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범죄 도시>

ⓒ 메가박스㈜플러스엠


장발을 한 조선족이 머리를 묶는다. 이름은 장첸, 그는 '동포'라는 말을 가장 싫어한다. 채무자가 장첸에게 '같은 동포끼리'라며 구걸하자 가차 없이 채무자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내리찍는다.

주인공보다 악당을 소개하며 시작하는 이유는 올해 <청년경찰>과 마찬가지로 '조선족' 악당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황해> <신세계> <숨바꼭질> 등 이어지는 '조선족'이 <청년경찰> <범죄도시>의 흥행으로 더 많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단 <청년경찰>에서 대두되던 조선족 비하에 비판이 가해져도 대중들 속에 심어진 '조선족 공포'는 한동안 문화코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영화들은 우리 사회에 조선족이라는 외지인이 침투하는 구조를 띈다. 조선족은 더럽고 미개한 존재로 묘사된다. 문명화가 안 된 존재인데, 그래서 그들의 행위 '불법'이 아닌 '무법'에 가까운 존재다. 일본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의 방벽처럼 법이라는 것이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최소한의 선이지만 조선족에게는 무용지물인 셈이다. <황해> <신세계> <숨바꼭질>에서 조선족을 공포의 수단으로 묘사하는 것으로 끝나지만 올해 개봉한 <청년결찰>과 <범죄도시>의 경우, 이 조선족을 때려잡는 것 까지 진행된다.

자경단이 존재하던 미국에서는 경찰의 역할을 슈퍼 히어로가 맡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경찰이 그 역할을 맡는다. 시민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경찰이 법을 넘어 초법적인 존재가 된다. 다시 말하면 불법이 무법을 응징하는 뼈대를 갖춘 것이다. <청년경찰>이 <배트맨 비긴즈>라면 <범죄도시>는 <다크나이트>에 가깝다. 15년차 형사 마석도는 <청년경찰>의 기준과 희열과는 달리 이미 완성된 영웅이다. 마석도의 파워풀한 액션에 카타르시스를 느끼지만, 주인공은 처음 완성된 만큼 남은 스케치북에 채워야할 그림은 자연히 적대자인 악당을 그리게 된다. 배트맨보다 중요한 존재가 조커인 것처럼 말이다.

영화 속 조선족들은 상인 조선족과 경찰의 감시 하에 그들을 적당히 착취하는 조선족 조폭들, 그리고 그런 조선족 조폭들을 착취하는 장첸으로 나뉜다. 장첸이 '동포'라는 말을 싫어한다는 설정은 조선족 상인, 조선족 조폭, 경찰이 공유하는 속성에 배척되는 부분이다. '동포'라는 집단 속에서 세 집단은 불법을 묵인하는 '그들만의 법'을 세우고 공동체를 만든다. 때문에 '동포'를 거부하는 장첸은 이들의 식량인 양고기를 갈취하는 늑대인 셈이다.

영화가 장첸을 묘사하는 방법은 <다크나이트>의 조커와 닮아있다. 악당은 초법적 존재가 정립한 공동체의 질서를 느닷없이 등장해 부순다. 악인들마저 두려워하는 악인으로 홀로 등장해 기존 범죄 세력을 흡수해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그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불분명하다. 행위의 연속에는 모두 개연성이 떨어진다. 한발 물러서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현실에 존재할 수도 있다는 공포감이 서려있다. 소위 '그냥 나쁜 놈'인 셈이다.

이수파 장이수의 어머니 회갑 신에서 회백의 탄산가스를 뚫고 장첸이 들어온다. 장첸은 장이수에게 달려가 그와 싸움을 벌이는데, 카메라는 멀리서 장첸을 잡고 그의 뒤를 따라 똑같이 장이수에게 돌진한다. 그리고 서로의 몸싸움을 담아내다가 포효하는 장첸의 얼굴을 클로즈업한다. 이 모든 이야기를 약 1분 동안 편집 없이 한 번에 잡는다. 마치 터지는 숨을 틀어막으며 결승점까지 질주하는 스프린터처럼 합을 맞추는 배우들의 거친 숨소리가 피부로 침투해온다.

조선족에 관한 많은 논의가 필요한 영화임은 분명하다. 조선족이 범죄자를 넘어 이제는 귀신, 괴물과 같은 초월적인 존재가 되었고 절대 악으로 묘사가 되어도 납득이 될 정도가 되었다. 즉, 우리 사회가 조선족을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윤계상이 드디어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다고 할 정도로 이 영화는 <청년경찰>보다 능글맞고 영리하며, 배우란 무엇인가 생각해보게 되는 영화다.

범죄도시 윤계상 마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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