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 3집 모두 밀리언셀러 달성, 4년 연속 가요 대상 수상. 하루 하루 전설의 새로운 페이지를 쓰고 있는 그룹 엑소가 네 번째 정규 음반으로 돌아왔습니다. 명성답게 각 멤버별 티저와 안무 티저를 포함 티저 영상만 아홉 개가 발표됐죠. 처음 공개된 카이의 헤어스타일에서 신곡이 레게의 영향을 받은 곡일 것이란 사실이 밝혀졌고요.

 엑소 <ko ko bop> 이미지 사진.

엑소 이미지 사진. ⓒ sm ent.


그러나 공개된 곡은 단순한 레게가 아니었습니다. 레게 기타가 사용되긴 하지만 그것보다 큰 비중으로 다른 창법과 다른 악기가 등장합니다. 멤버들의 가창을 강조하는 부분에선 레게 대신 베이스가 사용되고, 곡의 절정부에는 레게가 빠지고 전자음이 사용되는 식이죠. 여기에 영미권 어린이들에겐 '꼬마야 꼬마야' 정도 되는 동요인 'Down Down Baby'의 흔적을 두 스푼 정도 올리고, 이 위로 '라차타'처럼 큰 의미는 없지만 곡에 생기를 주는 'ko ko bop'이라는 가사가 올라갑니다.

결국 곡은 무국적의 것이 됩니다. 레게였다가, 일렉트로닉이었다, 이름도 모를 악기가 댄스브레이크에 등장하더니, 가끔 동요도 들리고, 가사의 의미는 알 수가 없죠. 그러면서도 어찌어찌 채워진 3분 여의 러닝타임은 그러나 조금도 어수선하지 않습니다. 난장 속에서도 중심이 잡혀 있어요. 멤버들이 뛰어다니듯이 안무를 했던 '으르렁'에 비하면 아주 느린 템포의 곡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은 쉴 틈이 없습니다.

일각의 오해와 달리, 케이팝 팬들은 한국 가요가 '우리 가락'이어서 좋아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케이팝의 무국적성을 사랑하죠. 우리 민족의 얼과 흥 때문이라기보다는, 동양인 외모를 한 이들이 귀에 익은 팝 사운드와 현란한 안무를 완벽하게 구현해내는 데서 나오는 묘한 이질감이 호기심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호기심에 입문했다가 나중엔 예술성에 매료돼 케이팝 아티스트들을 발굴해 나서는 경우가 대다수죠.

그런 면에서 엑소의 '코코밥'은 이 이질감을 사랑했던 오래된 케이팝 팬들에게 잊었던 자극을 다시 찾아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실험을 멈추고 안전한 노선을 택하는 아티스트들이 대세를 이루었던 근래 케이팝 시장에도 적잖은 활기가 될 것으로 보이고요. 어렸을 적 'Down Down Baby'를 불렀던 이들에게도, 레게나 베이스 음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도, 케이팝 팬들에게도 곡은 익숙하면서도 낯설 것입니다.

저는 이런 종류의 '낯선 것' 참 좋습니다. 안전한 길이 정해져있음에도 엑소는 낯선 길을 택했고 'ko ko bop'을 비롯 신곡으로만 9곡을 채운 정규 4집의 모든 트랙은 그 '도전'의 결과물입니다. 익숙하진 않겠지만 레게, 일렉, 베이스 등으로 곡을 쪼개지 않고 흐르는 대로 듣다보면 어느덧 장르도 국적도 모호하지만 그 자체로 꽤나 들어줄만 한 노래 한 곡이 여러분의 귀에 들리기 시작할 것입니다. 낯선 도전이 관객의 내면에 '받아들여지는' 순간입니다. 팬과 아티스트의 교감인 것이죠.

앨범은 선주문량만 80만 장으로 역대 기록을 또 갈아치울 기세라고 전해집니다. 무엇이 엑소를 이토록 거대하게 만드는 것일까요? 어쩌면, 이런 낯선 길로의 전진이 이들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요.

엑소 EX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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