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맨유는 LA 갤럭시, 레알 솔트레이크 시티(이상 미국)전에 이어 사상 처음으로 해외에서 열린 맨더비(vs맨체스터 시티)에서도 승리를 따냈다. 프리시즌 성적에 연습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지만, 맨유의 최근 흐름은 축구팬들의 기대를 불러 모으기에 부족함이 없다.

우리 돈 약 1,111억 원을 들여 영입한 로멜루 루카쿠는 예상보다 빠른 적응 속도를 보이고, 마커스 래쉬포드와 헨리크 미키타리안, 제시 린가르드 등도 조세 무리뉴 축구에 확실히 적응한 모습이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전방에 버틸 때 보기 어려웠던, 알렉스 퍼거슨 감독 시절 보여준 총알 같은 역습이 부활할 조짐을 보인다는 것도 기대를 더 한다.

3연승 이끈 루카포드, 맨유판 총알 역습의 부활

맨유가 21일 오전 11시 5분(한국 시각) 미국 텍사스주 유스턴에 위치한 NRG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ICC)' 맨체스터 시티와 맞대결에서 2-0으로 완승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7만여 관중은 세계적인 더비에 열광했고,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박수를 보내며 축제를 즐겼다.

정규시즌 맞대결처럼 치열하게 맞붙지는 않았지만, 두 팀은 고요하면서도 경쟁적으로 부딪혔다.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데 중점을 두는 경기였던 만큼, 무리하는 모습은 없었다. 하지만 순간순간 번뜩이는 모습들을 선보이며, 라이벌전 승리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경기는 맨유가 압도했다. 프리시즌 첫 경기를 소화했던 맨시티보다 경기 감각에서 우월했던 탓도 있겠지만, 안정적인 호흡과 개인 능력의 적절한 조화로 이루어지는 맨유의 경기력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맨유는 안데르 에레라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최전방의 루카쿠와 좌우 측면에 배치된 래쉬포드와 린가르드, 지휘자로 나선 미키티리안의 호흡이 갈수록 좋아지면서, 맨유의 분위기는 더 달아올랐다. 반면 맨시티는 라힘 스털링의 개인기만 돋보였을 뿐, 몸이 풀리지 않은 모습이 역력했다.

0의 균형이 깨진 전반 37분, 팬들은 환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중앙선 부근에서 볼을 잡은 맨유의 폴 포그바가 맨시티 포백 수비 뒤로 뛰어 들어가는 루카쿠를 향해 긴 패스를 연결했다. 에데르손 골키퍼가 이를 처리하기 위해 달려 나오면서, 맨유의 공격은 이대로 끝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루카쿠는 엄청난 스피드를 앞세워 이 볼을 머리로 받아낸 뒤 에드로손을 제쳤고, 각도가 나오지 않았던 박스 좌측 부근에서 그대로 슈팅을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싼 남자의 자격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루카쿠의 골로 기세가 오른 맨유는 곧바로 추가골까지 터뜨렸다. 맨시티의 공격을 차단, 미키타리안의 지휘 하에 빠른 역습을 시도했고, 래쉬포드의 간결한 드리블과 슈팅이 골망을 출렁였다. 특급 재능 래쉬포드의 스피드와 마무리가 빛났지만,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맨유의 역습 과정이었다.

맨유가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자, 4명의 선수가 총알같이 맨시티 골문을 향했다. 볼을 잡고 있던 미키타리안은 물론이고 최전방의 루카쿠와 래쉬포드, 린가르드도 역습에 함께했다. 맨시티 수비는 섣불리 공을 빼앗으려 했다간 실점을 내줄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었다.

이브라히모비치가 최전방을 책임지던 지난 시즌, 맨유에게 아쉬웠던 것은 속도였다. 래쉬포드와 앤서니 마샬, 미키타리안 등 빠른 선수들이 다수 포진한 맨유였지만, 시원시원한 역습은 보기 어려웠다. 퍼거슨 감독 재임 시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웨인 루니, 박지성, 카를로스 테베즈 등이 보여준 다이내믹한 역습을 그리워하던 팬들에게는 아쉬운 부분이었다.

2017·2018시즌은 다를 전망이다. 전방의 루카쿠가 측면 공격수 못지않은 스피드를 갖추면서, 이전과 같은 역습 축구가 가능해졌다. 선수들 간의 호흡이 더 좋아진다면, 과거의 명성 못지않은 다이내믹한 축구도 기대된다. 활동량과 압박, 커팅 능력이 좋은 에레라와 중원 사령관 포그바의 존재도, 새 시즌 맨유 축구에 기대를 더한다. 

기대를 모으는 맨유의 새 시즌

수많은 선수가 교체된 후반전 역시, 맨유의 분위기는 이어졌다. 후반 5분, 래쉬포드의 측면 돌파에 이은 순간적인 장거리 슈팅이 맨시티의 골문을 위협했고, 루카쿠의 중거리 슈팅은 골대를 때렸다. 포그바는 춤을 추는 듯한 개인기를 선보이며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팬들의 박수갈채도 받았다.

2-0 맨유의 완승. 프리시즌 경기이고, 맨시티가 새 시즌 대비 첫 90분 경기를 치렀다는 것을 고려하면, 승리에는 큰 의미가 없다. 그러나 무리뉴 감독의 2년 차 시즌에 대한 기대는 확실히 커지게 됐다. 

이브라히모비치가 떠났지만, 세계 최정상급 스트라이커로 성장한 루카쿠가 합류했다. EPL 데뷔 시즌, 잦은 부상으로 인해 절반의 성공을 거둔 미키타리안도 몸 상태가 좋다. 프리시즌 3경기에서 발전된 기량을 뽐내고 있는 린가르드도 기대를 모으고, 특급 재능 래쉬포드는 말할 것도 없다. 마샬과 후안 마타 등도 선발로 나서기에 부족함이 없는 선수들이다. 

지난 시즌 극적으로 UEFA 챔피언스리그 복귀 티켓을 거머쥔 맨유. 완성된 모습을 기대하게 만드는 프리시즌 행보. 2017·2018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개막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맨유VS맨시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