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일 첫방송 예정인 tvN <알쓸신잡> 포스터.

6월 2일 첫방송 예정인 tvN <알쓸신잡> 포스터. ⓒ tvN


예능은 트렌드 싸움이다. 주도하거나 뒤쫓거나. 한발 앞서 유행을 선도하면 대박을 치는 것이고, 뒤늦게 편승하면 아류에 그치고 만다. 수많은 예능PD와 작가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는 건 그 때문이다. 반 박자 빠른 타이밍에 승부가 갈리므로.

물론, 그 트렌드라는 것은 억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때 TV만 켜면 나왔던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은 개천에서 용 나기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열풍을 타기 시작했고, 육아 예능 역시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유행처럼 번졌다. 쿡방(cook+방송) 역시 마찬가지다. 1인 가구와 '혼밥족(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의 증가가 결국은 먹방과 쿡방이라는 새로운 예능 트렌드를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그 시대의 문화 트렌드란, 대중의 정서와 욕망을 따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지난겨울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섰던 시민들. 그리고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무능하고 무책임한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정권교체를 이룩한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려면 어떤 형식과 이야기를 갖춘 프로그램으로 안방극장의 문을 두드려야 할까?

발 빠르게 움직인 건 나영석 PD다. 대중의 욕망을 읽어내는 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독보적인 존재로 평가받는 그는 자신의 장기라 할 수 있는 여행에 인문학을 접목했다. 이름하여 인문학 예능.

6월 2일 첫 방송 예정인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아래 <알쓸신잡>)은 '인문학'과 '예능'이라는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단어를 한데 묶었다. 나아가 작가 유시민,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소설가 김영하, 물리학자 정재승을 한 카메라 앞에 불러 모으며 시청자의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사전 공개된 예고 영상 만으로도 이 넷의 조합은 상상 이상의 재미를 만들어낸다. '진보 어용 지식인'을 자처한 유시민 작가는 이제 예능인(?)이라는 닉네임을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방송에 잘 녹아드는 느낌을 주고, 황교익과 정재승, 김영하 모두 자신의 인문학 분야와 어울리는 캐릭터를 벌써 찾은 느낌이다. <알쓸신잡>의 MC인 유희열까지 합류한다면, 굳이 여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이들의 수다만으로 충분히 방송 분량을 뽑아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법. 인문학이란 단어가 건네주는 무료함을 어떻게 벗겨 낼 것인가가 중요한데, 그래서 나영석 PD는 또 한 번 '여행'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낯선 곳에 가서 낯선 음식을 먹고, 또 낯선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은 인문학에 관심이 있든 없든, 누구나 부담 없이 지켜볼 수 있는 보편적 정서에 가깝기 때문이다.

OtvN <어쩌다 어른>,  JTBC <차이나는 클라스> 등 그간 인문학 예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들 프로그램은 주로 강연에 초점을 맞췄다. 실내에서 강의를 듣고 질문을 주고받는 식이다. 반면, <알쓸신잡>은 인문학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밖으로 떠난다. 여행하고, 낯선 곳에서 이야기를 나누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예능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웃음을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인데, 만약 <알쓸신잡>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다면, 인문학 예능은 단순한 도전을 넘어 예능 판을 흔드는 새로운 트렌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알아두면 '쓸데 있는' 신비한 잡학은 덤이고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박창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saintpcw.tistory.com), <미디어스> <문화저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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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 평범한 직장인. 즐겨보는 TV, 영화, 책 등의 리뷰를 통해 세상사는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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