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개막한 'FIFA(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이 치열했던 조별리그를 마쳤다. 가장 큰 관심사였던 신태용호는 '죽음의 조' 탈출에 성공하며, 2002 한일 월드컵 신화 재연에 나설 수 있게 됐다.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재능으로 평가받는 이승우와 백승호를 앞세워 16강 포르투갈전도 승리를 자신하는 만큼, 신태용호의 도전은 더 큰 기대를 불러 모으고 있다.   

신태용호 이외에도 강력한 우승 후보 프랑스와 우루과이 등이 16강 진출에 성공했고, 아시아 예선 1, 2위 팀인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도 16강 이상의 성적을 노린다. 잠비아와 미국 역시 조별리그를 조 1위로 통과하는 저력을 뽐내며, 다크호스를 넘어 우승 도전에 나선다.

이변도 있었다. U-20 월드컵 최다 우승국 아르헨티나는 잉글랜드와 한국을 넘어서지 못하면서 '죽음의 조' 탈출에 실패했다. 특히, 아르헨티나는 지난 2002 한일 월드컵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겪으며 '한국 징크스'를 이어갔다. 에콰도르와 온두라스도 16강 진출이 예상됐지만, 조별리그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전원 생존 유럽, 이대로 우승까지

유럽은 역시 세계 축구의 중심이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5개 팀 모두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전차 군단' 독일이 조 3위 와일드카드로 힘겹게 16강 진출에 성공한 것을 제외하면, 큰 위기가 없었다.

 지난 25일 천안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7 U-20 월드컵 조별리그 E조 베트남과 프랑스의 경기에서 프랑스 오귀스탱이 팀 두번째 골에 성공하고 동료들과 환호하고 이다.

지난 25일 천안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7 U-20 월드컵 조별리그 E조 베트남과 프랑스의 경기에서 프랑스 오귀스탱이 팀 두번째 골에 성공하고 동료들과 환호하고 이다. ⓒ 연합뉴스


가장 주목을 받은 팀은 역시 프랑스였다. 2016·2017시즌 세계 축구계를 뒤흔든 킬리안 음바페와 오스만 뎀벨레가 빠지기는 했지만, 문제가 없었다. 비교적 편안한 조(온두라스·베트남·뉴질랜드)에 속했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탄탄한 전력(9득점·무실점)을 뽐내며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특히, '에이스' 장-케빈 오귀스탱은 3골을 몰아치며, 2016 U-19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십 득점왕과 MVP(최우수선수)의 자격을 증명했다. '레전드' 릴리앙 튀랑의 아들인 마르퀴스 튀랑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아버지와 달리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는 그는 오귀스탱과 프랑스의 전방을 책임지며, 16강 진출에 힘을 보탰다.

성인은 물론 유소년 무대에서도 아쉬움만 남기던 '축구 종가' 잉글랜드가 부활했다. 잉글랜드는 첫 경기 아르헨티나전에서 막강한 결정력을 뽐내며 3-0 승리를 따냈고, 기니와 한국을 상대로도 1승 1무의 성적을 기록하며, 조 1위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잉글랜드의 조별리그 통과는 24년 만에 이룬 성과이며, 사상 처음으로 U-20 월드컵 우승에도 도전한다.

'닥공' 베네수엘라, 다크호스를 넘어 우승을 향해

조별리그 최고의 팀을 꼽으라면, 베네수엘라를 선택할 수 있다. 축구보다는 야구의 나라로 알려진 베네수엘라는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로 급부상했다. 첫 경기였던 독일전에서 2-0으로 완승을 거두더니 바누아투를 상대로는 7골을 몰아쳤다. (참고로 바누아투는 멕시코와 독일을 상대로 2-3으로 패하는 저력(?)을 보여준 팀이다.)

마지막 상대였던 멕시코전도 큰 어려움 없이 승리를 따냈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10골을 넣었고, 실점은 없다. 특히,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세르지오 코르도바(4골)를 포함해 개성이 뚜렷한 공격수 4명을 전방에 배치하며 '닥공' 축구를 선보이고 있다. 4-2-3-1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나서지만, 4-2-4의 형태로 경기에 임하는 시간이 훨씬 많다.

중원에 위치한 앙헬 에레라와 호날도 루세나의 공격적 재능이 더해지면서, 베네수엘라는 다크호스를 넘어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16강전에서는 D조 3위 일본을 만나는 만큼,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막강한 공격력에 가려졌지만, 우루과이도 남미의 자존심을 지켰다. 우승 후보 간의 맞대결로 주목을 받았던 이탈리아와 경기에서 승리를 따냈고, 아시아 1위 팀 일본까지 물리치며 손쉽게 16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베네수엘라처럼 공격력은 뛰어나지 않지만, 안정적인 중원과 수비력을 바탕으로 3경기 무실점의 성과를 냈다.

