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 성수기 여름이 왔다. 장마가 끝나가고 온도는 나날이 치솟으니 사람들은 하나둘씩 영화관으로 발길을 돌린다. '무슨 영화를 볼까' '재미있는 영화없을까' 고민을 할 때 선택하기 쉽게 만드는 건 '유명한 이름'과 '유명한 얼굴'이다. 많이 본 익숙한 얼굴과 들어본 것 같은 제목의 영화를 고르게 된다. 송강호가 출연한 <택시운전사>, 황정민과 송중기 그리고 소지섭이 출연한 <군함도>, 한국관객이 사랑하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덩케르크> 그리고 8월 개봉을 앞둔 <혹성탈출>. 선택지는 풍부하다. 그런데 내가 예상하는 여름 극장가의 승자는 이중엔 없다. <청년경찰>이 웃을 것이다.

두 청년의 좌충우돌 성장기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청년경찰>의 줄거리는 이렇다. 기준(박서준)과 희열(강하늘)은 경찰대학교 학생이다. 클럽에 갔다가 성과 없이 길거리를 배회하던 둘은 우연히 길에서 범죄 현장을 목격한다. 차를 타고 도망간 범인을 찾아 추격을 시작한다. 전공 서적에서 배운 이론을 총동원해서 범인에 한 걸음씩 가까워지지만, 현실적인 난항을 마주하게 된다.

처음 <청년경찰>의 포스터를 보고는 그다지 기대도 하지 않았다. 강하늘, 박서준의 얼굴이 큼지막하게 포스터를 반씩 분할하고 있는 것을 보고 '아 저 영화는 잘생김을 앞세운 영화구나'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요즘 한국 영화는 추리물을 지나치게 많이 제작하고 있어 지겨워질 정도였다. 하지만 기대 없이 본 <청년경찰>은 나를 반성하게 했다. 올해 만든 오락영화 중 단연 최고다.

영화는 시종일관 유쾌하다. 범죄 소재는 참혹하지만, 풀어내는 방식은 무겁지 않다. 희열(강하늘)과 기준(박서준)은 대학 단짝 친구로 나오는데, 개인이 가진 코믹 연기의 합의 시너지가 기대 이상이었다.

강하늘은 이병헌 감독의 <스물>에서도 '병맛'스러운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연기했는데, <청년경찰>에서도 마찬가지로 B급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연기했다. 그의 전작들을 보면 청년 전문 배우처럼 보인다. 영화 <동주>에서는 점잖은 청년 시인, 드라마<미생>에서의 엘리트 사원. 강하늘은 이미 그 나잇대에 할 수 있는 캐릭터를 하나하나 '도장 깨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강하늘의 이러한 캐릭터 소화 능력이 놀라운 이유는 많은 배우가 자신의 외적 요소 때문에 한정된 캐릭터만 소화하기 때문이다.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선하고 착하게 외모를 가진 배우는 종종 악독한 배역에 도전하지만 어설픔만 연기하다가 사라지고 만다. 그런데 강하늘의 캐릭터 소화 능력은 그의 이름처럼 한계가 없어 보인다.

두 청년, 꿈을 향해 달리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은 < Midnight Runners >이다. 이름처럼 두 주인공은 영화 내내 계속 달린다. 현상 그대로 달리는 장면이 많기도 하지만, 비유적으로도 달린다. 선택에 있어서 걷거나 돌아가지 않는다. 소신이나 신념보다는 '곤조'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

둘은 옥타곤이라는 클럽에 여자를 사귀러 갔다가 퇴짜를 여러 번 맞는다. "돈도 못 버는데 그거(경찰) 왜 해요?" 둘은 생각에 잠긴다. '나는 왜 경찰이 되고 싶어 하는 걸까?' 잠깐의 진지한 고민 이후에 둘은 막걸릿집을 나오게 되는데 바로 그다음 범죄 현장을 목격하게 되고 추격을 시작한다.

하지만 추격을 방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피해자의 생명이 위급한 시간에 신분증을 보여달라며 절차를 더 중요하게 하는 경찰, 경찰서장의 지시를 우선적으로 처리하는 경찰. 두 청년은 초심을 잃어버린 경찰을 보며 멈칫거리지만 멈추지 않고 달린다. 경찰학교에서 배우며 쓸데없다고 생각했던 교육을 실제 현장에 직접 사용해가며 현장과 이론의 차이를 알게 되고 시민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무엇보다 '경찰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누군가가 그랬듯 '좋은 영화는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영화'다. <청년경찰>은 '내가 왜 이 꿈을 꾸고 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내가 꿈꾸던 때로 돌아가게 만든다. 세상의 모든 파란색을 모아 만든 청춘 영화 <청년경찰>은 현실에 타협한 슬픈 어른들에게도, 달릴 준비가 아직 안 된 청년들에게도 질문을 던지는 좋은 영화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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