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 논의하는 김동호-서병수-강수연 부산영화제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서병수 전 조직위원장이 24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시장 접견실에서 민간 조직위원장으로 내정된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부산영화제 조직위원회는 임시총회를 열어 부산시장이 당연직으로 조직위원장을 맡는다는 조항을 의결해 폐지했다.
이어 조직위원회는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서병수 전 조직위원장이 추대한 김동호 부산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을 신임 조직위원장으로 선출했다.

▲ 부산영화제 논의하는 김동호-서병수-강수연 부산영화제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서병수 전 조직위원장이 지난 2016년 5월 24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시장 접견실에서 민간 조직위원장으로 내정된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집요하게 사과를 압박하는 영화계 vs. 어떻게든 책임을 회피하려는 부산시장.

최근 사무국의 성명서 발표와 김동호 이사장-강수연 집행위원장 사퇴 표명으로 이어지고 있는 부산영화제 상황의 핵심은 서병수 부산시장이다. 영화제 내부적으로 어수선한 면도 있지만 가장 궁극적인 사안은 부산영화제 사태의 '주범'으로 꼽히는 서병수 시장의 영화계 기만으로 모인다.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퇴진이 부산에서 공론화가 시작됐던 이유도 서 시장을 대하는 자세에 있었다. 서 시장의 사과를 받아내고 이용관 전 위원장을 명예회복 시켜 부산영화제의 독립성을 완성하라는 영화인들의 요구를 제대로 받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산영화제와 시민단체들이 함께 서 시장을 고발했으나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부산영화제는 정작 손을 놓고 있었다. 고발의 주체로 나서야 할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오히려 서 시장과 오찬을 갖기도 했다. 투쟁의 대상이 되어야 할 상대와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이며 신뢰감을 떨어뜨린 것이다.

특히 지난 9일 발표된 서병수 시장의 입장은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끼얹듯 영화계를 더욱 자극했다. 7일 사무국 성명과 8일 김동호-강수연 사퇴에 대해 부산시의 입장을 정리한 것이었으나 끝까지 '부산시와 영화제의 갈등은 오해'고 '블랙리스트와 관련 없다' 등의 거짓말로 영화인들의 공분을 샀다. (관련 기사: "서병수, 영화제 조롱"... 영화인들 '부산시 입장문'에 반발)

7월 말 보이콧 철회를 밝힌 일부 영화단체까지 난처한 상황에 부닥치게 만들었다. 김동호-강수연 사퇴 표명을 고리로 다른 단체들의 보이콧 철회를 유도하려던 움직임마저 얼어붙게 했다. 한 영화계 인사는 "명분이 약한 보이콧 철회와 서 시장의 조롱성 입장이 이어지니 보이콧 철회에 부정적이었던 사람들이 들끓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부산지역 영화학과교수협의회 대표인 주유신 교수는 "서 시장의 입장은 '조롱'을 넘어서서, 긴 시간 동안 고통받고 상처 입은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자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강원영상위원장인 방은진 감독도 자신이 야기한 문제를 가지고 부산영화제는 부산시민의 것이라며 마치도 영화인들이 부산영화제의 소유권을 주장한 듯이 몰고 갔던 사람"이라며 서병수 시장에 대한 비판에 가세했다.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어리석은 행위"

 17일 부산시민단체들이 부산영화제 사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서병수 시장의 사과를 촉구했다.

17일 부산시민단체들이 부산영화제 사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서병수 시장의 사과를 촉구했다. ⓒ 부산국제영화제를 지키는 시민문화연대


부산지역 시민단체들 역시 격앙된 영화인들의 심정에 공감한다며 서 시장의 분명한 사과와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고 나섰다. 부산영화제를 지키는 시민문화연대(공동대표 남송우 오석근 이승욱 이청산 최용석). 부산참여연대 등은 17일 오후 부산 양정동 참여자치시민연대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서병수 시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부산영화제 사태 해결을 위한 협의체 구성 계획도 밝혀 앞으로도 수습과정에 참여할 뜻을 내비쳤다.

부산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문에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은 뒤로 한 채, 비본질적인 문제를 통해 현안을 해결해 나가려는 부산시의 입장에 대해 심각한 우려한다"며 "아직도 문화를 관이 좌지우지하겠다는 발상 자체에 대해 공분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는 서병수 시장이 결코 부산영화제를 탄압하지 않았다고 강변하고, 추경을 통해 BIFF 예산을 확보했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부산시가 앞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정상화할 수 있는 주체로 나서려는 데 대해 경고한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또한 "김기춘 전 실장이 서병수 시장에게 다이빙벨 상영을 하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이 법정에서 다 밝혀졌고 법원의 판단이 내려졌음에도 서 시장 자신은 이 문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강변하며, 문화관광체육국장의 입을 통해 또다시 시민들을 농락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이런 어리석은 행위는 자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부산국제영화제를 계속 추락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시민단체들은 "부산국제영화제 사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한 첫 과제가 서 시장의 사과와 이에 따른 책임 있는 자세"라고 지적하고, "서 시장의 사과와 책임지는 자세 없이는 이 문제의 해결에 한 걸음도 진전해 나갈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앞으로 산적한 부산영화제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한 방안들을 모색하기 위해 영화인, 시민, 시민단체 등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들로 구성된 협의체를 구성하여 운영하겠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부산지역의 한 영화인은 "부산영화제 사태 수습을 위해 영화인들이 중심이 된 비상대책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지역에서 나오고 있다"며 "올해 영화제가 끝나고 이사장과 집행위원장이 사퇴하게 되면 조직이 더 불안정해지기 때문에 이후 상황을 정리할 방법이 구체화 돼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영화제는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정도에 올해 예산안 최종 확정을 위한 이사회와 임시총회를 열 예정인데, 이 기회를 활용해 수습방안이 어느 정도 정리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최근 부산국제영화제 사태에 대한 기자회견문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직원 일동의 성명서 발표, 이에 따른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의 사퇴 선언, 부산시의 BIFF에 대한 기자회견 등 일련의 사태를 접하면서, 그 동안 부산국제영화제를 지키기 위해 활동해온 우리는 참담한 심정을 어찌할 수 없습니다. 일련의 사태가 의미하는 바는 부산국제영화제의 끝없는 추락을 예감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우리는 이 일련의 사태가 빚어지게 된 근원적인 이유가 무엇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고자 합니다.

