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 스위프트의 'Look what you made me do'는 발매 이후 화려한 기록들을 세웠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Look what you made me do'는 발매 이후 화려한 기록들을 세웠다. ⓒ 유니버설 뮤직


최근 많은 팝 팬들은 일제히 빌보드 싱글 차트에 시선을 고정했다. 루이스 폰시의 'Despacito'가 빌보드 싱글 차트 16주 연속 1위를 기록한 가운데, 일주일만 더 버티면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기록은 다음 타자에게 넘겨야 하겠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신곡 'Look what you made me do'가 'Despacito'를 몰아내고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신곡은 24시간 만에 유튜브 조회수 4300만 건을 기록했다. 뮤직비디오 공개 후 열흘 남짓 지난 지금, 조회수는 3억 건에 가까워졌다. 웬만한 인기 팝스타의 히트곡 조회수를 상회하는 수치다. 내슈빌에서 통기타를 치던 소녀는 이제 존재 자체로 거대한 산업이 됐다.

'네가 알던 테일러가 아냐'

Look what you made me do'는 잭 안토노프가 선사한 일렉트로클래쉬 스타일(일렉트로클래쉬 : 1980년대 뉴웨이브, 신스팝 등을 일렉트로니카와 결합한 음악.)의 곡이다. 수십 차례 반복되는 후렴구 'Look what you made me do'가 귀를 맴돈다. 이 곡은 테일러 스위프트가 내놓은 모든 음악을 통틀어 가장 어두운 분위기가 돋보인다. 말랑말랑한 노래들을 부르던 그녀의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다. 뮤직비디오에서 테일러 스위프트가 보여주는 모습은 더욱 당황스럽다. 어두운 스모키 화장을 하고, 망사 스타킹을 입은 채 춤을 춘다. 물론 테일러 스위프트는 지난 앨범 <1989>를 기점으로 컨트리 가수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었다. 그럼에도 이 모습은 팬들을 당황시키기에 충분하다.

노래 가사와 뮤직비디오에 숨겨진 메시지들은 이 곡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카니예 웨스트와 킴 카다시안 부부와의 갈등을 그대로 녹여냈고, '숙적' 케이티 페리에 대한 조롱 역시 잊지 않았다. 그녀는 '너의 기울어진 무대가 싫다'며 직접적으로 카니예 웨스트를 겨냥한다. (카니예 웨스트는 Saint Pablo 투어 때, 공중에서 기울어진 무대 위에서 공연했다.)뮤직비디오 속에서 테일러는 케이티 페리의 뮤직비디오를 패러디하고, 케이티 페리가 단 한 번도 받지 못 했던 그래미 트로피를 과시하기도 한다. 한편, 테일러 스위프트는 그래미 시상식에서 두 차례나 '올해의 앨범'을 수상한 바 있다.

 테일러 스위프트

테일러 스위프트 ⓒ 유니버설 뮤직


카니예 웨스트는 <The Life Of Pablo> 수록곡인 'Famous'에서 테일러를 성적으로 표현한 가사로 입방아에 오른 적이 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허락한 적이 없다'며 불쾌함을 표시했고, 카니예 웨스트에 대한 여론은 험악해졌다. 그러나 카니예 웨스트의 아내인 킴 카다시안이 두 사람의 전화 통화 영상을 공개하면서 여론은 다시 한 번 뒤집힌다. 킴은 테일러를 '뱀'(서구권에서는 교활함의 상징으로 쓰인다.) 에 비유했고, 대중들은 킴 카다시안을 따라 테일러를 '뱀'이라고 조롱했다.

신곡에서 테일러 스위프트는 오히려 뱀이라는 꼬리표를 자신의 새로운 정체성으로 삼았다. 심지어 전 남자 친구들인 디제이 캘빈 해리스와 배우 톰 히들스턴 등을 저격하는 듯한 모습까지 선보인다. 이 외에도 장면마다 다양한 비유들이 스며들어 있다. 14명의 테일러 스위프트가 한 곳에 모여서 대화하는 마지막 장면은 소위 '셀프 디스'의 진수다.

사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초기에 자신의 경험을 녹여 낸 사랑 노래로 사람들의 공감을 샀던 뮤지션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Bad Blood', 'Look what you made me do' 등, 노골적인 '디스전'에 집중하는 등,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팝스타들의 감정 싸움이 지겹다'며 볼멘소리를 내는 음악 팬들도 점점 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고 있으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스타성이 입증된다. 신곡의 말미에, 테일러 스위프트는 '옛날의 테일러 스위프트는 죽었다'라고 단언한다. 그렇다면 새롭게 태어난 테일러 스위프트는 어떤 사람이며, 어떤 가수일까. 악에 받힌 듯한 이 노래만으로는 가늠하기 어렵다. 6집 <Reputation>이 공개되면 보다 뚜렷해질 것이다.

the old Taylor can't come to the phone right now. Why? 'Cause she's dead!"
옛날의 테일러는 지금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왜냐고? 그녀는 이미 죽었거든!

테일러 스위프트 케이티 페리 카니예 웨스트 LWYM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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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스물 아홉.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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