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연기를 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감사하는 마음이에요."

"오랫동안 연기를 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감사하는 마음이에요." ⓒ 김광섭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출근 준비로 전쟁을 치른다.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나왔는데도 지하철에는 사람들이 빽빽하다. 회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진이 다 빠졌다. 업무는 해도 해도 이상하게 늘어만 간다. 퇴근 시간. 오늘은 꼭 '칼퇴'를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어김없이 오늘도 나와의 약속을 어긴다. 퇴근길 지하철엔 여전히 자리가 없다.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집에 도착한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낫겠지?

삼십. 이젠 떫지도 그렇다고 무르익지도 않은 어중간한 나이다. '너도 크면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다'는 부모님의 말씀은 그 순간 때 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한 사탕발림이었을까. 점점 나이가 들수록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것이 많아지는 것을 보면 그런 것 같다. 몸은 커 가는데 마음은 점점 작아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떤 일을 시작할 때 더 많이 계산하고, 더 적극적으로 망설인다.

그럴 때 한 번쯤 보면 좋은 드라마가 있다. 최근 방영을 마친 웹드라마 <오구실>이다. 배우 '이채은'이 연기한 오구실은 평범한 일상을 사는 30대 직장 여성이다. 업무 때문에 고민하고, 사랑 앞에서 망설이고, 삶의 문제들을 씩씩하게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 많은 시청자에게 잔잔한 울림을 준다.

"어떤 일에든, 생각이 너무 많진 않았으면 합니다. 앞서 고민하고, 앞서 계산하느라, 지금의 좋은 것들 놓쳐버리면 그거 너무 아깝잖아요." - <오구실> 대사 중에서

지난 12일 종로 북촌의 한 카페에서 배우 이채은 씨를 만나 극 중 오구실과 그녀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내 성격이 묻어나는 연기

 "많은 사람이 오구실과 같은 삶을 살아요. 오구실이 삶에서 느끼는 감정과 하는 행동들을 보고 사람들이 많은 공감과 위로를 받는 것 같아요."

"많은 사람이 오구실과 같은 삶을 살아요. 오구실이 삶에서 느끼는 감정과 하는 행동들을 보고 사람들이 많은 공감과 위로를 받는 것 같아요." ⓒ 김광섭


- <오구실> 시즌3이 끝났는데, 소감이 어떤가요?
"한 달 동안 12개의 에피소드 촬영을 마쳤어요. 거의 영화 촬영하듯이 찍은 것 같아요. 짧은 기간에 무사히 촬영이 마무리되어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요. <오구실> 시즌3 촬영을 끝내고 나니 전보다 많은 사람이 공감해주시고 알아봐 주시는 것 같아요."

- 촬영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촬영 감독님, 작가님 등 여러 제작진분이 정말 편하게 '오구실'을 연기 할 수 있도록 많이 배려해주셨어요. 그래서 저 자신도 '오구실'이라는 캐릭터에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오구실과 실제로 성격은 비슷한 편인가요?
"오구실 캐릭터에는 원래 제 성격이 많이 묻어있어요. 그런데 오구실은 극 중에서 손재주도 많고 요리도 잘하고 아기자기한 여성스러운 면이 많은데, 저는 많이 털털하고 실수도 많이 하고 덤벙거릴 때가 많아요. 그래서 오구실을 보면서 삶을 대하는 자세나 살아가는 방식 같은 것들을 많이 배운 것 같아요."

- 기존 드라마와 웹 드라마의 차이점이 있다면?
"드라마든 웹 드라마든 똑같은 작품이기 때문에 연기할 때 큰 차이는 없었어요. 단지 작품이 방영되는 매체의 종류에 따라 관객들의 반응이 조금 다른 것 같아요."

- 예를 든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보통 스마트 폰으로 웹 드라마를 많이 보세요. 웹드라마는 스마트 폰으로 언제든지 손안에서 볼 수 있으므로, 사람들이 오구실에 더 깊이 감정이입을 하는 것 같고, 실제 주변에 동네 언니나 누나처럼 친근하게 바라보시는 것 같아요. 새로운 에피소드가 방영될 때마다 실시간으로 댓글도 달아주셔서 사람들과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소통하는 느낌도 있었고요."

