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회 BIFAN ①] 꼭 봐야 할, 보고 싶은 BIFAN 상영작들

다큐멘터리 <자백>과 <위로공단>을 잇는 BIFAN의 선택  

 <자백> 최승호 감독의 신작 <공범자들>에 등장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

<자백> 최승호 감독의 신작 <공범자들>에 등장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 ⓒ BIFAN


작년 전주국제영화제 화제작인 <자백>은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며 새삼 주목받았던 작품이다. 국정원의 간첩조작 사건의 과거와 현재를 그린 이 작품에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영화 속에서 남다른 활약(?)을 보인바 있다. <자백> 최승호 감독의 신작 다큐멘터리 <공범자들>은 겨냥하는 대상도, 사이즈도 확연히 다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앞에 선 <뉴스타파> 최승호 감독은 "언론이 제대로 질문을 못하면 나라가 망해요"라고 일갈한다. <공범자들>은 이 MB를 필두로 김재철 전 MBC 사장 등 이른바 '언론적폐', '언론부역자'라 불리는 이들의 진면목을 낱낱이 까발리는 다큐다. BIFAN은 "10년의 세월 동안 완전히 달라져버린 한국 공영방송의 지난 시간과 그 주범들을 자료화면과 관련 인터뷰를 통해 고발하는 강렬한 다큐멘터리"라고 소개한다. 

 <위로공단>의 임흥순 감독의 신작 <려행>의 스틸 컷.

<위로공단>의 임흥순 감독의 신작 <려행>의 스틸 컷. ⓒ BIFAN


'2016년의 다큐'가 <자백>이었다면, 2015년을 장식했던 한국 다큐멘터리는 바로 <위로공단>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위로공단>의 임흥순 감독의 신작 <려행>이 '코리안 판타스틱' 섹션에 초청됐다. 한국 최초로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에서 은사자장을 수상했던 <위로공단>이 과거와 현재, 해외의 여성 (공장) 노동자들의 삶과 목소리를 독특한 미술적인 감각으로 승화시킨 다큐멘터리였다면, 신작 <려행>은 탈북 여성들에게 카메라를 가져갔다.

전작을 통해 한국 다큐의 지형도 속에서 아주 이례적인 미학적 시도를 선보였던 임흥순 감독은 <려행> 역시 탈북 여성들의 과거와 현재의 여정을 픽션과 다큐멘터리, 판타지가 뒤섞인 독특한 형식으로 그린 시적 다큐멘터리로 부천을 찾았다. 한국의 아픈 역사로 인해 정신적, 육체적 외상을 입은 여성들을 위로하는 <려행>은 모은영 프로그래머의 추천작이기도 하다.

전도연과 악녀들, 페미니즘에 접속한 BIFAN 

 전도연 특별전 '전도연에 접속하다' 포스터.

전도연 특별전 '전도연에 접속하다' 포스터. ⓒ BIFAN


1997년 BIFAN에 소개되고 그해 가을 개봉해 신드롬을 일으켰던 영화 <접속>. 그 이후 전도연은 20년 간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로 사랑 받아왔다. 그 전도연의 전작 17편을 상영하고, 기념 책자와 특별 전시를 마련하고, 다채로운 스페셜토크를 진행하는 특별전 '전도연에 접속하다'는 21회 BIFAN이 한국영화와 전도연이란 대표 여성 배우에게 바치는 헌사와도 같다.

<밀양>의 이창동 감독도, <무뢰한>의 오승욱 감독도, <해피엔드>의 정지우 감독도 이 전도연을 위해 기꺼이 올해 BIFAN에 참여한다. 그렇게 20년간 17편의 '전도연 영화'를 보는 일은 1990년대 이후 한국의 시대상과 한국영화사, 한국영화계에서의 여성 배우의 위치와 역할을 고루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 되어줄 것이다.

 특별전 '무서운 여자들: 괴물 혹은 악녀' 중 한 편인 <여죄수 사소리1 - 701호 여죄수 사소리>의 스틸 컷.

