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니 픽쳐스


그동안 판권 문제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기자 주: 마블 코믹스의 만화 작품에 기반을 두고, 마블 스튜디오가 제작하는 슈퍼히어로 영화를 중심으로 드라마, 만화, 기타 단편 작품을 공유하는 가상 세계관이자 미디어 프랜차이즈, 아래 MCU)에 합류하지 못했던 스파이더맨. 소니 픽처스와 마블 스튜디오가 타협점을 찾으면서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 참전하자 영화팬들은 열광했다.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MCU가 내놓은 첫 스파이더맨 솔로 영화다.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2002)부터 마크 웹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2014)까지 스파이더맨 영화가 5편이나 나온 상황에서 마블은 새로운 걸 보여줄 수 있을까? 연출을 맡은 존 왓츠 감독은 매거진M과 인터뷰에서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 스파이더맨을 투입할 때 어떤 과거 이야기도 다루지 않았다"며 "MCU에 등장한 뉴 페이스, 열다섯 살 히어로가 가진 독특한 성격 등 과감한 설정을 먼저 시도해준 뒤라 나는 그 안에서 편안하게 영화를 만들기만 하면 됐다"라고 설명한다. 과거 스파이더맨 영화와 다른 점에 대해선 "뭐든지 새로운 요소가 있으면 집어넣으려고 했고, 기존 시리즈와 친숙한 요소는 피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진지함과 가벼움의 훌륭한 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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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홈커밍>은 피터 파커(톰 홀랜드 분)의 연령을 15세로 낮추었다. 토비 맥과이어가 셰익스피어 적인 태도로 힘을 고민하고, 앤드류 가필드가 유머가 없는 태도를 보여주었다면,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은 천진난만함과 유머로 빚어졌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가 정치 스릴러, <앤트맨>이 첩보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스페이스 오페라, <시빌 워>가 심리 스릴러, <닥터 스트레인지>가 판타지 영화였다면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청춘 영화이자 성장 영화를 표방한다. 스파이더맨은 '어벤저스'의 일원으로 곧바로 활약하고 싶건만 도리어 핏덩이 취급을 받고 악당들에게도 어설프다는 소릴 듣는 처지다.

청춘의 기운 맞은편엔 슈퍼히어로의 무게감이 위치한다. 그간 스파이더맨 영화의 주제였던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새로운 각도로 조명되었다. 영화는 <시빌 워> 이후에 평범한 고등학생과 슈퍼히어로 사이란 애매한 위치에 놓인 소년을 주인공으로 삼아 발랄함과 진중함, 드라마와 코미디를 적당한 비율로 섞어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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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슈트는 가장 큰 볼거리다. 토니 스타크가 피터 파커에게 선물한 최첨단 슈트는 기존 스파이더맨 슈트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기능으로 가득하다. 특히 슈트에 탑재된 인공지능 캐런(제니퍼 코넬리 목소리)은 상황에 맞는 조언 외에 인생 상담까지 하며 의외의 웃음을 준다.

슈트는 성장의 장치로도 기능한다. 슈트의 힘에 의존하는 피터에게 토니는 "슈트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더욱 가져선 안 된다"라고 말한다. 슈트가 스파이더맨이 아닌, 자신이 스파이더맨이란 사실을 깨닫는 과정엔 <아이언맨 3>에서 "내가 아이언맨인가, 슈트가 아이언맨인가?"란 고민을 겪었던 토니 스타크가 겹쳐진다. 정체성의 혼란을 겪은 바 있는 토니 스타크는 피터 파커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려고 노력한다.

본가로 돌아온 스파이더맨

영화의 부제 '홈커밍'은 MCU에 합류한 스파이더맨을 환영한다는 의미를 담는다. 마블은 고향으로 돌아온 스파이더맨을 위해 다양한 환영사를 준비했다. <시빌 워> 이후 시간대를 다루며 2018년 개봉 예정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예고하는 듯한 설정을 곳곳에 깔아주었다.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를 보여주는 장면엔 갈등을 해소하고 응어리가 녹아가는 느낌이 깃들어 있다. 존 왓츠 감독은 MCU와 연결점을 찾을 수 있는 여러 장치를 숨겨두었다고 귀띔한다. 숨겨진 설정을 찾는 건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재미 중 하나다.

'홈커밍 파티'는 미국의 고등학생들이 즐기는 축제다. 부제 '홈커밍'은 청소년에서 어른으로 나아가는 청춘을 상징한다. 또한, 영화에서 '홈커밍 파티'는 선택의 중요한 분기점으로 등장한다. 불안함, 건방짐, 자유로움, 복잡함, 어색함이 공존하는 열혈 청춘 피터 파커를 USA투데이의 브라이언 트루잇은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마법은 어벤저스보다 존 휴즈의 영화에 더 많이 속한다"라고 평가했다. <조찬클럽><내 사랑 컬리수><나 홀로 집에> 같은 존 휴즈의 색채가 영화에 녹아있음을 주목한 것이다.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거미줄로 도시를 누비고 거미처럼 빠르게 벽을 타는 능력으로 재미를 안겨준다. 현란한 활강 액션도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워싱턴 기념탑, 여객선, 비행기 등 다양한 배경에서 펼쳐지는 스파이더맨의 액션은 한여름의 더위쯤은 시원하게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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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왓츠 감독은 호러물 <클라운>(2014), 스릴러물 <캅 카>(2015)를 연출한 바 있다. 전작들은 저예산으로 만들어졌고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마블 스튜디오의 탄탄한 지원을 받은 초대형 블록버스터다. 다른 규모와 장르이나 유사성도 엿보인다. <클라운>은 저주받은 광대 옷을 입은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캅 카>는 부패한 경찰의 차를 훔친 소년들이 나온다. 복장에 잠식당하는 남자와 겁 없는 소년들이 부닥치는 위기는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설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빌 워>를 연출한 루소 형제는 "존 왓츠 감독은 미친 재능을 갖고 있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존 왓츠 감독의 전작에서 스파이더맨의 미래를 발견한 마블 스튜디오의 케빈 파이기 프로듀서의 안목이 놀랍다. 청춘 영화란 새 지평을 열고 지금껏 만나지 못한 스파이더맨이 등장하는 <스파이더맨: 홈커밍>을 보며 할리우드, 나아가 전 세계 영화 시장을 호령하는 MCU의 힘을 새삼 느꼈다. 누군가 내게 지금 가장 중요한 영화인을 묻는다면 말하겠다, 내 대답은 케빈 파이기다.

스파이더맨 홈커밍 존 왓츠 톰 홀랜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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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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