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승보증수표' 헥터 노에시(기아 타이거즈)의 기세가 식을 줄을 모르고 있다. 헥터는 28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하여 7이닝 8피안타 무사사구 9탈삼진 3실점의 역투로 팀의 13-4 완승을 이끌었다.

다승 선두를 달리고 있는 헥터의 올시즌 개인 12승(무패)째. 지난 시즌부터 이어오고 있는 17경기 연속 무패 행진도 지켜냈다. 탈삼진도 올시즌 자신의 한경기 최다 기록을 다시 썼다.

헥터는 지난 등판이었던 21일 두산전에서 비록 타선 덕분에 승리투수가 되기는 했지만 5이닝간 무려 13피안타를 허용하며 시즌 최다인 6실점으로 매우 부진한 모습으로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일주일만에 마운드에 오른 헥터는 이날도 기아 타선이 초반부터 활발하게 터져주며 부담을 덜수 있었다. 3회 말을 앞두고 우천으로 경기가 한 시간 가까이 중단되는 변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경기 재개 이후 집중력을 회복한 모습을 보이며 안정감있는 피칭을 이어갔다.

헥터의 진정한 강점은 꾸준함이다. 이날까지 총 15차례의 선발등판에서 13번이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이 부문 선두에 올라있다. 다승 1위, 최다 이닝(104.2이닝) 2위, 평균자책(2.92)은 4위다. 개막 이후 지금껏 로테이션을 거르지않고 경기당 평균 7이닝(6.97)을 꾸준히 책임져주고 있다.

헥터가 올시즌 최소한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내려온 경기는 단 한번도 없다. 그나마 지난 21일 두산전(5이닝) 한 경기를 제외하면 모두 기본 6이닝 이상을 채웠다. 7이닝 이상을 던진 것이 11차례, 여기서 2실점 이하로 막아낸 퀄리티스타트 플러스 경기도 7차례였다. KBO리그가 몇 년간 타고투저 현상이 극심한 상황이고, 올시즌도 중반에 이르면서 타자들의 불방망이에 리그 평균자책점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헥터의 꾸준함은 더 빛난다.

범위를 지난 시즌까지 넓히면 더욱 대단하다. 헥터는 KBO 데뷔 첫해였던 2016시즌부터 15승 5패 자책점 3.40, 총 206.1이닝, 23회의 QS를 기록하며 순조롭게 한국무대에 연착륙한바 있다. 올시즌을 포함하여 46경기에서 벌써 27승을 거두는 동안 패배는 5번뿐이었고 무려 311이닝과 34회의 퀄리티스타트를 책임졌다. 헥터가 KBO무대에 데뷔한 이후 1년 반 동안 그보다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한 투수는 아무도 없다.

헥터가 5이닝 이상 소화하지 못했던 것은 단 두 경기뿐이었다. 모두 첫해였던 2016시즌 4월 21일 삼성전(4.1이닝 8실점)과 9월 23일 NC전 (3이닝 4실점)이었고 이후로는 1년 가까이 조기강판 경기가 없다. 지난해 10월 2일 광주 kt전부터 시작된 무패행진은 17경기 연속-승리한 경기만 놓고보면 13연승으로 이는 역대 선발 연승 공동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개막 6연승을 달라다가 5월 중순 3연속 노 디시전 경기로 주춤하기도 했으나 이후 최근 6경기에서 승리를 쓸어담으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승은 투수 혼자 힘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헥터 이전에 기아의 에이스로 군림했던 윤석민이나 양현종은 호투에 비하여 유독 승운이 따르지 않는 경기도 많아서 '불쌍한 에이스'라는 동정을 받기도 했다. 그에 비하면 헥터는 여러모로 운과 시기를 잘 만난 에이스다.

특히 올시즌 기아가 최형우의 영입 등으로 타선의 전력이 급상승하면서 헥터가 그만큼 많은 수혜를 입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21일 두산전을 비롯하여 5월 25일 한화전(7.2이닝 4실점)등 퀄리티스타트에 실패한 경기에서 타선의 분발로 무난히 승리를 챙길수 있었다. 물론 대부분의 경기에서 헥터는 자력으로 승리투수 자격이 충분한 호투를 펼쳐보였다. 헥터의 등판 경기에서 기아의 승리 확률은 무려 84%에 이른다. 투수에게 좋은 구위와 내용만큼이나 결과적으로 '승리의 기운'이 따른다는 것은, 팀 전체적으로도 에이스의 등판마다 심리적 자신감을 안겨줄 수 있는 대목이다.

헥터는 내친김에 타이거즈 프랜차이즈와 역대 KBO 외국인 투수를 통틀어 최다 연승 기록도 갈아치울 기세다. 타이거즈 선발투수로 최다연승 기록은 해태 시절이던 1995-96년 두 시즌에 걸쳐  조계현의 선발 12연승으로 이날 헥터에 의해 경신됐다. 구원승까지 포함하면 선동열이 91년과 93년 총 2번에 걸쳐 기록한 13연승이다. 헥터가 다음 등판에서도 승리를 이어간다면 타이거즈의 역사를 새롭게 쓰게 된다. 또한 역대 외국인 선수 최다 연승 기록인 2014년 앤디 밴헤켄(넥센)의 14연승에도 불과 1승 차이로 근접했다.

참고로 KBO리그 선발 최다 연승은 정민태(현대)가 2000년부터 2003년까지(일본 진출로 인한 KBO 공백기 포함) 이어간 21연승이며, 구원승을 포함하면 1982년 박철순(OB)이 기록한 22연승이 최고 기록이다.

아직은 거리가 있지만 헥터의 최근 기세나 기아의 전력을 감안하면 불가능한 도전도 아니다. 또한 헥터는 지금의 페이스라면 무난히 지난 시즌의 15승을 뛰어넘어 20승까지도 충분히 노려볼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불패의 부적이 된 헥터의 기세는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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