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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엘리자의 내일> 스틸컷

영화 <엘리자의 내일> 스틸컷 ⓒ (주)영화사 진진


'크리스티안 칸쥬'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의 신작 <엘리자의 내일>(2016)이 개봉했다. <4개월, 3주... 그리고 2일>(2007)로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신의 소녀들>(2012)로 각본상을, 그리고 이번 <엘리자의 내일>(2016)로 <퍼스널 쇼퍼>의 올리비에 아싸야스 감독과 함께 공동 감독상을 수상하며 칸영화제에서 사랑 받는 칸쥬의 매력을 다시금 세상에 선보였다.

뿐만 아니라 본 영화는 시카고 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였고, 세계 각종 영화제에 노미네이트 되었으며, 로튼토마토에서 무려 96%를 받기도 한 독특하고 신선한 소재의 작품으로, 감독 본인의 고향인 루마니아의 절망과 부조리함을 화면에 담았다.

동유럽 최악의 독재자로 불리운 니콜라에 차우셰스쿠의 시대가 끝나고, 개혁과 민주화를 꿈꾸던 로메오(에드리언 티티에니 분)와 마그다(리아 버그나 분) 부부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루마니아에 남아 현실과 부딪친다.

하지만 전 계층에 만연한 부패과 높은 범죄율 등으로 아이만은 본인들이 누리지 못한 민주주의와 세상을 누리게 해주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매번 장학금을 놓이지 않을 정도로 높은 성적을 꾸준히 받고 있는 두 부부의 희망 엘리자(마리아 빅토리아 드래거스 분)는 영국 캠브리지 대학에 당당히 합격하고 마지막 관문인 대입 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Bacalaureat)만을 앞두고 있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쉴새 없이 울리며 대화를 방해하던 전화가 불행의 신호였을까? 두부부의 삶의 중심이었던 엘리자는 아침 등교길에 폭행을 당하게 된다. 이로 인해 마지막 시험을 앞두고 정신적 육체적 고통과 마주하게 된 엘리자와, 미래가 없는 루마니아를 벗어날수 있는 유일무이한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아버지, 사서로 커리어를 마감할, 아이를 떠나 보내고 싶지 않은 유약한 어머니의 갈등이 시작되게 된다.

당시 드문, 환자에게 돈을 요구하지 않는 올곧은 의사로 평생을 가쁘게 살아온 로메오는 트라우마로 인해 제대로 시험을 보지 못했을 자식을 위해 평생의 자신의 신념을 굽히게 된다. 쓰디쓴 얼굴로 엘리자에게 "인생에서는 떄론 결과가 중요할 때가 있다"고 얘기하는그는 부정청탁을 통해 시험성적을 조작하려 한다. 쇠약한 노모와 미혼모인 내연녀 그리고 의심스러운 엘리자의남자친구의 문제들이 수면위로 올라오면서 부부와 엘리자의 감정은 폭발하게 된다.

폭주하듯이 화면 속에서끊임없이 움직이던 로메오는 자신은 평생에 꿈꾸던 기회를 한번의 위기에 포기하는 엘리자의 모습에 속상해 하지만, 자신이저지른 부정이 발각되고 상처 받은 이들을 보며 끝내 결과를 받아 들이게 된다. 결국 엘리자의 내일은그녀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수용한 그는 그녀의 졸업식에서 묵묵히 옆자리를 지킨다.  

감독은 자신이 경멸하던 현실에 신념을 굴복하게 된 주인공과, 주변 사람들과의 복잡하게 어그러지는 관계들을 영화에 담았지만, 뛰어난 연출력으로 인해 화면이 전혀 번잡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느리지만 올곧게 평생을 가고 있던 소시민을 대표하는 로메오는 오직 단 한번의 선로 이탈로 인해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지게 된다. 본인의 의지와는 다르게 꼬이고 비틀리게 되어버리는 청탁들의 늪에빠진 그의 발버둥과 움직임은 관객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긴박함까지 가지고 있었다.

숨막히게 조여오는 수사망과 또 다른 부정을 저지를 것을 강요하는 경찰의 공권력을 눈앞에 둔 로메오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그리고 엘리자는 기회를 잡아 루마니아를 떠나게 될까?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은 마치 액션영화 한편을 본 듯한 긴장감과, 당시 루마니아의 민낯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무너진 균형의 추를 담담하게 일으켜 세운 결말도 흥미롭다. 본 영화의 제작국가는 루마니아/프랑스/벨기에로 2백만달러의 저예산으로 제작되었는데, 전미 17만 5975달러, 월드와이드 80만7658달러의 수익을 거두었다.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과 탄탄한 작품성을 맛보고 싶으신 분들이시라면 꼭 한번 관람해 보시길 추천드린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임현진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13suje)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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