대륙별 챔피언은 모두 16강에...

지역 예선에서 우승을 차지한 모든 팀이 조별리그를 통과했다는 것도 눈에 띈다. 앞서 말한 프랑스(유럽)와 우루과이(남미)를 포함해 미국(북중미), 일본(아시아), 잠비아(아프리카), 뉴질랜드(오세아니아)가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일본과 뉴질랜드를 제외하면, 모두 조 1위를 차지하는 기쁨까지 맛봤다.

 지난 24일 제주 서귀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C조 잠비아와 이란의 경기에서 4대2 승리를 거둔 잠비아 선수들이 무릎꿇고 기도하고 있다.

지난 24일 제주 서귀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C조 잠비아와 이란의 경기에서 4대2 승리를 거둔 잠비아 선수들이 무릎꿇고 기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잠비아와 미국은 이번 대회 다크호스로 손색없다. 먼저, 잠비아는 포르투갈을 2-1로 따돌리며 좋은 출발을 알렸고, 2차전이었던 이란과 경기에서는 2골을 먼저 내줬음에도 4골을 몰아치는 집중력을 발휘하며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마지막 상대였던 코스타리카에 0-1로 패하기는 했지만, 조 1위를 지켜내는 데도 문제가 없었다.

미국도 '북중미 챔피언'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에콰도르와 첫 경기에서 난타전 끝에 3-3 무승부를 기록했고, '복병' 세네갈을 상대로 1-0 승리를 따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마지막 경기에서도 안정적인 전력을 유지하며 1-1 무승부를 기록, 조 1위를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최전방을 책임지고 있는 조슈야 서전트는 3골을 몰아치며 강력한 득점왕 후보로 떠올랐다.

'아시아 챔피언' 일본은 극적으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경기에서 2-1로 승리를 따내며 좋은 출발을 알렸지만, '우승 후보' 우루과이의 벽을 넘지 못하며 16강 진출이 불확실했다. 하지만 이탈리아와 경기에서 2골을 먼저 내줬음에도 동점을 만드는 저력을 뽐내며, 조 3위 와일드카드로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다만, 일본과 이탈리아의 경기는 2-2 동점 이후 무의미한 볼 돌리기와 시간 끌기로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 큰 실망감을 안겼다.

감동을 안긴 바누아투와 베트남

 지난 26일 제주 서귀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B조 독일과 바누아투의 경기. 바누아투 봉 칼로가 후반 두번째 골을 넣은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지난 26일 제주 서귀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B조 독일과 바누아투의 경기. 바누아투 봉 칼로가 후반 두번째 골을 넣은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남태평양에 위치한 인구 27만의 작은 섬나라 바누아투의 도전은 아름다웠다. FIFA 랭킹 179위로 이번 대회 출전 팀 중 최약체로 손꼽혔지만, 그들의 투혼은 감동의 연속이었다.

바누아투는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들은 '전통의 강호' 멕시코와 경기에서 전반전에만 2골을 내주며 세계 축구와의 전력 차를 실감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대반전이 일어났다. 후반 초반 봉 칼로와 로날도 윌킨스의 연속골이 터지며 동점을 만들었고, 승리까지 노렸다. 아쉽게도 추가 시간 역전골을 허용하며 패하기는 했지만, 바누아투의 투지는 명승부를 만들어냈다.

베네수엘라와 맞대결에서 0-7로 대패하며, 사실상 16강 진출이 좌절됐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마지막 경기였던 독일전에서 먼저 3골을 내줬지만, 2골을 따라붙었다. 상대의 이름값에 주눅 들지 않았고, 큰 점수 차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아쉽게도 조별리그 3전 전패를 기록하며 한국을 떠나게 됐지만, 바누아투의 도전은 세계 축구팬들에 큰 감동을 안겼다.

'동남아시아의 자존심' 베트남도 마찬가지였다. 역사상 처음으로 FIFA가 주관하는 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베트남은 어느 팀보다도 열정이 넘쳤다. 신체 조건에서는 상대와 비교가 안 될 만큼 열세였지만, 활동량으로 메웠다. 쉴 새 없는 압박과 패스 축구를 시도하며, 축구팬들에 큰 박수도 받았다.

특히 뉴질랜드전에서는 무승부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승점을 따내는 기쁨까지 맛봤다. 비록 프랑스(0-4)와 온두라스전(0-2)에서 패하며 역사적인 첫 도전을 마무리했지만, 베트남의 열정은 전 세계 축구팬들에 큰 감동을 전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U-20 월드컵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