특별전 '무서운 여자들: 괴물 혹은 악녀' 중 한 편인 <여죄수 사소리1 - 701호 여죄수 사소리>의 스틸 컷. ⓒ BIFAN


이러한 여성과 영화 속 여성에 대한 고찰은 또 있다. 올 BIFAN은 특별전 '무서운 여자들: 괴물 혹은 악녀'를 통해 9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모두 여성을 흔하디 흔하게 이차적인 공포의 대상이나 거세된 남성으로서 그린 것이 아니라 여성성 자체가 공포의 주요한 본질적 요소로 그려진 진짜 '무서운 여자들'을 재현한 걸작들을 엄선했다.

이미 브라이언 드 팔마의 초기 걸작인 <캐리>를 떠올리는 관객들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 한심한 남자들에게 여자들이 '펀치'를 날리는 타란티노의 <데스프루프>나 추격스릴러의 교과서인 <글로리아>, 노진수 감독이 경배를 바친 과거 BIFAN 화제작이었던 미이케 다카시의 <글로리아>는 어떠한가. 페미니즘이 환영받고 중시되는 시대상을 반영한 BIFAN의 적절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성룡부터 홍기선까지, BIFAN의 넓은 장르의 바다

 성룡의 신작 중 한 편인 <철도비호>도 올 BIFAN에서 상영된다.

성룡의 신작 중 한 편인 <철도비호>도 올 BIFAN에서 상영된다. ⓒ BIFAN


성룡의 영화는 이제 '올드'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올해로 그의 나이 63세다. 하지만 '성룡영화'는 여전히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인기 '장르'다. 그는 최근 <쿵푸요가>로 중국 역대 박스오피스 5위를 기록했다. <007 카지노로열>의 마틴 캠벨이 연출한 신작 <포리너>에서는 딸의 복수를 위해 피도 눈물도 없이 동분서주하는 <테이큰> 속 리암 니슨을 연상시키는 '액션 아버지' 역할로 변신을 꾀했다.

여전히 '열일'하는 성룡의 신작 <철도비호>도 이번 BIFAN에 상영된다. 김봉석 프로그래머는 "과거의 성룡 액션을 보는 것 같은 아기자기함이 있었고, <대병소장>과 <폴리스 스토리 2014>를 연출했던 딩셩의 능숙한 연출이 돋보였다"는 호평으로 기대를 높였다.

특히나 김 프로그래머의 "다음 날 봤던 <쿵푸 요가>에 비하면 천지차이"라는 단평은 성룡을 추억하는 팬이라면 지나칠 수 없는 팁이라 할 만하다. <프로젝트A>나 <폴리스 스토리> 시절의 성룡 팬이라면 유투브에 뜬 트레일러를 감상하는 것만으로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홍기선 감독의 유작 <일급비밀>이 올해 BIFAN 특별전을 통해 최초 공개된다.

홍기선 감독의 유작 <일급비밀>이 올해 BIFAN 특별전을 통해 최초 공개된다. ⓒ BIFAN


올해 BIFAN은 사려 깊게도 작년 12월 <일급기밀>의 촬영을 마치고 3일 뒤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홍기선 감독을 기리는 특별전 '현실을 넘어선 영화 : 홍기선'도 마련했다. 한국영화사와 독립영화사에 잊을 수 없는 업적을 남긴 고 홍기선 감독의 자취를 살피고자 80년대 독립영화의 상징적인 작품 <파랑새>를 비롯 7편의 장단편을 상영한다. <파랑새>는 특히 한국영상자료원과 공동주최로 <수리세>와 함께 최초로 8mm 원본 필름을 2K 디지털 리마스터링한 버전이다.

이밖에 노예선을 탈출하는 선원들을 그린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 45년을 감옥에서 보낸 비전향 최장기수 김선명의 실화를 다룬 <선택>, 이태원 햄버거 가게 살인사건을 극화한 <이태원 살인사건>과 함께 유작이 된 <일급기밀>이 상영된다.

홍기선 감독의 네 번째 장편이자 마지막 작품인 <일급비밀>은 실제 방산산업 비리 사건을 모티브로 삼아 기획단계부터 화제가 됐고, 그의 유지를 받든 동료영화인들에 의해 완성됐다. '올드'한 성룡부터 고인이 된 홍기선 감독까지. 이번 BIFAN에서 만날 수 있는 영화인의 폭과  장르의 바다가 이렇게 깊고 넓다.

BIF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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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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