우선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직원 일동의 성명서 발표 내용에서 확인되는 바는 BIFF 조직 내의 소통 부재의 갈등이 있었다는 사실이며, 이 문제의 공론화로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의 사퇴 선언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점입니다. 이런 BIFF 내부 사정에 대해서 우리는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가 문제로 삼는 바는 이런 사태를 바라보고 입장을 표명한 부산시의 태도입니다.

부산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서 시장이 결코 BIFF를 탄압하지 않았다고 강변하고, 추경을 통해 BIFF 예산을 확보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부산시가 앞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정상화시킬 수 있는 주체가 될 수 있는 모습을 내보이고 있습니다. BIFF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은 뒤로 한 채, 비본질적인 문제를 통해 현안을 해결해 나가려는 부산시의 입장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함께, 아직도 문화를 관이 좌지우지하겠다는 발상 자체에 대해 공분을 느끼는 바입니다.

지금까지 BIFF 사태가 온전하게 정상화되지 못하고, 이 어려운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근원적인 이유는 소위 다이빙벨 상영을 계기로 시작된 BIFF의 탄압입니다. 이 탄압의 실체는 이미 블랙리스트 사건을 통해 백일하에 다 드러났습니다. 김기춘 전 실장이 서병수 시장에게 다이빙벨 상영을 하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이 법정에서 다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내려졌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서 시장 자신은 이 문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강변하며, 문화관광체육국장의 입을 통해 또 다시 시민들을 농락하고 있습니다.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이런 어리석은 행위는 자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부산국제영화제를 계속 추락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에 우리는 일차적으로 부산시장이 BIFF 사태의 근원적 책임자로서 자기고백을 분명하게 해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합니다. 이러한 입장 표명이 없이는 BIFF 사태로 인해 갈라진 한국영화계가 하나 된 힘으로 부산국제영화제의 발전을 위해 힘을 모을 수가 없으며, 상처 입은 부산국제영화제 직원들이 심기일전해서 부산국제영화제를 위해 전심전력할 기력을 회복하기가 근본적으로 힘들기 때문입니다.

현재로서는 그 동안 진행되어 온 부산국제영화제 사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한 첫 과제가 서 시장의 사과와 이에 따른 책임 있는 자세이기에 서시장의 사과와 책임지는 자세 없이는 이 문제의 해결에 한 걸음도 진전해 나갈 수가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명백하게 밝히면서, 우리는 다음의 사항을 계속 요구하며, 모색해 갈 것입니다.

<다음>

1. 서 시장은 BIFF 사태가 발생하게 된 원인 제공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 사태에 대한 사과와 이에 따른 책임 있는 자세를 시민들에게 명백하게 밝혀줄 것을 요구한다.

2. 최근의 BIFF 사태에 대한 부산시의 보도자료에서, 부산시 문화관광체육국장은 "부산시장은 당시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으로서, 부산국제영화제가 그 동안 쌓아온 중립성과 순수성을 훼손할 수 있고 정치적으로 이용, 사회적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사안이라 판단하여 유가족의 상영만류 의견을 감안 해당영화를 상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일 뿐, 실제 상영을 막기 위한 제재나 방해한 사실이 없었으며 문화계 블랙리스트와도 전혀 관련이 없음"이라고 밝혔다. 이는 국장 자신의 입장인지, 서 시장의 입장인지를 밝혀주기 바란다.

3. 앞으로 산적한 BIFF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한 방안들을 모색하기 위해 영화인, 시민, 시민단체 등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들로 구성된 협의체를 구성하여 운영할 것이다.

4. 부산국제영화제를 지키는 시민문화연대가 얼마 전 국제영화제 사태와 관련해 고발한 사항에 대해서 검찰은 처음부터 이용관 수사 검사를 배당하는 등 이해할 수 있는 형태를 보이면서 여전히 제대로 된 수사를 진행시키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이번 국정농단이 어떻게 해서 불거졌는지 안다면 국정농단의 가장 큰 핵심이었던 문화계블랙리스트,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 있는 국제영화제 사태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그에 따른 책임자 처벌을 신속하고 엄중하게 진행해야 할 것이다.

2017. 8. 17.
부산국제영화제를 지키는 시민문화연대. 부산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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