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 후반전 교체 선수 엔조의 헤더 슛

인천 유나이티드 후반전 교체 선수 엔조의 헤더 슛 ⓒ 심재철


다음 시즌 2부리그(K리그 챌린지)로의 강등을 걱정해야 하는 K리그 클래식 하위권 순위를 함부로 예상할 수 없게 됐다. 이른바 승점 6점 짜리 경기에서 11위 인천 유나이티드가 9위 상주 상무를 다시 한 번 잡은 것이다. 시즌 상대 전적 2승 1무(4득점 2실점)로 압도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기형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12일 오후 7시 상주시민운동장에서 벌어진 2017 K리그 클래식 26라운드 상주 상무와의 어웨이 경기에서 88분에 터진 슈퍼 서브 박용지의 극장골에 힘입어 2-1로 귀중한 승리를 거뒀다.

시즌 첫 승의 좋은 기억 바로 그곳에서

현재 리그 순위 11위로 바닥을 헤매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는 시즌 초반부터 승점을 제대로 쌓지 못했다. 3월 5일 리그 첫 경기를 치르고 5월 3일에야 시즌 첫 승리(상주 상무 0-1 인천 유나이티드)를 기록했으니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바로 그 시즌 첫 승리의 소중한 기억이 서린 곳, 상주에서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승점 6점 짜리 경기에 임했다. 홈 팀 상주는 지난 두 차례의 대결에서 1무 1패로 인천 유나이티드에 밀렸고 최근 5경기 연속 패배의 늪에 빠져있기에 더 이를 악물고 뛰어야 했다.

'신진호, 김성준, 김태환, 주민규' 등 각 클럽 베테랑 선수들이 모인 곳이 바로 상주 상무이지만 인천 유나이티드는 결코 물러나지 않았다. 경기 시작 후 12분만에 귀중한 골을 먼저 뽑아낸 것이다.

주장 최종환이 올린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흘러나온 공을 박종진이 다시 띄워올렸고 오프 사이드 라인을 기막히게 깨뜨린 수비수 이윤표가 침착하게 헤더 패스를 이어줬다. 이 공을 받은 주인공도 역시 수비수 채프만이었다. 그의 오른발 슛은 정확하게 골문 왼쪽 구석으로 들어갔다.

 인천 유나이티드 주장 최종환의 오른쪽 측면 공격

인천 유나이티드 주장 최종환의 오른쪽 측면 공격 ⓒ 심재철


전반전을 이대로 끝낸 인천 유나이티드는 후반전 시작과 함께 수비 라인을 과감하게 올린 상주 상무의 빈틈을 제대로 노렸다. 47분에 박종진의 기습 패를 받은 김대중이, 49분에 김대중의 찔러주기를 받은 송시우가 각각 오른발로 결정적인 슛을 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각도를 과감하게 좁히고 달려나온 상주 골키퍼 유상훈의 슈퍼 세이브에 허탈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슈퍼 서브 '박용지', 교체 투입 5분만에 극장 결승골 터뜨려

결정적인 추가골 기회를 놓치면 승리가 어렵다는 축구장의 진리가 또 한 번 입증되었다. 홈 팀 상주 상무 입장에서는 여섯 경기 연속 패배를 눈 뜨고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60분, 오른쪽 측면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이진형이 펀칭하다가 쓰러진 사이에 윤주태의 왼발 패스를 받은 골잡이 주민규가 침착하게 오른발 동점골을 터뜨렸다. 김동진 주심은 VAR(비디오 판독 심판) 조언을 듣고 나서야 상주 상무의 동점골을 확인시켜 주었다.

상주 상무 선수들은 내친김에 역전골 기회까지 잡았다. 66분에 김태환이 길게 올려준 기습적인 크로스를 향해 김호남이 몸을 날리며 발리슛을 시도했지만 아슬아슬하게 빗나가고 말았다. 그 이후에도 김호남은 오른발 대각선 슛 기회를 잡았지만 각도를 너무 틀어 때리는 바람에 그라운드에 드러누워 상주의 밤 하늘을 쳐다보기만 했다.

