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완 딱 한 명밖에 기록하지 못한 한 경기 4연타석 홈런, 로사리오가 역대 두 번째 주인공이 됐다.

로사리오 ⓒ 한화 이글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외국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가 연일 맹타를 터뜨리며 팀의 연승 행진에 선봉장 역할을 해내고 있다. 한화는 20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로사리오의 결승타에 힘입어 6-5로 승리를 거뒀다. 4연승을 질주한 한화는 시즌 29승 38패로 중위권 도약의 희망을 이어갔다.

최근 로사리오의 기세는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타율 .332(전체 11위) 홈런 17개(3위), 타점 52개(3위) OPS 1.045(4위)로 타격 부문 상위권에 두루 이름을 올리고 있다. KBO 데뷔 첫해였던 지난 2016 시즌( .321, 33홈런 120타점 OPS .961)을 웃도는 페이스다.

6월만 놓고보면 15경기에서 타율 .390(59타수 23안타) 8홈런 21타점을 기록하며 한화의 공격을 혼자 먹여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홈런은 한화의 연승이 시작된 지난주 KT와의 3연전에서만 몰아친 기록이다. 이는 KBO리그 '단일 3연전 개인 최다 홈런' 신기록이기도 하다.

로사리오는 지난 5월23일 대전 기아전에서 9호 홈런을 터뜨린 무려 23일간 18경기 연속으로 홈런을 추가하지못하며 '아홉수'에 시달리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로사리오는 16일 경기에서만 KBO 역대 3번째 한 경기 4홈런을 몰아친 것을 시작으로 17일 1개, 18일 3개의 홈런을 더 추가하며 대기록을 완성했다. 이 기간 타점도 14개나 한꺼번에 몰아쳤는데 한화가 뽑아내는 총득점(37점)의 약 38%에 이르는 지분을 로사리오 혼자 책임진 셈이다.

로사리오의 활약은 넥센전에서도 계속됐다. 비록 홈런은 없었지만 이날도 승부처에서 결정적인 한 방을 터뜨려준 해결사는 로사리오였다. 초반 5점차 리드를 지키지못하고 넥센의 반격에 동점을 허용하며 5-5로 팽팽하게 맞선 7회말 2사 1, 2루에서 로사리오는 이날 자신의 유일한 안타를 좌전 적시타로 터뜨리며 팀을 다시 앞서나가게했다.  이후 불펜진이 넥센 타선에게 추가  점수를 내주지 않으며 로사리오의 한 방이 이날의 결승점이 됐다.

한화 입장에서 로사리오의 활약이 더욱 고무적인 것은 주포 김태균이 14일 사구로 인한 부상 이후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은 한화의 타선 역화를 우려했다. 심지어 이날 넥센전을 앞두고서는 송광민마저도 갑작스럽게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하지만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오히려 한화는 부진하던 타격이 살아나며 연승행진을 내달렸다. 부특히 로사리오의 부활이 결정적이었다. 부진했던 기간동안에는 유독 땅볼이 많이 나와 고생했던 로사리오지만 최근 경기에서는 다시 장타가 부쩍 늘었다는 것은 타격감을 잡았다는 의미다. 로사리오가 중심을 잡아주면서 자연히 상하위 타선에도 시너지 효과가 더해졌다.4연승 기간동안 한화는 58안타 15홈런을 뽑아냈으며 경기당 10.75점을 뽑아냈다. 2000년대 초반 전성기 이후 오랜만에 화끈한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메이저리그 풀타임 주전 출신의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로사리오는 이미 KBO에서도 지난해 댄 로마이어의 기록을 뛰어넘어 한화 역대 외국인 타자 최다타점 기록을 갈아치웠고, 한화 타자로서는 6년만에 30홈런을 돌파하는 등 눈부신 맹활약으로 이름값이 헛되지않았음을 증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사리오가 올시즌에도 작년만큼의 활약을 이어갈수 있을지는 평가가 엇갈렸다. KBO 투수들도 로사리오에 대하여 분석을 마치면서 이미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약점을 노출했다는 평가도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로사리오는 4월까지 타율 2할6푼9리 5홈런 12타점으로 출발이 다소 부진했고 한때 2군까지 다녀와야했다. 메이저리그 스타일과는 전혀 다른 김성근 전 감독의 지도방식과 훈련량에 적응하느라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로사리오의 최대 강점은 낙천적인 성격과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에 있다. 메이저리거 출신이라는 자부심과 우월감이 지나쳐 적응에 애를 먹는 외국인 선수들과 달리, KBO 스타일을 존중하고 국내 코치들의 지시와 조언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보여준 덕에 슬럼프를 탈출할수 있었던 비결로 꼽힌다. 로사리오는 외국인 선수임에도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자처할만큼 팀동료들과 잘 융화되는 모습으로 팀분위기에도 기여했다. 한동안 팀과 개인의 부진이 겹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던 로사리오지만 최근 상승세를  타면서 덕아웃에서 밝게 웃고있는 표정을 볼수 있는 장면이 잦아졌다.

로사리오가 지금의 페이스라면 올해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등극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현재 3할-30홈런-100타점 기록에 도전할만한 페이스를 지닌 외인 타자는 로사리오 뿐이다. 강력한 외인 경쟁자인 스크럭스(NC, .284 17홈런 49타점)과 에반스(두산 .287 12홈런 38타점) 타율이 다소 떨어지고, 버나디나(기아, 306 11홈런 43타점)은 중장거리형에 더 가깝다. 로맥(SK. .230 13홈런 26타점)은 교체서수로 뒤늦게 합류하여 누적 기록에서 불리하다. 큰 부상만 없다면 에릭 테임즈가 떠난 이후 무주공산이 된 KBO 최고 외인 타자의 자리를 로사리오가 이어받기에 손색이 없다.

한화는 김태균도 조만간 선발 복귀를 앞두고 있어서 중심 타선의 시너지효과를 더욱 극대화할수 있을 전망이다. 내친김에 한화 팬들은 로사리오가 10년만의 가을야구 진출을 노리는 한화의 구세주가 돠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올시즌의 로사리오는 댄 로마이어와 제이 데이비스를 뛰어넘는  한화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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