의 활약이 더할 나위 없다. 그들은 멀티이닝 소화도 마다하지 않고 마운드에서 상대 타선을 압도했다. 베탄시스와 채프먼도 이 둘과 함께 철벽 승리조를 구축하며 팀 승리를 지켰다.

반면 휴스턴의 불펜투수들은 핵심 선수들이 썩 좋은 모습이 아니었다. 밀러와 유사한 역할을 맡고 있는 크리스 데븐스키는 홈에서 그렇게 잘던지다가 갑자기 원정에서는 아웃카운트 하나도 못잡고 강판되는 모습으로 돌변했다. 마무리 투수 켄 자일스는 등판한 두 경기 모두 실점하고 경기를 마무리했다. 윌 해리스도 실점은 없었지만 아웃 카운트 2개 잡을 동안 2피안타를 허용했다. 타선 화력으로 시리즈는 이겼지만 4차전 벌랜더 불펜 투입이라는 초강수가 나올 정도인 상황이라 휴스턴 불펜진은 휴식 기간 이후에는 달라진 모습이 꼭 필요하다.

# 타선 분석
 양팀 타선 주요 성적 지표

양팀 타선 주요 성적 지표 ⓒ 정강민



양키스 타선은 5경기에서 7개의 홈런을 뽑아냈다. 득점은 21점으로 평균 4.2점이지만, 15득점이 2경기에 몰려있다. 사실 투수진의 힘으로 시리즈를 잡았다고 봐야겠지만, 4차전 클리블랜드의 실책 홍수 속에 놓치지 않고 비자책 6점을 뺏어낸 것이나 5차전에 보여준 브렛 가드너의 2타점 적시타를 보면 타선의 집중력은 위기 속에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제 이 집중력을 가지고 휴스턴의 벌랜더-카이클 원투펀치와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펼쳐야 한다.

휴스턴 타선은 평균 6득점을 뽑았다. 리더인 알투베가 눈부신 활약을 했고, 동료들도 이에 화답하는 활약이었다. 8-9번을 담당하는 마윈 곤잘레스와 브라이언 맥캔이 아쉽긴 했어도 나머지 타자들은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타율이 낮은 타자는 홈런으로, 홈런이 없다면 정확성으로 공헌한 타선은 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보스턴 마운드를 해치운 휴스턴은 이제 우승후보 0순위 클리블랜드의 타선을 잠재우고 기적을 이끈 뉴욕 양키스의 투수진을 상대하게 된다.

# 승부 예상

양키스도 강한 팀이고 분위기가 올라오고 있다. 무엇보다 리버스 스윕이라는 쾌거를 이루고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했다. 이제 팀내 젊은 핵심 선수들이 베테랑들이 만들어 놓은 좋은 흐름에 편승해 준다면 챔피언십에 오른 팀들 중 어느 누구도 그들을 막기 어려워보인다. 휴스턴 불펜진이 제 컨디션이 아닌 상황에서 벌랜더-카이클 중 한 명에게라도 내상을 입힐 수 있다면 양키스가 단숨에 시리즈를 집어삼킬 수 있을 기회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휴스턴은 절대 녹록치 않은 팀이다. 보스턴의 승리 공식을 첫 단계에서 부숴버렸다. 세일은 물론 포머란츠도 절대 떨어지지 않는 투수인데 그들을 상대로도 거침이 없었다. 보스턴은 불펜자원을 동원한 뒤에야 겨우 휴스턴의 타선을 일정부분 통제할 수 있었다. 불안한 불펜진을 커버하고 시리즈를 승리할 수 있었던 건 타선 덕이었다. 양키스의 승리 공식이 보스턴이 원했던 것과 상당히 유사한 만큼, 휴스턴의 성공의 키는 역시나 '상대 선발 부수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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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에서 일어난 팩트에 양념쳐서 가공하는 일반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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