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 전 2002년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4일 낮 암스테르담 한 호텔에서 한국 취재진과 간담회를 갖고 "한국 축구를 위해서, 한국 국민이 원하고 (나를) 필요로 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어떤 일이든 기여할 용의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거스 히딩크 전 2002년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4일 낮 암스테르담 한 호텔에서 한국 취재진과 간담회를 갖고 "한국 축구를 위해서, 한국 국민이 원하고 (나를) 필요로 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어떤 일이든 기여할 용의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어느덧 10일이 넘어가고 있다. 히딩크 감독 복귀 논란 말이다. 지난 6일 YTN 보도로 시작된 사안이 연일 스포츠 중심 이슈다. 찬반에 앞서 참 슬픈 일이다. 우리는 왜 다시 그 옛날 히딩크에 주목하고 있는가. 과거 영광에 기대고픈 감성이자 향수인가. 아니면 정말 그가 축구대표팀을 맡아야 안심할 수 있다는 이성과 사고인가.

2002년에서 15년이 흘렀는데 히딩크에서 단 한발도 못 나아간 분위기다. 선수 기량과 축구를 과학으로 분석하는 기술은 분명 발전했다. 내가 주목하는 건 이를 돌리고 관리하는 행정이다. 대한민국 축구 행정은 15년을 어떻게 보낸 걸까.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보도와 '여론'을 대표하는 것처럼 보이는 댓글을 볼수록 혼란스럽다. 대다수 보도와 댓글의 관점 차이가 너무도 커서 같은 사실을 바라보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보도들은 정말 모두 공정하며 댓글들은 정말 여론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는 것일까. 선명하지 않은 것들은 일단 시간에 맡겨뒀다.

'히딩크' 둘러싼 논란, 축구협회가 자초했다

애초 이 사안은 축구협회가 자초한 일이다. 김호곤 부회장이 히딩크 감독 측근에서 발화한 YTN 보도가 나왔을 때 "불쾌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만 안 했어도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거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공식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정석으로만 대응했어도 됐다. 그의 날 선 발언은 어떠한 인식에서 나왔을까. 단순히 후배인 신태용 감독 처지를 생각한 분노였을까. 아니면 언론과 팬을 한 수 내리깔고 본 오만이었을까. 정확한 답은 그만 알고 있다.

게다가 그는 지난 14일 밤 치명적인 말 바꾸기를 했다. 그는 지난 6월 19일에 노제호 히딩크재단 사무총장한테서 히딩크 감독이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고 싶어 한다는 뜻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앞서 히딩크 감독이 암스테르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6월 대리인을 통해 대표팀 감독이나 기술고문을 맡을 의사가 있다고 축구협회에 전달했다는 걸 밝힌 후였다.

이는 비공식으로도 히딩크 감독 측의 의사 전달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한 것을 뒤집는 꼴이 됐다. 심지어 본선 진출 확정 전에 이런 소리를 했어야지, 왜 월드컵 티켓 손에 쥐니까 감독 한 번 해보겠다는 식으로 얘기하느냐고 반박했던 논리에 스스로 갇혔다. 만약 히딩크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해당 사실을 밝히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그가 공개한 카카오톡 메시지를 두고 이러한 의문을 붙일 수도 있다.

여론전에서 축구협회가 재단에 밀렸다는 것만으로도 이 단체의 행정 수준이 드러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니 가려질 리 만무하다. 카카오톡 메시지든 정식 공문이든 분명한 '접촉'이 있었는데 그걸 부회장이라는 사람이 격조 없는 언어로 발뺌했다. 뒤이어 내놓은 해명은 카카오톡이 정식 제안은 아니라는 프레임이다. 충분히 옳은 주장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걸 인정한다. 하지만 이제 와서 여론전으로 맞붙기엔 거짓 해명을 한 과오가 너무 크다. 게다가 축구협회 고위 인사들의 '공금 유용 비리'까지 겹치며 단체 위상 자체가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상태다. 사과가 먼저 나왔어야 했다.

다만 나는 댓글 등으로 정의되는 이른바 '인터넷 여론'도 어느 면에선 '집단 광기'라고 본다. 논리적인 의견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분명히 많다. 현실적으로 히딩크 감독이 대표팀 감독을 맡는다고 해도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2002년과 현재의 조건은 하늘과 땅 차이다.

히딩크 감독이 월드컵 본선에서 3연패를 하고 돌아오더라도 그가 맡는 게 옳다는 논리라면 그건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올려야 하기에 히딩크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야 한다고 하는 접근은 인정할 수 없다. 이 시점에서 그건 도박이며 신태용 감독을 자를 명분도 현재로선 없다.

명확한 상황을 바탕으로 여론이 형성되길

엄밀히 말하면 축구대표팀은 '대한축구협회 대표팀'이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아니다. 축구협회 소속 선수 중 협회가 높은 수준의 선수로 인식하는 선수를 뽑는 게 축구대표팀이다. 그리고 그런 각각의 축구협회 팀이 모여 치르는 게 월드컵이다. 이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겉으로라도 정치 논리를 배제한다고 표방할 수 있는 근거 중 하나가 이 지점이다.

단지 우리가 아는 거의 모든 축구선수가 축구협회 등록 선수이기에 이를 우리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으로 편하게 부르는 것이다. 몇몇은 그냥 등치 시켜 인식하기도 한다. 감정적으로도 이는 맞아 떨어진다. 사실 2002년에 우리가 외쳤던 "대한민국" 구호는 축구를 통한 감동과 대한민국이 잠시나마 세계의 중심이 됐다는 무의식이었다. 그저 축구 그 자체의 승리가 '순수'했던 이들은 별로 없다. 그건 당시 K리그 관중 수가 증빙한다. 그땐 해외 축구 중계도 보편적이지 않았다.

이런 사실에 따라 축구협회는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단체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 단체는 축구협회 이사와 그들의 절차에 따라 살림을 꾸리고 선수를 선발할 권한이 있다. 이건 당장 국회의원이 지적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며 국민투표로 가져갈 사안은 더욱 아니다. 그런 논리를 펴는 것은 사실을 왜곡해 모든 것을 자기 뜻대로 관철해야 한다는 또 다른 집단 광기일 뿐이다.

축구협회 예산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1%도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엔 그와 비교할 수도 없이 많은 세금으로 운영되면서도 온갖 기행을 저지르는 단체들이 많다. 다만 한 가지 덧붙일 수 있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이 이렇기에 '현대가'가 대를 이어 축구협회를 마음대로 주무른다고 해서 '현대축구협회'라는 비판도 가능한 상황이다.

이러한 사실 인식이 명확한 상황에서 여론도 형성됐으면 한다. 유독 스포츠에서 첨예한 대립이 일어나고 담론이 형성될 때마다 아예 사실관계부터 어긋난 의견들이 지배하는 현상을 자주 본다. 첫 단추가 틀어지니 담론은 계속 어긋난 곳에서 빙빙 돌고 나중엔 감정 배설의 장으로 변질되는 거다. 정말 수없이 봤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보다 확실히 더 그런 면이 있다고 감히 나는 말할 수 있다.

이를 바로 잡아나가는 게 일차적으론 언론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들의 노력과 공정성 여부를 떠나 애초 스포츠 저널리즘 유통 채널이 '빅2' 거대 포털로 몰린 상황이라 갑갑하다. 히딩크 감독 논란은 1차적으로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경솔한 축구협회 인사의 말실수에서 촉발한 사태다. 2차적으론 이를 둘러싼 저널리즘 본질 훼손이 '집단 광기'로 편승해 '기레기' 낙인론으로 옮겨붙고 있는 사안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댓글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