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컨대, 그랬다. 글을 쓰는 나조차도 드라마 <청춘시대> 조은 역에 최아라라는 키가 훤칠한 배우가 캐스팅되었다 했을 때, 그의 겉모습과 옷차림을 봤을 때 드라마에서 '레즈비언'의 캐릭터로 소모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2회를 보자마자 그런 생각을 했다는 자체가 부끄러워졌다. 바로 이 안일한 편견에서 비롯된 차별에 대해 할 얘기가 더 남은 걸까. <청춘시대2>가 새롭게 문을 열었다.
동시대 젊은이들의 초상을 그 어떤 드라마보다 실감나고 공감가게 그렸던 지난 시즌 덕일까 박연선 작가의 신작 소설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를 찾아 읽었다. 드라마와 소설이라. 장르는 달랐지만, 2016년 청춘 이야기를 당대성을 살려 구현해내 칭송을 받았던 <청춘시대>처럼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도 그런 현실성을 살린 청춘들의 이야기다. 단지 그 시대가 15년 전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 <청춘 시대>가 벨 에포크라는 대학가 셰어하우스를 배경으로 했다면,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는 이제는 쇄락한 산중 마을 두왕리를 배경으로 한다.
<청춘시대2>의 이야기를 풀기 전에 장황하게 박연선 작가의 전작과 소설을 언급하는 건 바로 그의 스타일과 주제의식을 말하고 싶어서다. 소설의 시작은 급사한 할아버지로 홀로 남게 된 홍간난 여사의 사연과 그의 손녀 백수 강무순의 뜻하지 않은 보물찾기다. 할아버지의 보물지도를 보고 추리하던 무순은 우연히 동네 소녀 4명이 한 날 한 시에 사라진 사건을 발견하고 이야기는 본격 스릴러 장르로 변한다. 그 네 소녀의 비밀이 소설 속 주 이야기인 셈이다.
<청춘시대>도 그렇지만 박연선 작가는 가장 일상적인 공간, 거기에 모인 청춘들을 통해 죽음을 이야기 한다. 젊음과 죽음을 엮는 괴상한 구성 속으로 시청자 혹은 독자들을 끌어당긴다. 하지만 죽음이나 귀신조차도 무색하지 않게 다루는 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사람들의 가장 진솔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편의적 편견
그랬기에 <청춘시대2>의 시작은 헤어짐과 만남으로 시작된다. 송지원(박은빈)의 너스레마저 무안하게 만들정도로 차가워 보이는 조은(최아라)의 등장은 각 주인공들의 면면을 회상하게 만든다. 전 시즌 등장인물의 성격을 넘어선 조은의 모습은 충분히 타인들로 하여금 레즈비언이라는 의심을 하게끔 한다.
조은을 제외하고 신입 주제에 자신들에게 만만하게 굴지 않아 전전긍긍했던 윤진명(한예리 분), 정예은(한승연 분), 송지원(박은빈 분), 유은재(지우 분) 등은 쿨함을 넘어선 조은의 태도를 '남성성'으로 오해하고 지레 그녀를 레즈비언으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한 번 의심을 시작하니 조은의 모든 태도가 거기에 딱 들어맞기 시작한다. 조은이 감기약을 사들고 안 열리는 은재 방을 억지로 여는 순간까지 말이다.
지난 시즌 각자 청춘의 통과 의례를 혹독하게 겪었던 네 명의 하우스 메이트들은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속설을 증명하듯 경험에서 배운 깨달음 따위는 흘려버리고, 자신들의 앞에 등장한 이질적인 한 인물에게 쉽게 편견을 적용시킨다. 자신을 잘 내세우지 않던 은재가 가장 쉽게 조은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것이나, 말로는 공평한 잣대를 운운하지만 메이트들의 편견을 방조하는 듯 보이는 윤진명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벨 에포크의 그녀들은 근거 없는 확신에 차있다. 의심이 곧 배제로 이어지고 그래서 <청춘시대2>의 시작은 시대성을 담보하게 됐다. '혐오 사회'라고 칭해지는 이 시대에서 그 편견과 혐오의 시작이 어이없게도 주인공들로부터 시작된다. 이 설정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이뤄지는 혐오의 과정을 정확하게 보여주기 좋은 수단이었다.
편견은 편견을 낳았고, 결국 드라마 속 인물들이 한 여름 거리를 질주하는 식으로 묘사됐다. 그저 키가 커서 머리가 짧아서 오해받고 살던 조은은 어처구니없게도 우리 사회 도처에서 보이는 편견과 혐오 과정의 단면이었다.
물론 여전히 조은을 바라보는 친구 안예지(신세휘)의 모호한 눈빛은 주인공들의 의심이 또 다른 갈래로 펼쳐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2회까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건 성적 정체성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타인을 너무도 쉽게 단정하는 태도의 지적이다. 새로운 캐릭터 하나로 이런 구조를 지적한 박연선 작가의 장기를 새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청춘시대2>는 전작보다 분명 업그레이드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