이대로 경기를 포기할 수 없었던 인천 유나이티드 이기형 감독은 예상보다 빠른 선수 교체 타이밍을 잡고 '웨슬리(66분↔박종진), 엔조(71분↔김대중), 박용지(83분↔송시우)'를 차례로 들여보냈다.

 88분, 인천 유나이티드 교체 선수 박용지가 터뜨린 극장 결승골 순간

88분, 인천 유나이티드 교체 선수 박용지가 터뜨린 극장 결승골 순간 ⓒ 심재철


브라질 출신 웨슬리는 왼쪽 날개공격수로 활약했고 최근에 데려온 아르헨티나 출신 골잡이 엔조는 김대중 대신 원 톱 역할을 이어받아 세컨 볼을 부지런히 노렸다. 그러나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송시우 대신 들어간 박용지는 교체 투입 후 단 5분만에 믿기 힘든 극장골을 터뜨리며 인천 유나이티드 어웨이 팬들을 펄펄 뛰게 만들었다. 최종환이 길게 올려준 공을 향해 뛴 박용지는 상주 상무 신세계를 기막히게 따돌리는 방향 전환을 선택했다. 골키퍼 유상훈도 각도를 줄이며 달려나오는 순간 그는 몸을 날리며 오른발 아웃사이드 슛을 날렸다.

세계 최고의 골잡이들도 구사하기 힘든 감각적인 마지막 터치였다. 박용지의 발끝을 떠난 공은 골키퍼 유상훈의 머리에 맞고 솟구치더니 골문 안에 떨어졌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거둔 시즌 4승 중 절반에 해당하는 2승을 바로 이곳 상주에서 올리는 순간이었다.

후반전 추가 시간 4분이 이어졌지만 이윤표-채프만-하창래 수비 라인은 듬직하게 골문을 지켜내 귀중한 승점 3점을 챙겼다. 아직 순위표는 11위(23점 4승 11무 11패 23득점 42실점 -19)그대로이지만 9위 상주 상무(24점)부터 12위 광주 FC(19점)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승점 차이는 1점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주 FC가 24경기밖에 치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1부리그 '잔류 왕'이라는 별명을 얻은 것을 그대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8월 20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홈 경기도 중요하지만 9월 10일로 예정된 광주 FC(12위)와의 홈 경기, 10월 1일로 예정된 대구 FC(10위)와의 어웨이 경기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K리그 클래식에 남기 위한 승점 6점짜리 경기가 아직 더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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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7 K리그 클래식 26R 결과(12일 오후 7시, 상주시민운동장)

★ 상주 상무 1-2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주민규(60분,도움-윤주태) / 채프만(12분,도움-이윤표), 박용지(88분,도움-최종환)]

◇ K리그 클래식 12일 현재 순위표
1 전북 현대 26경기 51점 15승 6무 5패 47득점 23실점 +24
2 수원 블루윙즈 26경기 46점 13승 7무 6패 44득점 27실점 +17
3 울산 현대 25경기 46점 13승 7무 5패 26득점 26실점 0
4 제주 유나이티드 24경기 41점 12승 5무 7패 42득점 23실점 +19
5 FC 서울 26경기 41점 11승 8무 7패 40득점 30실점 +10
6 강원 FC 25경기 37점 10승 7무 8패 38득점 38실점 0
7 포항 스틸러스 25경기 33점 10승 3무 12패 36득점 39실점 -3
8 전남 드래곤즈 26경기 31점 8승 7무 11패 43득점 44실점 -1
9 상주 상무 26경기 24점 6승 6무 14패 23득점 43실점 -20
10 대구 FC 25경기 23점 5승 8무 12패 30득점 40실점 -10
11 인천 유나이티드 FC 26경기 23점 4승 11무 11패 23득점 42실점 -19
12 광주 FC 24경기 19점 4승 7무 13패 21득 38점 실점 -17
축구 인천 유나이티드 박용지 상주 상무 K리그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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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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