- 오구실 촬영하실 때 대본에 100% 충실한 편인가요?
"애드리브 같은 경우에는 촬영 현장에서 미리 합의되면 하는 편인데 저는 거의 100% 대본에 충실히 하려고 했어요."

- 많은 사람이 <오구실> 시즌3 결말을 궁금해해요.
"오구실 유료 버전에 보면 오구실은 공대리와 장세원 두 남자 모두에게 고백을 받아요. 봄을 맞이한 오구실이 카페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곧 어떤 남자가 카페 문을 열고 들어오죠. 오구실이 반갑게 인사를 하는데 그게 공대리인지 세원 선생인지 얼굴은 가려져 있어요. 작가님께서 누군지 공개하는 거로 글을 쓰셨는데, 촬영하면서 숨기기로 하셨어요. 시즌4가 나온다면 아마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 실제로는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나요?
"공대리같은 사람이 좋아요. 저는 확신을 주는 유형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오구실도 겁이 많아서 세원이가 충분히 좋아하는 감정을 보여주지만 스스로 혼자만의 착각이면 어쩌나 걱정하는 장면이 나와요. 그런 오구실의 모습이 저와 닮은 것 같아요. 저도 시간이 지날수록 알 듯 말 듯 하게 표현하는 것보다는 '돌직구' 스타일로 확실하게 다가와 주는 사람이 좋은 것 같아요."

부모님의 지지 그리고 연기의 꿈

 "작품을 고를 때는 작품이 주는 메시지를 먼저 봐요."

"작품을 고를 때는 작품이 주는 메시지를 먼저 봐요." ⓒ 김광섭


-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중학교 때부터 배우가 꿈이었어요. 엄마가 저를 동시상영 극장에 많이 데려가셨는데, 그때 스크린에 나오는 배우들을 동경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때는 배우라는 직업이 있는 줄도 몰랐고,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도 몰랐죠. 단지 나도 저 스크린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이 시간이 지날수록 확고해졌어요. 그래서 한양대 연극 영화과에 진학했어요."

-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나요?
"집안 분위기가 자유로운 편이었어요. 부모님께서는 하고 싶다면 해보라고 하셨는데, 그때는 제가 조금 하다가 그만두겠지라는 생각을 하셨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이 길을 고집하니깐 나중엔 지지를 해주셨어요."

-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있나요?
"제일 크게 보는 건 작품 전체의 메시지에요. 이 작품이 사람들에게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를 주로 봐요. 왜냐면 작품을 연기하는 나도 그 메시지의 일부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먼저 제가 그 작품이 주는 메시지에 동의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먼저 판단해요. 그리고 저에게 흥미가 있고 재미있는지, 잘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인지를 봐요."

- <오구실>이 주는 메시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공감과 위로라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이 오구실과 같은 삶을 살아가고, 오구실이 삶에서 겪는 일들을 우리도 다 겪어요. 그래서 오구실이 삶에서 느끼는 감정과 취하는 행동들을 보고 사람들이 많은 공감과 위로를 받는 것 같아요."

- 연기에 영향을 줬던 인물이 있나요?
"특정한 인물이 있다기보다는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 연기를 오랫동안 꾸준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인 무엇인가요?
"감사하는 마음이에요. 제가 연기의 길을 선택한 것도 그리고 매번 새로운 작품을 할 수 있는 것도 다 감사해요. 이 마음 때문에 당장 힘들어도 꿋꿋하게 버틸 수 있는 것 같아요."

- 준비 중인 작품이 있다면?
"칠순 할아버지들의 삶을 다룬 청춘 가족영화 <비밥바룰라>라는 영화가 있어요. 가족을 위해 살아온 아버지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따뜻한 작품인데 이제 곧 개봉을 앞두고 있어요."

- 촬영이 없는 날엔 무얼 하면서 쉬나요?
"친구들과 영화를 보러 가거나 맛집을 찾아다녀요. 촬영 때문에 못 만났던 사람들도 그때 다 만나서 못했던 이야기도 하면서 소소하게 시간을 보내요."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 김광섭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 7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