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인천문학경기장에서 개최된 <빅시티비츠 월드클럽돔 코리아>(BigCityBeats World Club Dome Korea, 아래 '월클돔코리아')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총 150명의 DJ가 출연한 월클돔코리아는 '세상에서 가장 큰 클럽(The Biggest Club in the World)'을 슬로건으로 내세웠으며, 3일간 10만 명이 모인 것으로 측정되었다. 필자 역시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월클돔코리아에 다녀왔다.

카이고의 첫 내한, 헤드라이너들이 가득했던 라인업

 빅시티비츠 월드클럽돔 코리아 2017

빅시티비츠 월드클럽돔 코리아 2017 ⓒ 월드클럽돔 코리아


인천에는 11년이 넘는 역사를 보유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유명하지만, 이 정도의 대규모 EDM 페스티벌이 개최된 것은 처음이다. 올해 월클돔코리아는 본 행사가 이루어지기 전, 막강한 라인업으로 EDM 마니아들의 관심을 모았다. 마틴 개릭스, 아프로잭, 마시멜로, 스티브 아오키, 아민 반 뷰렌 등 해외 페스티벌에서도 헤드라이너급에 해당하는 EDM 뮤지션들이었다.

많은 EDM 마니아들의 관심은 카이고(Kygo)의 첫 내한 공연에 몰렸을 것이다. 카이고는 'Firestone', 'It Ain't Me' 등을 히트시키며 트로피컬 하우스 스타일을 대표하는 뮤지션이다. 최근에는 2016 리우 올림픽 폐막식에서 공연을 하는 등, 최전성기에 올라 있는 디제이다. 카이고는 기발한 선곡과 디제잉을 보여준다기보다는, 히트곡들을 통해 호응을 이끌어내는 쪽이었다. 메인 스테이지에서 공연할 경우, 뮤지션 고유의 스타일을 죽이고 천편일률적인 빅룸 스타일의 디제잉을 들려주는 이들도 있는데, 카이고는 그를 상징하는 트로피컬 하우스를 들려주는 데 집중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다. 감상에 가장 적합한 공연이었다.

카이고의 뒤를 이어 무대에 오른 스티브 아오키(Steve Aoki)는 어떻게 해야 사람들을 흥분시킬 수 있는지 잘 아는 '파티의 지배자'였다. 두 달 전 세상을 떠난 체스터 베닝턴(린킨파크)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고, 빅뱅의 승리가 스페셜 게스트로 출연해 빅뱅의 '뱅뱅뱅'을 함께 부르기도 했다. 스티브 아오키는 지금까지 늘 그래왔듯이, 관객들을 향해 생크림 케이크를 던지며 쇼를 마무리했다.

막강한 뮤지션들의 디제잉, 춤추는 것이 예의다

 빅시티비츠 월드클럽돔 코리아 2017

빅시티비츠 월드클럽돔 코리아 2017 ⓒ 월드클럽돔 코리아


다시 월클돔코리아를 찾은 것은 마지막날인 24일이었다. 이 날 가장 인상깊은 디제잉을 보여준 뮤지션은 올리버 헬덴스였다. 필자처럼 딥 하우스나 퓨처 하우스 스타일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놓쳐서는 안 될 뮤지션이다. 그는 1995년생으로 어리지만, 이미 'Gecko'를 UK 차트 1위에 올리며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올리버 헬덴스는 이번 페스티벌에서 상당히 인상적인 디제잉을 보여 주었다. 특히, 올리버 헬덴스의 Gecko와 너티보이 & 샘 스미스의 'La La La'를 뒤섞은 대목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올리버 헬덴스는 본 행사가 끝난 새벽 1시, 근처 웨딩홀에서 열린 애프터 파티에서도 모습을 드러냈다.

마시멜로우(Marshmello)의 등장 역시 많은 사람들을 흥분시켰다. 올리버 헬덴스의 공연을 스탠딩존에서 보았다면, 마시멜로우의 공연은 뒤쪽 좌석으로 가서 보기로 했다. 거대한 인파들이 일제히 춤추는 장관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일요일 공연을 통틀어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특유의 탈을 쓴 마시멜로우가 등장했다. 그는 아델의 'Hello' 리믹스부터 켄드릭 라마의 'M.A.A.D City', 본 조비의 'Livin' On A Prayer' 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곡을 매시업했다.

퓨처 베이스부터 트랩, 프로그레시브 하우스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디제잉은 관객들의 혼을 쏙 빼놓았다. 그의 대표곡인 'Alone'은 상상 이상으로 거대한 떼창을 유발했다. 과연 '떼창'은 록 페스티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2016 DJ Mag 1위에 오른 스타 마틴 개릭스 역시 "환상적이다(Amazing)"라는 멘트를 거듭하며 한국 팬들과 함께 어울렸다. 마틴 개릭스는 'Tremor', 'In The Name Of Love', 'Animals' 등, 자신이 만든 음악들 위주로 선곡을 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슈퍼스타의 자신감 아니었을까 싶다.

월클돔 코리아가 올해 칭찬받았던 부분은 단연 무대의 규모와 사운드다(둘째날 아민 반 뷰렌의 공연에서 음향 사고가 발생하긴 했다.) 올해 월클돔 코리아의 메인 스테이지는 길이 70M, 높이 28M, 그리고 1000개에 이르는 화려한 조명과 초대형 스크린으로 구성되었다. 즉, '보는 맛'이 충분했다는 것이다. 메인스테이지 외에 코쿤 스테이지, 하드스타일 스테이지, 트랩&베이스 스테이지, 하우스 스테이지, 칠아웃 스테이지, 파이오니어 스테이지, 포레스트 스테이지, 클럽 스테이지 등 총 20개의 스테이지가 펼쳐졌다. 장르별로 다양한 무대들을 구축되어 일렉 마니아들을 즐겁게 했다. 특히 코쿤 스테이지에 오른 테크노 거장 스벤 바스나 하드스타일 스테이지의 르슉(Le Shuuk)이 일렉 마니아들의 극찬을 받았다(Le Shuuk은 메인 스테이지, 하드스타일 스테이지, 그리고 클로징 쇼까지 총 세 번이나 무대에 올랐다.)

EDM 명소를 만들기 위한 숙제들

 빅시티비츠 월드클럽돔 코리아

빅시티비츠 월드클럽돔 코리아 ⓒ 월드클럽돔 코리아


그러나 훌륭한 디제이들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메인 스테이지에만 사람들이 몰리는 현상은 막을 수 없었다. 그보다 아쉬운 점은 운영 미숙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것이다. 첫 번째로 불편하게 느껴졌던 점은 관객들에 대한 안내가 전적으로 부족했다는 것이다. 진행요원들에게 공연장이나 F&B 부스의 위치를 물어봐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고, 행사장에서 안내 표시나 약도를 찾아보는 일 역시 쉽지 않았다. 무엇을 보고 스테이지를 찾아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공연장 내에서 흡연자들에 대한 통제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비흡연자들이 인상을 찌푸리기도 했다. 팔찌 검사도 다소 허술해서 무단 입장하는 시민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었다. 심지어 첫날인 금요일에는 VIP 라운지가 안전상의 이유로 폐쇄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올라와서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는데, VIP 인원수에 맞게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 먼저 아니었을까. 월클돔코리아가 올해 첫 회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물론 월클돔 코리아에는 멋진 음악과 영상이 있었다. 남양주에 사는 필자는, 인천 문학구장까지 오가는 데 총 5시간이 걸렸다. 피곤할 법 했지만 새벽 5시까지 현장에 남아 공연을 즐겼다. 그 시간들이 결코 아깝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페스티벌에서 음악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관객들이 웃으면서 행사장을 떠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천이 앞으로 오랫동안 사람들이 찾을 EDM 명소가 될 것인가. 아니면 '아카디아 코리아'나 '스펙트럼'처럼 1회성 이벤트의 전철을 밞을 것인가. 야망을 품고 출발한 월클돔코리아의 행보를 주목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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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스물 아홉.

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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